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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끝나는 줄 알았다” 유럽 불바다…美는 세번째 열돔과 사투

중앙일보

2026.07.25 23:36 2026.07.26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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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을 덮친 초대형 산불과 미국의 기록적 폭염이 동시에 악화하면서 북반구가 극한 여름기를 맞고 있다.

25일(현지시간) 스페인 발렌시아의 카스텔론에서 산불이 발생하는 동안 화염이 타오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5일(현지시간) 스페인 발렌시아의 카스텔론에서 산불이 발생하는 동안 화염이 타오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5일(현지시간) 프랑스와 스페인에서는 주민 약 30만명이 대피하거나 실내 대기 명령을 받았다. 이날 스페인 공영방송 RTVE에 따르면 수도 마드리드 서부의 마드리드주와 인접한 아빌라주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이 일부 구간에서 맞닿으며 피해를 키웠다. 현재까지 약 4만5000헥타르(㏊)를 태운 것으로 집계된다. RTVE는 “화선의 화력이 1미터(m)당 1만킬로와트(㎾) 이상으로 일반적인 진화 능력을 넘어서는 극한 산불 수준”이라고 전했다. 현재 수도권을 넘어 동부 카스테욘과 남부 그라나다, 북동부 테루엘 등에서도 대형 산불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산불로 주민 1명이 사망했고, 약 9만명이 대피하거나 실내 대기 중이다. 마드리드에서 서쪽으로 약 50㎞ 떨어진 지역 로블레도 데 차벨라에 거주하는 한 대피 주민은 가디언에 “하늘이 주황색으로 변하고 검은 연기가 마을을 뒤덮자 세상이 끝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25일(현지시간) 스페인 동부 카스테욘주 빌라벨라와 발드우익소 인근에서 발생한 산불로 불길이 치솟고 짙은 연기가 하늘을 뒤덮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5일(현지시간) 스페인 동부 카스테욘주 빌라벨라와 발드우익소 인근에서 발생한 산불로 불길이 치솟고 짙은 연기가 하늘을 뒤덮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5일(현지시간) 프랑스 남서부 레주카프페레 인근에서 산불이 번지는 가운데 소방관들이 불길 확산을 막기 위해 숲 가장자리에 물을 뿌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25일(현지시간) 프랑스 남서부 레주카프페레 인근에서 산불이 번지는 가운데 소방관들이 불길 확산을 막기 위해 숲 가장자리에 물을 뿌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스페인 정부는 국가비상사태 적용 지역도 마드리드 남쪽으로 70㎞ 떨어진 중부도시 톨레도까지 확대했다. 페드로 산체스 총리는 이날 국가비상대책회의를 주재한 뒤 “기온이 다소 내려가 진화 가능성이 열렸지만, 바람의 방향과 세기를 예측하기 어려워 앞으로도 매우 복잡한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스페인군 비상대응부대(UME)는 단일 지휘체계로 진화 중이다.

프랑스도 상황은 심각하다. 르몽드와 AFP통신에 따르면 남서부 지롱드주와 인접한 랑드주에서 대형 산불이 이어지고 있다. 지롱드주 사우모스에서 지난 22일 정오쯤 시작된 산불은 25일 정오까지 사흘 만에 최소 3만2700㏊를 태운 뒤 주도 보르도의 외곽으로 번졌다.

25일(현지시간) 프랑스 남서부 지롱드주 아레스에서 산불이 번지며 불길과 연기가 치솟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5일(현지시간) 프랑스 남서부 지롱드주 아레스에서 산불이 번지며 불길과 연기가 치솟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프랑스 남서부 보르도에서 25일(현지시간) 산불로 대피한 주민들이 임시 대피소로 마련된 보르도 전시공원(Parc des Expositions de Bordeaux)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프랑스 남서부 보르도에서 25일(현지시간) 산불로 대피한 주민들이 임시 대피소로 마련된 보르도 전시공원(Parc des Expositions de Bordeaux)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로 인해 26일 새벽까지 지롱드 일대에서 22만명 이상이 대피했고, 보르도 인근 지역에는 주민 5만5000명에 대한 추가 대피령이 내려졌다. 대피 주민 웬디는 CNN에 “언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조차 모른다”고 호소했다.

