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한 배달 라이더가 위챗 메시지로 쏘아붙였다. 전날 밤 역주행 오토바이로 기자를 들이받았던 가해자다. 행인들은 바닥에 쓰러진 기자를 보곤 경찰에 신고하고 구급차도 불렀다. 출동한 경찰관은 “배달 라이더가 이번 사고에 대한 100% 책임을 진다”고 적은 확인서를 발급했다. 병원 응급실에선 복잡한 접수 절차와 상대적으로 열악한 검사 환경 그리고 점점 심해지는 통증에 혼이 쏙 빠졌다. 당직의는 갈비뼈와 발가락뼈 골절 등을 적은 진단서를 내줬다.
전화와 메시지가 쏟아지기 시작한 건 몇 시간 뒤부터였다. 라이더는 병원에서 어떤 진단을 받았는지, 치료비로는 얼마를 지불했는지 당장 자료를 보내라고 독촉했다. “마음대로 치료하지 말고 우리 회사 가이드라인에 따르라”고도 덧붙였다. 영문 모를 말들이 이어진 뒤 연락이 닿은 라이더 측 책임자는 몇 마디 말을 나누곤 다른 사람 연락처를 건넸다. 그 역시 다른 이를 언급하며 책임을 돌렸다. 몇 번을 반복한 뒤 한 보험사 담당자와 이야기할 수 있었다. 그러자 머릿속 퍼즐이 맞아가기 시작했다.
중국 베이징시 한 쇼핑몰 앞 다양한 플랫폼 소속의 배달 라이더 모습. 이도성 특파원
사고를 낸 라이더는 하청업체 소속이었다. 보험 계약상 교통사고로 발생한 비용의 상당 액수를 개인 부담해야 했다. 피해자 상태와 치료 비용에 따라 주머니 사정이 달라지는 셈이다. 배달플랫폼 1위 업체 메이퇀의 노란색 옷도 라이더를 지켜주지 않았다. 한 중국 법조인은 “법률 관계상 플랫폼은 라이더 소속 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법적 책임이 없다”면서 “판례에서도 마찬가지다”고 말했다.
배달 앱은 중국 생활필수품이다. 식음료와 의류, 의약품 등 온갖 물건을 손가락 몇 번 움직여 받을 수 있다. 배달비도 대부분 무료다. 식사 시간대가 아니어도 길거리 어디에나 각양각색 유니폼을 입은 라이더가 뛰어다닌다. 메이퇀 등 3대 배달플랫폼 소속 라이더는 공식 통계상에서도 1300만 명을 넘었다. 그런데 하청업체에라도 소속된 라이더는 고작 10% 정도다. 노동계약도 없이 개인사업자 형태인 라이더가 대부분이다. 중국에서도 신종 고용형태로 분류되며 처우 개선과 사회보장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신세대 농민공’이라고도 불린다.
발가락이 쑤실 때마다 패권 경쟁이니 AI 굴기이니 하는 구호에 헛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시원하게 중국을 비웃다가도 이내 멈칫하고 말았다. 위험의 외주화니 특수고용의 그늘이니, 매우 익숙하다. 어디서 많이 본 장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