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스스로를 인간이라 믿는 로봇...인간이란, 인간다움이란 무엇일까[BOOK]

중앙일보

2026.07.23 22:00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이름 없는 것들의 밤
정보라 지음
현대문학


소설가 정보라의 장기는 그가 그리는 디스토피아 세계의 비릿한 실재감이다. 그의 소설을 읽을 때면 순간 섬뜩하고, 종종 지금 세계를 돌아보며, 종국엔 진지한 철학적 질문을 떠올린다. 신간 『이름 없는 것들의 밤』도 그런 경로를 따라 읽을 수밖에 없는, 정보라만의 소설이다.


3개의 중편으로 구성된 연작소설이다. 인간에게 행성의 미래를 맡겨둘 수 없다고 판단한 로봇이 ‘안전장치’를 가동하고 인간을 지배하게 된 세계를 다룬다. 2부는 1·3부의 프리퀄로 타국의 점령을 받은 나라의 국민이 전자기기 등으로 통제되는 세상을 배경으로 한다.

이번 소설의 특징이라면 서로 다른, 그러나 크게 다르지 않은 존재의 뒤섞임이다. 주인공 ‘나’는 인간이지만, 정확히는 인간들의 피를 먹고 사는 흡혈인이다. ‘빌리’는 로봇이다. 그러나 외모는 인간과 다를 바 없고, 스스로를 인간으로 믿는다. 인간도 등장한다. 그러나 그들은 “기계의 합리를 믿으라!” 외치고 다니며 로봇의 지배를 자처한다. 여기에 인간의 기억이 이식된 로봇, 기계의 신체 통제를 받는 인간 등도 등장한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나아가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소설이다. 한 존재를 다른 존재와 대별하는 특징을 우리는 말할 수 있는가. 소설 속에서 자신을 인간이라 주장하는 로봇 ‘빌리’가 “당신은 당신이 인간인 걸 어떻게 알아요?”라고 물을 때 우리는 멈칫할 수밖에 없다. 분별없이 갈아 먹여 어떤 존재도 아닌 것의 냄새를 풍기는 개의 등장 장면은 의미심장하다.

소설은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적지 않은 지점에서 현재 세계를 떠올리게 된다. 정보라 작가 스스로 2·3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폭격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특히 2부는 현재의 세계를 생각할 부분이 많다. 2부에서 피점령국의 국민은 노동이 금지되고, 점령국이 생산한 기계를 구독료를 내고 써야 한다. 노동 없이 소비만으로 인간은 인간다워질 수 있는가, 구독 경제는 또 다른 이름의 통제 아닌가. 소설은 질문을 던진다. 정보라는 ‘작가의 말’에서 “폭력적인 집단, 비인간적인 체제에 대한 분노와 저항”이 연작소설을 관통하는 공통점이라고 썼다.



윤성민([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