프랑스 당국은 소방관 1400명과 군인 1500명, 치안 인력 1700명을 투입했고 군용 수송기 A400M도 처음으로 산불 진화에 동원했다. 매년 7월 프랑스 전역을 달리는 세계 최고 권위의 도로 사이클 대회인 ‘투르 드 프랑스’의 마지막 구간도 산불 대응을 위해 약 40㎞ 단축됐다. 주변국 독일도 헬기와 A400M 수송기, 구조대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26일(현지시간) 프랑스 남서부 지롱드주 앙데르노스레뱅에서 소방관이 산불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6일(현지시간) 프랑스 남서부 지롱드주 앙데르노스레뱅에서 소방관이 산불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프랑스 남서부 지롱드주 르포르주에서 25일(현지시간) 산불이 휩쓸고 지나간 뒤 불에 탄 주택가의 모습. AFP=연합뉴스

프랑스 남서부 지롱드주 르포르주에서 25일(현지시간) 산불이 휩쓸고 지나간 뒤 불에 탄 주택가의 모습. AFP=연합뉴스


다만 이날 산불의 열기로 형성되는 ‘화염적란운(Pyrocumulonimbus)’ 현상이 나타나 우려도 나왔다. 니콜라 브라즈 지롱드 소방대 대위는 AFP통신에 “불이 자체적으로 바람과 소용돌이를 만들면서 예측할 수 없고 통제하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프랑스 총리도 X(옛 트위터)에 “(재해가) 전례 없는 수준”이라고 경고했다.

올해 산불로 소실된 면적은 스페인에서 약 13만㏊로 최근 10년간 연평균을 이미 넘어섰고, 프랑스에서는 약 9만8000㏊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대형 산불이 잇따른 배경으로는 장기간 이어진 폭염과 가뭄이 지목된다. 유럽연합(EU)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C3S)는 지난 9일 발표한 ‘6월 기후보고서’에서 “지난달 서유럽이 관측 이래 가장 더운 달을 기록했으며, 프랑스와 스페인을 포함한 서유럽 대부분 지역의 토양 수분도 평년보다 크게 낮았다”고 분석했다.

실제 지난달 스페인은 평년보다 섭씨 3.2도 높은 기온을 기록한 가운데, 북동부 지역의 기온이 42.9도, 빌바오도 42.7도까지 치솟았다. 프랑스에서는 국토의 40% 이상이 한때 40도를 넘었고, 남서부 지역에서는 최고 43.8도, 보르도에서는 42.5도가 관측됐다. 또 전국 96개 주 가운데 72개 주에 폭염 적색경보가 발령돼 2004년 경보제 도입 이후 가장 광범위한 최고 단계 경보를 기록했다. 폭염 기간인 6월 17일부터 7월 2일까지 92개 주에서 평년보다 최소 5764명이 더 숨져 전체 사망자가 예상치보다 36.2% 증가했다고 프랑스 공중보건청이 추산했다.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한 분수대가 무더위를 식혀주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한 분수대가 무더위를 식혀주고 있다. AFP=연합뉴스



대서양 건너 북미도 폭염과 산불로 몸살을 앓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달 들어 미국에서는 세 번째 열돔(Heat Dome)이 형성되면서 텍사스에서 노스다코타까지 약 8000만명이 폭염주의보 또는 경보 대상이 됐다. 미국 국립기상청(NWS)은 중앙부 네브래스카주 일부 지역의 최고기온이 섭씨 42도, 남서부 사막 일부는 48도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고기압이 뜨거운 공기를 장기간 가두면서 밤에도 기온이 떨어지지 않아 건강 피해가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미국 서부에선 산불이 여러 주로 빠르게 확산하는 가운데 콜로라도주와 유타주 경계에서 진화 작업을 벌이던 소방관 4명이 불길에 목숨을 잃었다.

캐나다에서도 24일 기준 서부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서 90건, 동부 온타리오주 북서부에서 139건의 산불이 발생했다. 마크 카니 총리는 “5300여 명의 소방관과 항공기·헬리콥터 등 소방항공기 약 300대를 투입해 진화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한지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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