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트리플A 등판을 앞두고 글러브 검사를 받는 고우석. 그는 마이너리그 강등 후 첫 등판에서 글러브 이물질 사용 의혹으로 퇴장 당했다. [사진 MiLB 중계화면 캡처]
메이저리그(MLB) 재승격에 도전하는 투수 고우석이 마이너리그 강등 후 첫 등판에서 이물질 사용 의혹으로 퇴장당했다.
미네소타 트윈스 산하 트리플A 세인트폴 세인츠로 내려간 고우석은 지난 25일(한국시간) 클리블랜드 가디언스 산하 트리플A 콜럼버스 클리퍼스와의 홈 경기에서 2-3으로 뒤진 7회 초 팀의 세 번째 투수로 등판하려 했다. 그러나 마운드에 오르기 직전 글러브 이물질 검사를 통과하지 못해 퇴장 지시를 받았다. 고우석이 억울한 표정으로 수차례 항변했지만, 심판진은 받아들이지 않고 추가 검사를 위해 그의 글러브를 회수했다. 한국인 선수가 미국 리그에서 글러브 문제로 퇴장당한 건 고우석이 처음이다.
2024년 미국행 비행기에 오른 고우석은 지난 8일 미네소타 빅리그 로스터에 합류한 뒤 10일 클리블랜드전 마운드에 올라 3시즌 만에 MLB 데뷔 꿈을 이뤘다. 그러나 21일 클리블랜드전에서 1이닝 3실점으로 부진하자 4경기 만에 다시 트리플A로 강등됐다. 마이너리그로 돌아와 절치부심하던 그는 첫 공을 던지기도 전에 뜻밖의 의혹에 휘말려 위기를 맞았다.
전 세계 프로야구는 공인구에 이물질을 묻혀 공의 회전에 인위적인 변화를 주는 행위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이른바 샤인볼(공 한쪽만 매끄럽게 닦은 공), 스핏볼(침이나 이물질을 바른 공), 머드볼(진흙을 묻힌 공), 에머리볼(사포로 가죽을 긁은 공) 등이 모두 ‘부정 투구’에 해당한다.
MLB는 공식 야구 규칙 3.01항에 ‘어떤 선수도 흙·송진·파라핀·감초·사포·연마제 또는 기타 이물질로 공을 문질러 고의로 공을 변색시키거나 손상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했다. 또 6.02(c)항에는 ‘투수가 이물질을 묻힌 공으로 투구하거나 신체 또는 장비에 이물질을 부착·소지하는 행위를 금지한다’고 못 박았다. 이 규칙을 위반한 선수는 즉시 퇴장 조처되고, ‘10경기 출전 정지’라는 중징계를 받는다.
특히 MLB 사무국은 2021년 6월부터 부정 투구 단속을 대대적으로 강화했다. 그전까지는 상대 팀 벤치가 어필해야 이물질을 검사했는데, 이 시기부터 경기 도중 무작위로 기습 검사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수년간 리그 안팎에서 MLB 투수들의 파인 타르(송진) 사용이 폭발적으로 늘었다는 지적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손에 파인 타르를 극소량이라도 묻히고 공을 던지면, 구속은 같아도 회전수와 움직임에 극적인 변화가 생겨 타자들이 공략하기 어려워진다. KBO리그도 2023년부터 매 경기 선발 투수는 최소 2회, 불펜 투수는 최소 1회씩 정기 글러브 검사를 하고 있다.
고우석이 고의로 금지된 이물질을 사용했는지, 혹은 글러브 관리 소홀이나 부주의 탓에 벌어진 해프닝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일단 MLB 기록 전문 사이트가 측정한 고우석의 직구 회전수에는 눈에 띄는 변화가 없다. 때마침 호투가 가장 절실한 시기에 적발돼 의혹에 휩싸였지만, 2년 넘게 트리플A에서 철저한 글러브 검사를 거친 그가 굳이 선수생명을 걸고 무모한 도박을 할 이유도 없기에 더 의문이다.
마이너리그 사무국은 아직 고우석 관련 징계 여부를 발표하지 않았다. 주변의 만류와 친정팀(LG 트윈스)의 안락한 품을 뿌리치고 ‘꿈’이라는 가시밭길을 택한 고우석이 자신의 앞길과 명예가 걸린 조사 결과를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