24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에서 마약범죄수사대가 최근 오남용 되고 있는 일반 수면마취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노유림 기자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서 미용시술을 빙자해 의료용 마약류를 불법 투약한 일당이 경찰에 적발됐다. 이들은 당국의 마약류 규제를 피하기 위해 일반 수면마취제인 ‘덱스메데토미딘’를 함께 사용했다. 해당 약물을 마약처럼 오남용한 사례가 적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마약범죄수사대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40대 의사 A씨와 50대 의사 B씨, 투약자 등 14명을 입건하고 그중 2명을 구속했다고 24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2021년 11월부터 2023년 11월까지 내원한 환자들에게 의료용 마약류인 ‘프로포폴’ 등을 약 71차례 불법 투약해 4000만원가량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잠든 환자의 신체를 27차례 불법촬영한 혐의도 받으며, 이달 9일 구속됐다. 동업자인 50대 의사 B씨는 같은 방식으로 2022년 7월부터 2023년 6월까지 111차례에 걸쳐 환자에게 투약했으며 총 4억1700만원을 취득한 혐의를 받는다.
다만 경찰은 A씨와 B씨가 같은 병원에서 일했지만 서로 친분이 없고 각각 다른 공간에서 환자들에게 투약했다며 공범은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연합뉴스
A씨와 B씨는 치료 목적과 무관하게 환자들이 지불한 비용에 따라 의료용 마약류인 프로포폴을 투약해왔다. 이 때 일반 수면마취제인 덱스메데토미딘을 함께 사용한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의 관리 대상인 프로포폴을 많이 사용하면 보건당국에 의심을 살 수 있다. 하지만 일반 수면마취제를 함께 쓰면 프로포폴을 적게 쓰고도 프로포폴을 많이 쓴 것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일반 수면마취제는 마약류가 아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규제를 덜 받는다.
투약자 대다수는 30대로, 주로 유흥업계 종사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는 지인 관계였지만 상당수는 업계의 입소문을 통해 병원을 찾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병원에서 마약류 약물을 수십차례 불법 투약받은 30대 C씨는 자택 압수수색 과정에서 마약인 ‘코카인’ 소지 혐의가 추가돼 지난해 10월 31일 구속됐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경찰은 의료용 마약류를 수사하던 중 제보를 입수하고 2023년 7월 수사에 착수했다. 이후 입건한 사건 관계자 14명을 이날까지 전부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은 “A씨와 B씨가 불법 투약으로 취득한 금액에 대해서는 범죄 수익 환수를 위해 기소 전 추징보전을 신청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마약류로 지정되지 않은 일반 수면 마취제마저 당국의 단속을 피하기 위한 범행 수단으로 악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대체 약물의 오남용 확산을 막기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신속한 규제를 요청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