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광현 국세청장이 정부의 부동산 세제 개편안 발표를 앞두고 초고가 주택에 대한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제) 손질해야 한다고 밝혔다. 장특공제 혜택이 서울 강남 등 고가 주택에 과도하게 집중되는 등 “역진성의 끝판왕”이라고 비판하면서다.
임광현 국세청장은 26일 자신의 엑스(X)에 "현행 장기보유 특별공제는 역진성의 끝판왕"이라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지난 6월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임 청장이 '국민주권정부 2년 차 업무 추진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임 청장은 26일 엑스(Xㆍ옛 트위터)에 “현행 장특공제는 양도차익의 최대 80%를 한도 없이 공제해 줘 비싼 주택일수록, 차익이 클수록 공제를 더 많이 받는 구조”라며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른 차익은 고가 주택 보유자들이 더 크게 누리는데, 장특공제로 불로소득이 고스란히 보장돼 제도가 ‘똘똘한 한 채’를 권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장특공제는 실거래가 12억원을 초과하는 1세대 1주택자를 대상으로 주택 보유 기간과 실거주 기간에 따라 각각 최대 40%씩, 합산 최대 80%를 공제한다. 공제액에 별도 한도가 없어, 양도차익이 큰 고가 1주택자일수록 혜택이 커지는 구조다.
임 청장은 X에 지난 2024년 양도한 주택의 양도세 신고 통계 분석을 공개하며 문제점을 짚었다. 그는 “전국 2만4816호의 1세대 1주택이 5조320억원의 장특공제를 받았는데, 이 중 서울이 4조5000억원, 즉 공제 혜택의 90%가 서울 쏠림 현상이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이어 “서울 4조5000억원 중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의 장특공제액이 3조5000억원으로 서울 전체의 78.6%를 차지하고 있다”며 ”반면 도봉·금천·중랑·노원·동대문·관악·은평·구로구 등은 장특공제 혜택을 거의 받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임 청장은 “강남구 주택 한 채를 양도하고 장특공제로 200억원이 넘는 금액을 공제받은 경우도 있다”면서 “가히 역진성의 끝판왕”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초고가 주택에 대해서는 장특공제 한도를 신설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임 청장은 “세제는 가급적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좋지만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이 나온다면 미세조정은 정부가 당연히 해야 할 의무”라며 “중산층에 대한 장특공제는 보호하더라도 초고가 주택에 장특공제를 무한정 적용하는 것이 타당한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양도세 공제액에 한도를 두는 방안은 지난 23일 이재명 대통령이 참석한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도 제시됐다. 오종현 조세재정연구원 조세연구본부장은 “양도차익이 50억원 발생해도 80% 공제를 받으면 과세 대상은 10억원으로 줄어 과세 형평성에 문제가 발생한다”며 “공제액에 한도를 두면 형평성 문제가 완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토론회 등에서 제시된 여러 방안을 놓고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 종합부동산세 개편 과정에서 기본공제선과 초고가 기준선을 중심으로 세 부담을 차등화하는 '3그룹 설계'를 검토하고 있다. 주택 수 대신 주택 가액을 기준으로 중과 여부를 결정하는 방안도 토론회를 거치며 유력한 방안으로 부상했다. 연합뉴스
정부의 보유세 체계 개편도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역시 초고가 주택을 대상으로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높이는 ‘핀셋 과세’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종부세 과세 대상을 ▶기본공제 ▶중부담 ▶초고가 등 3개 구간으로 나눠 차등 과세하는 방식이 핵심이다.
초고가 구간은 과세 부담을 늘리되, 종부세를 내지 않아도 되는 기본공제 구간은 기본공제액을 상향해 중ㆍ저가 주택에 대한 종부세 부담을 줄여주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정부는 8월 초 세제 개편안 발표를 앞두고 이 같은 종부세 개편 시뮬레이션을 막바지 진행 중이다. 기본공제 규모와 초고가 주택 기준선, 세율 및 과세표준 구간 조정에 따른 세수, 납세자 부담 변화를 집중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기본공제 그룹은 현행처럼 종부세를 내지 않는 구간이다. 정부는 최근 집값 상승을 고려해 1주택자 기준 12억원인 기본공제선을 소폭 높이는 방안이 거론된다. 현재 종부세는 인별로 합산한 주택 공시가격에서 기본공제액 12억원을 뺀 뒤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곱해 과세표준을 산출한다. 다주택자의 기본공제액은 9억원이다. 공제선이 올라가면 일부 1주택자가 종부세 납부 대상에서 빠지거나 세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종부세는 재산세 부과 후 고가 주택 등에 추가로 부과하는 세금인데 과세 대상이 지나치게 많아지는 것은 바람직 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며 “기본공제 기준을 조정할 수 있는 지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기본공제선과 초고가 주택 기준선 사이에 있는 중부담 구간은 현행 세 부담을 유지하거나 부담이 완만하게 늘어나는 방향으로 설계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초고가 구간은 과세표준 구간을 세분화하거나 세율을 높여 과세 강도를 강화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초고가 주택 기준으로는 시가 30억~50억원 수준이 거론된다.
또 종부세 과세 체계가 기존 주택 수 중심에서 주택 가액 중심으로 바뀔 수 있다. 현재 종부세는 2주택 이하는 과세표준에 따라 0.5~2.7%의 세율을 적용하지만, 3주택 이상은 0.5~5%의 중과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30억 짜리 주택 1채를 보유한 1주택자보다 10억짜리 주택 3채를 보유한 다주택자가 더 높은 세율이 적용 받아 '똘똘한 한 채' 선호가 강화된다는 지적이 많았다.
종부세 세액공제도 실거주자에게 혜택을 집중하는 방향으로 손질될 가능성이 높다. 현행 제도는 실거주 여부와 관계없이 보유 기간과 연령에 따라 최대 80%까지 세액공제를 적용한다. 장기간 보유하기만 하면 실제로 거주하지 않은 고가 주택에도 공제를 받을 수 있어 투자 목적 보유자에게 과도한 혜택이 돌아간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실제 과세표준 20억원 초과 주택에 적용된 2025년 귀속 개인 종부세 세액공제액은 461억원으로 전년보다 279억원(153.2%) 늘었다. 과표 20억원 초과 주택은 아파트 기준 실거래가격이 약 65억7000만원에 해당한다. 이 구간 납세자는 전체 종부세 대상자의 1.6%에 불과하지만, 이들이 받은 공제액은 전체 개인 종부세 세액공제액 2071억원의 22.2%를 차지했다.
정부는 오는 27일 한성숙 국무총리 주재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나온 방안 등을 검토한 뒤 8월 초 세제 개편안을 발표한다. 정부 관계자는 “토론회 등에서 제기된 쟁점을 종합해 세제 개편안을 최종적으로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