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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세계 말의 날’이 남긴 질문

중앙일보

2026.07.26 08:02 2026.07.26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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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희종 한국마사회 회장

우희종 한국마사회 회장

지난 7월 11일은 유엔이 제정한 ‘제1회 세계 말의 날(World Horse Day)’이었다. 첫 기념행사는 마(馬) 문화가 살아 숨 쉬는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열렸고, 우리나라를 포함한 50여 개국이 제정에 뜻을 모았다. 국제적으로 유명한 나담축제와 이재명 대통령의 몽골 방문 일정도 함께해 더욱 뜻깊은 행사였다.

세계 말의 날은 단순히 인류의 동반자인 말을 기념하는 행사가 아니다. 말과 함께 형성된 다양한 문화를 보존하고, 사람과 말이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 다시 묻는 날이다. 현재 사람과 말이 함께하는 대표 영역은 경마와 승마다. 일부에서는 이를 동물 학대로 보지만, 달리는 말의 습성을 활용한 스포츠 자체를 학대로 규정하는 건 지나친 해석일 수 있다. 다만 국제 경마와 승마가 과연 생태적이고 문화적으로 다양한가에 대해서는 충분히 질문할 수 있다.

경마는 빠른 속도를 위해 오랜 기간 선택적으로 육종된 서러브레드(Thoroughbred) 혈통을 중심으로 운영된다. 공정한 경주를 위해 말마다 부담 중량을 달리 부여하는 방식 역시 말 보다 인간의 경쟁과 베팅 규칙을 우선한 체계다. 승마도 장애물과 마장마술 등 서구 전통이 중심이며, 사람과 말이 함께 달리며 활을 쏘는 동아시아의 기마 문화는 충분히 조명받지 못하고 있다.

몽골 방문 당시 관계자들에게 어떤 품종으로 경마를 하는지 물었을 때, 혈통보다 체격과 연령을 기준으로 경주를 운영한다는 답을 들었다. 사람의 스포츠가 혈통이 아닌 체급으로 경쟁하듯, 말도 체격과 능력에 따라 경쟁할 수 있지 않을까. 기존 경마와 승마의 역사와 체계는 존중돼야 하지만, 문화 다양성의 관점에서 보다 여러 형태의 말 스포츠가 자리 잡도록 할 필요가 있다.

몽골은 전통 경마의 현대적 계승을 위한 법률을 마련함과 동시에 국가 관리 베팅 체계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한국마사회도 약 800년 전 원나라가 제주에 말을 보냈던 역사를 되새기며, 내년에 제주마 세 마리를 몽골에 보내는 상징적 교류를 준비하고 있다. 마 문화를 통한 새로운 형태의 한-몽 협력을 모색하고자 함이다.

한국은 선진적인 경마 운영 시스템과 제주마라는 고유한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렛츠런파크 제주에서 시행되는 제주마 경주는 K-경마의 형태로 오는 10월부터 수출을 앞두고 있다. 여기에 K-컬처의 확산력을 더한다면, 한국은 기마민족의 이미지와 다양한 마 문화를 세계로 발산할 수 있다.

‘세계 말의 날’은 특정 국가와 혈통을 넘어, 사람과 말이 함께 살아가는 새로운 문화를 모색하자는 제안이다. 마사회 역시 국민과 함께 유엔이 지향하는 문화 다양성에 기여하는 국제적 K-컬처 공기업으로 자리 잡아갈 것이다.

우희종 한국마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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