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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아무도 말리지 않았다

중앙일보

2026.07.26 08:12 2026.07.26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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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환 국제부 기자

김기환 국제부 기자

올해 상반기(1~6월) 뉴욕타임스(NYT) 최고의 특종으로 2건을 꼽겠다. 백악관의 내밀한 의사결정 과정을, 마치 녹음해서 들려주듯 속속들이 보도한 수작이다. 지난 3월 2일(현지시간) 게재한 ‘트럼프는 어떻게 이란과 전쟁을 결정했나(How Trump Decided to Go to War)’ 기사가 대표적이다.

2월 28일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한 전쟁은 공습 17일 전 백악관에서 열린 비밀회의를 통해 결정됐다. 회의에 참석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시간에 걸쳐 “지금 이란을 공습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브리핑했다. 트럼프의 반응은 짧았다.

“좋은 생각이군요(Sounds good to me).”

NYT는 “트럼프는 회의 내내 ‘듣고 싶은 것만’ 듣는 모습이었다”며 “아무도 트럼프를 막으려 하지 않았다”고 짚었다. 비극의 시작이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4월 백악관에서 세계 각국에 부과할 상호관세를 발표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4월 백악관에서 세계 각국에 부과할 상호관세를 발표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NYT가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지난달 23일 펴낸 책 『정권 교체(Regime Change)』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해 4월 미국의 상호 관세(Reciprocal Tariffs) 부과 발표를 둘러싼 백악관의 의사결정이 얼마나 주먹구구였는지 다뤘다.

NYT에 따르면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은 관세를 발표하기 일주일 전 열린 백악관 회의에서 무역대표부(USTR)가 산출한 데이터를 제시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헛소리”라며 믿지 않았다. 오히려 참모에게 “구글링(Googling·구글 검색)을 해서 진짜 숫자를 가져오라”고 주문했다. 결국 대통령 입맛에 맞춘 관세율이 나왔다.

관세율 25%를 통보받은 한국은 같은 해 11월 최종 협상에서 관세율을 15%로 낮추기까지 좌불안석이었다. 이재명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가 백악관을 방문해 3500억 달러(약 540조원) 규모 대미 투자를 약속하는 등 공을 들여야 했다.

백악관이 전쟁과 관세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논리도, 토론도 없었다. ‘거래의 달인’ 트럼프에게 뭔가 거창한 계획이 있겠지 싶었는데, 아니라는 정황만 속속 드러났다.

트럼프는 집권 1년 차에 관세를 터뜨렸고, 2년 차에 전쟁을 일으켰다. 집권 중반기로 접어드는 3년 차엔 어떤 일을 벌일까. 분명한 건 반도체와 북한도 트럼프의 주요 관심사란 점이다. 트럼프가 백악관 회의에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이익을 많이 내는데 더 뜯어낼 방법은 뭐가 있을지 구글링하라”고 주문하고, 주한미군을 북한과 협상 카드로 쓰면 안 된다는 의견에 “헛소리”라고 면박을 준다면? 반대할 참모는 없을 듯하다. 안전벨트 단단히 매시라.





김기환([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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