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공지능(AI) 산업을 이끄는 미국 빅테크(대형 기술기업)들이 한국 반도체 기업들과 초대형 장기 협력에 나섰다. 반도체 공급 부족 해소를 위해서다. 업계에서는 AI 메모리 수급부터 첨단 위탁생산(파운드리), 패키징, 데이터센터 구축까지 AI 산업의 전 과정을 묶어 공급망을 선점하려는 ‘생태계 동맹’이 본격화하는 모양새라고 해석한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24일(현지식나) 열린 '글로벌 인공지능(AI) 리더 만찬'과 전략 회의에는 한미 양국을 대표하는 AI·첨단기업 수장들이 총출동했다. 왼쪽부터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 최태원 SK그룹회장, 라니 보르카르 마이크로소프트 하드웨어 사장,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이재명 대통령, 혹 탄 브로드컴 CEO,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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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반도체, 빅테크와 1400조 동맹
2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브로드컴은 향후 5년간 2000억 달러(약 293조원) 규모의 메모리·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분야 협력에 나선다. SK그룹도 엔비디아·마이크로소프트(MS)·앤트로픽 등과 7500억 달러(약 1097조원) 규모의 메모리 공급 협력을 추진한다. 총 9500억 달러(약 1390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중장기 협력이다..
업계에선 반도체 제조기업들이 과거처럼 ‘주문받고 납품하는’ 단순 공급자 지위를 넘어 빅테크의 AI 청사진을 함께 그리는 핵심 파트너로 올라섰다고 본다. 삼성전자는 구글 등 빅테크의 맞춤형 AI반도체(ASIC)를 설계하는 브로드컴에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와 7세대 HBM4E 등 차세대 HBM을 공급할 예정이다. 여기에 2나노미터(㎚·10억분의 1) 파운드리 공정과 첨단 패키징을 하나로 묶은 ‘턴키’ 체계를 구축한다. 찰리 카와스 브로드컴 반도체솔루션그룹 사장도 “반도체 생태계 전반의 긴밀한 협력이 중요해졌다”고 했다.
SK그룹은 엔비디아와 5000억 달러 이상 규모의 포괄적 협력의향서(LOI)를 체결했다. SK텔레콤은 국내에 최대 2기가와트(GW) 규모의 AI 팩토리를 구축하기 위해 엔비디아로부터 대규모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공급받고, SK하이닉스의 HBM4가 탑재된 차세대 엔비디아 시스템 ‘베라 루빈’을 도입하기로 했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와 베라 루빈용 HBM4 등 차세대 AI 메모리를 초기 단계부터 함께 개발·최적화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부터)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24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미드웨이에서 열린 AI 서밋에 참석했다. 최 회장은 “젠슨 황 CEO가 만날 때마다 ‘더 많은 칩’을 요구한다”고 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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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벗어난 삼전닉스…격화하는 HBM 쟁탈전
빅테크들이 천문학적 자금을 투입해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의 동맹을 끈끈히 하는 배경엔 심각한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이 있다. AI 산업이 급속히 커지면서 메모리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고, 칩을 제때 확보하는 것이 기업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가 됐기 때문이다.
특히 AI 인프라 경쟁의 핵심 제품인 HBM 시장은 삼성과 SK가 사실상 시장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매출 기준 양사의 글로벌 HBM 시장 합산 점유율은 79%에 달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24일(현지시간)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를 만날 때마다 ‘계속 배가 고프다, 더 많은 칩(more chip)’을 얘기한다”고 전했다.
이번 협력이 미·중 AI 패권 경쟁 속 한·미 반도체 동맹을 단단히 묶어두는 계기가 될 거란 기대도 높다. 재계 관계자는 “미국은 독보적인 한국의 제조 능력을 확보해두고 중국 견제망을 한층 촘촘히 짤 수 있게 됐고, 한국도 글로벌 AI 판에서 대체불가능한 확실한 지분을 챙긴 셈”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