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를 방문 중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23년 9월 13일(현지시간)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상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4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러시아가 북한군 3만명의 추가 파병을 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반기 북·러 정상회담이 열릴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제공할 반대급부가 실제 파병 성사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엑스(X)에 러시아 측의 파병 요구를 밝히며 “러시아가 6월부터 접경 지역인 보로네시에서 이들을 수용할 준비를 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정황도 공개했다. 또 북한이 추가 탄도미사일 발사대도 러시아에 보낼 채비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과 러시아는 관련 내용을 공식 확인하지 않았다.
북한의 추가 파병설은 북·러가 정상회담을 조율 중인 국면에서 나왔다. 최선희 북한 외무상은 지난 18~20일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을 잇달아 만났다. 이때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방러와 추가 파병을 비롯한 정상회담 의제를 사전에 조율했을 수 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최 외무상의 모스크바 방문 때 추가 파병 문제가 조율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추가 파병이 이뤄진다면 기존의 폭풍군단과 같은 정예 전투 병력이 아닌 민간 건설 노동자 등 재건 인력 위주가 될 수도 있다.
지난 8일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이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을 기다리고 있다. EPA=연합뉴스
다만 북한은 기존에 보낸 1만 4000명 규모의 파병 인력과 무기 지원에 대한 보상도 충분히 받지 못 했다는 입장이다. 푸틴의 ‘입금’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기존 파병 인력의 두 배가 넘는 병력을 또다시 보내는 선택지를 김정은이 선뜻 고르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건 그래서다.
실제 국가정보원은 지난해 9월 중국 전승절 당시 북·러 정상회담과 관련해 “북한이 반대급부를 충분히 받지 못해 섭섭해한다”며 “푸틴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다독이고 있다”고 국회에 보고했다. 이와 관련, 윤건영 국회 정보위원회 여당 간사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추가 파병을 둘러싼 협상이 진행 중일 수는 있겠지만 러시아가 기존 대가도 제대로 치르지 않은 상황에서 또다시 병력부터 요구한다면 북한이 호락호락 응하겠나”라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김정은이 원하는 현금 유입이나 핵·미사일 핵심 기술 이전 없이 러시아의 일방적 파병 요구만 이어진다면 장기적으로 북·러 간 균열을 키울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김정은이 최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밀착하는 등 중국으로 기울어지는 것도 결국 러시아와 소원해질 경우에 대비한 균형 맞추기 차원으로 볼 여지가 있다.
반대로 이런 상황에서 추가 파병이 현실화한다면, 이는 그 자체로 푸틴이 김정은을 설득할 만큼 상당한 경제·군사적 대가를 약속했다는 뜻이 될 수 있다. 특히 러시아가 핵·미사일과 관련한 군사적 보상을 제공한다면 이는 곧 한반도에 대한 안보 위협과 직결된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이번에 파병이 이뤄진다면 북한이 미사일 등 핵심 군사 기술을 한층 강하게 요구하고, 러시아가 이를 넘길 여지도 그만큼 커져 한반도 안보엔 악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