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에 대한 대규모 공격 준비가 완료됐다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을 기점으로 13일째 이어왔던 이란 공습을 이틀 연속 중단시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자신이 소유한 버지니아주 트럼프 내셔널 골프장에서 골프를 마친 뒤 백악관으로 복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이란에 대한 공습을 중단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은 중재국 오만이 진행하는 이란과의 협상을 표면적인 공습 중단의 이유로 제시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 내부에선 이란의 반격을 방어할 요격 무기가 고갈된 상황 때문에 대규모 공격 계획이 보류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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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공격 막을 방공 무기가 없다”
뉴욕타임스(NYT)는 25일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핵심 참모진과 진행한 비공개회의에서 댄 케인 합참의장이 “대규모 전투 작전은 가능하다”면서도 “다만 중동 작전을 담당하는 중부사령부(CENTCOM)의 요격 무기가 심각한 수준으로 고갈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지난 14일 중동에 위치한 미군 시설물을 겨냥한 미사일이 발사되는 장면을 공개했다. AFP=연합뉴스
전면전 수준의 공격을 감행할 경우 미군과 중동 국가들을 겨냥한 이란의 드론과 미사일 반격을 방어하기 어려울 수도 있을 거란 우려다. 이는 미군 병력의 심각한 피해를 의미한다.
NYT에 따르면 비공개회의의 핵심 쟁점은 현재 미군이 보유한 패트리엇 요격 미사일과 방공 시스템의 재고 감소 문제였다. 회의 중 한 고위 인사는 지난 17일 요르단 미 공군기지에서 미군 병사 3명이 전사한 원인도 이란의 탄도미사일을 방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보고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앞서 워싱턴포스트(WP)에 “방공무기와 장거리 정밀탄약 재고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어 확전에 한계가 있다”며 “백악관은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란에서 복무했던 군 관계자는 “3월에도 쿠웨이트 기지의 막사가 직격탄을 맞아 반파됐다”며 “우리는 모든 전선에서 이란에 얻어맞고 있다”고 전했다.
에어포스원에서 내리는 트럼프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은 카타르가 선물한 '초호화 전용기'를 지난 나토 정상회의 때 투입했다가, 방어 장치를 완전히 갖추지 못한 해당 전용기를 노린 이란의 암살 계획과 관련한 첩보를 입수한 뒤 급하게 구 전용기를 이용해 이동했다. AP=연합뉴스
비공개 회의에선 이란을 군사적으로 압박해 협상 테이블로 끌고 오려던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이 현명하다고 믿는 참석자들도 거의 없었다고 한다. 오히려 대규모 공격이 이란의 내부 결속을 강화하는 역효과를 낼 거란 우려도 제기됐다.
참모들의 설득에 이란에 대한 1단계 대규모 공격 작전을 승인하는 쪽으로 기울어 있던 트럼프 대통령이 결국 폭격 계획을 보류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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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습 ‘취소’ 명령…“합의가 더 현명한 전략”
중부사령부는 회의 이후 미리 준비한 이란에 대한 14일차 공격 계획을 보고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공습 중단’ 명령을 내렸다. 급작스럽게 공습이 중단되면서 이스라엘도 이를 사전에 전달 받지 못하고 높은 경계 태세를 유지한 채 이란의 보복에 대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워싱턴 아스토리아 호텔에서 진행된 백악관 기자단과의 만찬에서 '트럼프 2028'이라고 적힌 모자를 착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8년 대선에 출마할 수 없음에도 자신의 출마 가능성에 대한 언급을 반복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의 공습 보류 결정은 오만 대표단이 호르무즈해협의 통행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이란에 도착한 직후에 이뤄졌다. 악시오스는 이에 대해 “외교에 더 많은 시간을 주려는 의도”라며 “주말 중 오만과의 협상에서 합의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타스님통신에 따르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26일 기자들에게 “이란과 오만 외교부 차관들이 금요일과 토요일에 테헤란에서 여러 차례 회담을 가졌다”며 “이번 회담은 유익했고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중재 협상에 관여한 한 중동 고위 당국자는 AP통신에 “미국과 이란 모두 기존의 임시 휴전 합의로 복귀하길 원하고 있으며, 현재 협상은 이란이 호르무즈해협 선박 통항을 보다 완화된 조건으로 관리하는 방안을 중심으로 절충점을 찾고 있다”고 말해 실제 물밑 외교가 이뤄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앞서 24일 이란을 대대적으로 파괴하는 선택지가 있다면서도 “이란과 합의하는 것이 더 현명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완전히 무장했고 준비가 돼 있지만 그들과 대화하고 있다”며 “이란이 갈수록 협상에 진지해지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반면 이란 군부 관계자는 CNN에 “적과의 전쟁은 끝나지 않을 소모전이 될 것”이라며 협상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침략자인 미군 지상군과 지상에서 교전할 수 있는 위치가 되기를 신께 청한다”며 오히려 막대한 인명 피해가 불가피한 지상전 가능성을 반기기도 했다.
