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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달고 살고, 매일 피곤해”…40대 여성 노리는 ‘침묵의 질환’ [Health&]

중앙일보

2026.07.26 09:27 2026.07.26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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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신정호 고려대 구로병원·조시현 강남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교수

자궁근종 등 질환이 월경과다 유발
산소 공급 부족해져 심장에도 부담
피로·숨가쁨 반복되면 검사 필요

신정호·조시현 교수는 “자궁근종·자궁선근증 환자에게서 월경과다가 반복되면 빈혈로 이어지므로 피로와 숨참을 체질 문제로 넘기지 말고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동하 객원기자

신정호·조시현 교수는 “자궁근종·자궁선근증 환자에게서 월경과다가 반복되면 빈혈로 이어지므로 피로와 숨참을 체질 문제로 넘기지 말고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동하 객원기자

40대 여성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철결핍성 빈혈은 환자 스스로 알아차리기 어려운 병이다. 월경과다가 반복되면 몸속 철분이 서서히 고갈돼 철결핍성 빈혈로 이어진다. 계단을 조금만 올라도 숨이 차고 늘 피곤하며 머리가 무겁고 어지러워 일상의 활력이 뚝 떨어진다. 그렇지만 많은 여성은 이를 체력이 약하기 때문이라고 여긴다. 빈혈이 있다고 해도 환자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거나 증상이 수년에 걸쳐 천천히 진행돼 자신의 상태를 비정상으로 느끼지 못하는 일이 많다. 신정호 고려대 구로병원·조시현 강남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교수를 만나 월경과다 뒤에 숨은 질병인 철결핍성 빈혈의 현황과 치료 방법을 들었다.


Q : 진료실에서 만나는 빈혈 환자는 어떤 모습인가.
A : 신정호 교수(이하 신) “빈혈이 굉장히 심한데도 본인이 빈혈이라고 생각하지 못하는 환자가 대부분이다. 헤모글로빈 수치가 3~4g/㎗(빈혈=12g/㎗ 미만)까지 떨어져 생명에 위험할 정도인데도 빈혈을 떠올리지 못한다. 월경과다로 인한 빈혈은 가스라이팅처럼 천천히 온다. 5~6년, 길게는 10년 가까이 빈혈을 안고 지내는 환자도 있다. 조금씩 피곤해지고 점차 숨이 차다 보니 몸이 그 상태에 적응해버린다.”
A : 조시현 교수(이하 조) “환자 얼굴을 보면 핏기 없이 하얗다. 그런데 ‘제가 빈혈인 것 같아요’라고 말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물어보면 그제야 ‘그러고 보니 요즘 많이 피곤했어요’ ‘바빠서 그런 줄 알았어요’라고 이야기한다.”


Q : 왜 40대 여성에서 많나.
A : “자궁근종이나 자궁선근증 같은 자궁 질환이 40대 여성에게 많다. 이런 질환이 월경과다로 이어지고, 월경과다가 다시 철결핍성 빈혈을 만든다. 근종이 자궁 안쪽 내막 가까이에 있으면 크기가 작아도 월경량이 크게 늘 수 있다. 반대로 크기가 크거나 여러 개 있어도 내막에서 떨어져 있으면 증상이 거의 없을 수 있다.”
A : “자궁선근증은 자궁 자체가 붓는 병이다. 자궁이 많이 부어도 증상이 없을 수 있고 조금만 부어도 빈혈과 월경과다가 심한 경우가 있다. 임신과 출산, 월경, 자궁 질환이 빈혈 발생에 복합적으로 영향을 준다. 임신 자체로 인해 빈혈이 생기기도 하고, 이후 자궁 질환과 맞물리면서 빈혈 위험이 커지기도 한다. 본인의 월경량이 많다고 느낀다면 실제로 과다월경 범주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Q : 치료를 놓치면 어떤 문제가 생기나.
A : “철분이 부족하면 피를 만드는 적혈구를 충분히 만들 수 없다. 적혈구가 부족해지면 몸은 산소 부족 상태에 놓인다. 피로·어지럼증·숨참·두근거림·두통·집중력 저하가 나타나고 심장에도 부담이 커진다. 연구에 따르면, 만성 빈혈은 삶의 질 측면에서 보면 말기 암 환자의 그것과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지게 한다. 전반적으로 힘들고 가라앉아 있는 정도가 상당히 심하다. 빈혈이 있으면 얼굴이 하얘진다고 좋아하는 경우도 있는데 위험한 생각이다. 산소 공급이 부족해지면 전신 노화도 촉진된다. 빈혈 자체로도 쓰러지거나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을 만들 수도 있다.”
A : “문제는 환자가 자신의 월경량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하혈이 심해 쓰러져 응급실에 오는 환자도 있다. 왜 이렇게 심해질 때까지 안 오셨느냐고 물으면 사느라 바빴다거나 양이 많아도 그런가 보다 하고 견뎠다고 한다. 의학적으로는 한 주기당 양이 80㎖ 이상이면 과다월경으로 본다. 가늠하기 힘들기 때문에 패드에 덩어리진 피가 보이면 월경량이 많은 것을 의심해 보라고 설명한다. 패드가 흡수할 수 있는 양을 넘어서면 피가 덩어리처럼 보일 수 있다.”


Q : 어떤 검사를 받아야 하나.
A : “기본은 피검사다. 헤모글로빈 수치로 빈혈 여부를 확인한다. 필요하면 저장철을 반영하는 페리틴 수치를 본다. 철결핍성 빈혈은 진단이 어렵지 않고 치료도 비교적 쉽다.”
A : “중요한 것은 환자 본인이 의심하는 것이다. 피곤한 게 빈혈 때문인지, 월경량이 많은 건지 의심해 보는 것에서 시작한다. 자궁근종이나 자궁선근증을 진단받은 여성이면 빈혈 검사를 미루지 않는 것이 좋다.”


Q : 경구제, 정맥 철분제는 어떤 환자에게 적용하나.
A : “철분 보충은 음식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철분은 소고기·간·달걀 등에 많지만 매일 충분히 먹기 어렵고, 커피·홍차·녹차·탄산음료 등은 철분 흡수를 방해한다. 경구 철분제는 간편하지만, 회복까지 한두 달 정도 걸린다. 속쓰림·메스꺼움·변비로 복용을 지속하기 어려운 환자도 있다. 정맥 철분 치료는 빠른 보충이 필요하거나 경구제를 잘 복용하지 못하는 환자, 빈혈이 심한 환자, 수술 전 빈혈 교정이 필요한 환자 등에서 고려된다.”


Q : 치료 후 환자들은 어떤 변화를 느끼나.
A : “처음 외래나 응급실에서 봤을 때와 치료 후 환자의 얼굴색이 다르다. 핏기 없던 얼굴에 홍조가 돈다. 대개 환자들은 치료 후 몸이 훨씬 편해졌다고 말한다. 다만 철분을 보충하는 것만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자궁근종·자궁선근증 등 원인 질환이 있으면 이를 함께 치료해야 한다.”



이민영([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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