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인공지능) 서밋 참석을 위해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찾은 이재명 대통령이 AI 산업을 이끄는 글로벌 빅테크 최고경영자(CEO)들과 잇따라 만나 투자와 기술 협력 확대 방안 등을 논의했다. 지난 24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의 한 호텔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샘 올트먼 오픈AI,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혹 탄 브로드컴 CEO(왼쪽부터)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글로벌 인공지능(AI) 산업을 이끄는 미국 빅테크(대형 기술기업)들이 한국 반도체·정보기술(IT) 기업들과 초대형 장기 협력에 나섰다. 지난 24~25일(현지시간) 미국을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이 이들 기업과 가진 ‘샌프란시스코 AI 서밋’과 ‘실리콘밸리 벤처투자 밋업(Meetup)’이 ‘AI 생태계 동맹’의 기폭제가 됐다는 평가다.
이 대통령은 24일 ‘AI 서밋’에서 “대한민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메모리 반도체 경쟁력과 생산 역량을 토대로 대체 불가한 글로벌 AI 공급망의 핵심 국가로 도약할 것”이라고 밝혔다. 행사에는 엔비디아·브로드컴·오픈AI·앤트로픽 등 글로벌 빅테크 4사 최고경영자(CEO)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 등이 참석했다. 이례적으로 한자리에 모인 한·미 빅테크 기업인들은 한국을 중심으로 AI 생태계를 발전·확장시켜 나가자는 데 뜻을 모았다.
이 대통령은 AI 서밋 이후 샌프란시스코만 인근 식당에서도 한·미 주요 기업 수장들과 맥주병을 부딪치며 “밥을 같이 먹는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우리는’이라고 외치면 ‘식구다’라고 해달라”며 건배사를 했다. 이에 젠슨 황 CEO도 “위 아 패밀리(We are family)!”라고 화답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기업인들 덕에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크게 올라갔고 이는 수십 년 만의 최고의 실적이다. 앞으로도 산업 생태계 발전을 위해 기여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번 행사는 정부와 재계가 추진 중인 ‘3대 메가프로젝트’(반도체·AI데이터센터·피지컬 AI)의 수요를 확인하고, 글로벌 빅테크를 동참시킨 데 의의가 있다.
K스타트업에 대한 관심도 끌어냈다. 이 대통령은 25일 열린 ‘벤처투자 밋업’에서도 “미국이 가진 벤처 투자 역량과 글로벌 네트워크, 한국이 가진 뛰어난 기술·제조력, 역동적인 창업 생태계를 결합한다면 다음 세대의 삼성과 현대차, SK, 네이버 그리고 세계를 선도할 혁신 기업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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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칩 더 달라”…삼성·SK 1390조원‘샌프란시스코 딜’
한·미 기업 간 실질적인 성과도 이어졌다.
26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브로드컴은 향후 5년간 2000억 달러(약 293조원) 규모의 메모리·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분야 협력에 나선다. SK그룹도 엔비디아·마이크로소프트(MS)·앤트로픽 등과 7500억 달러(약 1097조원) 규모의 메모리 반도체 공급 협력을 추진한다. 총 9500억 달러(약 1390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중장기 협력이다.
업계에선 반도체 제조기업들이 과거처럼 ‘주문받고 납품하는’ 단순 공급자 지위를 넘어 빅테크의 AI 청사진을 함께 그리는 핵심 파트너로 올라섰다고 본다. 삼성전자는 구글 등의 맞춤형 AI반도체(ASIC)를 설계하는 브로드컴에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와 7세대 HBM4E 등 차세대 HBM을 공급할 예정이다. 여기에 2나노미터(㎚·10억분의 1) 파운드리 공정과 첨단 패키징을 하나로 묶은 ‘턴키’ 체계를 구축한다.
SK그룹은 엔비디아와 5000억 달러가 넘는 포괄적 협력의향서(LOI)를 체결했다. SK텔레콤은 국내에 최대 2기가와트(GW) 규모의 AI 팩토리를 구축하기 위해 엔비디아로부터 대규모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공급받고, SK하이닉스 HBM4가 탑재된 차세대 엔비디아 시스템 ‘베라 루빈’을 도입하기로 했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와 베라 루빈용 HBM4 등 차세대 AI 메모리를 초기 단계부터 함께 개발·최적화한다.
빅테크들이 한국 기업에 천문학적 자금을 투입하는 직접적인 배경은 심각한 메모리 공급 부족이다. AI 산업이 급속히 커지면서 칩을 제때 확보하는 것이 기업 생존과 직결된 문제가 됐기 때문이다.
특히 AI 인프라 경쟁의 핵심인 HBM 시장은 삼성과 SK가 시장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매출 기준 양사의 글로벌 HBM 시장 합산 점유율은 79%에 달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를 만날 때마다 ‘계속 배가 고프다, 더 많은 칩(more chip)을 달라’고 얘기한다”고 전했다.
네이버는 엔비디아와 글로벌 자산운용사 브룩필드로부터 총 100억 달러(약 14조6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은 “두 회사가 투자한 자본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네이버의 노하우를 스케일업(대규모 확장)하는 데 굉장히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는 이 투자금을 엔비디아와 추진 중인 ‘AI팩토리’에 투입해 2028년까지 200메가와트(㎿), 이후 1GW까지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