미 중부사령부는 25일(현지시간) 이란에 대한 해상 봉쇄 작전을 수행하는 병력의 모습을 공개했다. 중부사령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24일부터 이란에 대한 공습 작전을 중단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앞서 NYT는 미국이 이라크를 통해 이란에 휴전 제안을 전달했지만, 이란이 이를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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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전 대신 이란 우라늄 ‘탈취’ 검토?
이런 가운데 친(親)트럼프 매체로 분류되는 뉴욕포스트는 이날 익명의 군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특수부대가 이란의 핵시설에서 농축 우라늄을 탈취하기 위한 ‘군 역사상 가장 정교한 작전’ 개시를 위해 대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작전에는 수천 명의 지상군이 이란의 핵 시설을 급습하는 것이 포함되고 이를 위해 대규모 방어 병력을 유지하는 작전이 수반될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 13일 미 중부사령부가 공개한 이란 목표물에 대한 공습 장면. AFP=연합뉴스
뉴욕포스트는 해당 작전을 “미군 병력이 이란군의 공격을 막아내면서 지하 시설의 입구를 확보해 우라늄을 운반하는 작업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셉 로저스 전략국제연구센터(CSIS) 부소장은 “우라늄을 확보하려면 지상군이 비행장까지의 모든 지역에 안전한 호송로를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1기 때 국가안보회의에서 활동했던 리처드 골드버그는 “그런(호송로 확보) 상황을 얼마나 유지하며 모든 병력을 철수시킬 수 있겠느냐”며 “이는 폭격으로 곡괭이산 시설을 파괴할 수 없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 30일 이란 나탄즈 핵시설에 위치한 '곡괭이산(Pickaxe Mountain)'의 지하 터널 입구를 보여주는 위성 사진. 로이터=연합뉴스
특수부대를 투입하는 결정은 폭격만으로는 이란의 지하 핵 시설을 완전히 파괴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일종의 대안의 성격으로, 작전 과정에서 대규모 인적 피해를 감수해야 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공습 작전에 장거리 전략폭격기 B-1를 투입했고, F-35와 F-16 전투기들을 대기시켰다. 특히 독일 의료센터에 150명이 넘는 의무 인력을 추가로 배치했다. 실제 인명피해를 감수한 작전을 구상했을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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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신 사우디 참전…“전쟁의 새로운 전선”
미국이 전면전 또는 대규모 피해를 감수한 작전을 놓고 주춤한 사이 사우디아라비아가 아라비아반도 서쪽 홍해에서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의 후티 반군과 교전을 벌이며 전선을 중동 전역으로 확장시켰다.
사우디가 주도하는 아랍 연합군은 24일 예멘 호데이다에서 후티 반군과 연게된 군사 목표물을 겨냥한 ‘비례적 군사 대응 작전’을 수행했다고 밝혔다. 사우디에 대한 해상 봉쇄를 선언하 후티가 사우디 선박을 공격한 데 대한 보복이다.
후티 반군의 공격을 받은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 정유소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AFP=연합뉴스
사우디의 공격을 받은 후티는 이날 사우디의 석유 시설을 공격하며 재보복을 가했다. 후티 반군 대변인은 영상 성명에서 “드론과 미사일을 이용해 사우디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가 운영하는 지잔과 얀부의 시설을 공격했다”며 “우리의 군사 행동을 확대하고 대응 수위를 더욱 높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번 충돌에 대해 AFP는 “전쟁의 새로운 전선을 의미한다”고 짚었다.
이런 가운데 오는 28일로 예정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과의 백악관 회담이 중동 상황과 관련한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두 사람의 대면 회담은 이란전쟁 개시 이전인 지난 2월 이후 처음이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만 해도 네타냐후 총리의 면담 요청을 거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