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심장 이식 수술을 마친 김이은(4)양이 '바드(VAD·체외형 심실보조장치)'를 제거하고 회복 중인 모습. 사진 김씨
" 바드가 없어진 모습이 낯설면서도 감사해요. 평생 빚 갚는 마음으로 값지게 키우겠습니다. "
생후 4개월에 ‘확장성 심근병증’을 진단받아 약 3년간 냉장고만 한 크기의 바드(VAD·체외형 심실보조장치)와 함께 생활해 온 김이은(4)양의 아버지 김모씨는 지난 22일 눈물을 훔쳤다. 지난 3월 11일 중앙일보의 ‘심장 바드와 2년…4살 이은이, 오늘도 기다립니다’ 보도 이후 보건복지부가 관련 규정을 개정하면서, 이은이는 심장 공여자를 찾았다. 지난달 23일 이식 수술을 받은 이은이는 1인실에서 회복 중이다. 경과가 좋으면 다음 달 퇴원해 가족들이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간다.
기존 보건복지부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의 장기이식관리 업무안내에 규정한 ‘심장 및 폐 응급도 결정을 위한 항목별 점수’에 따르면, 응급도가 높은 미성년 심장 이식 대기자는 하루 0.5점의 가산점을 받지만, 16일이 지나면 최대 점수인 8점에 도달해 더는 점수가 오르지 않았다. 이 때문에 2년 반을 기다린 이은이와 16일을 기다린 환아가 같은 가산점을 받아야 했다. 8점 동점이 된 이후에는 연령대가 낮을수록 우선권이 부여되면서 이은이는 한 차례 이식 기회를 놓치기도 했다. 김씨는 “불합리한 규정을 알게 된 뒤 지난해 말부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의원실 여러 곳에 수차례 전화·이메일을 보냈지만 ‘알아보겠다’고 답한 한 곳을 제외하면 몇 달째 아무런 답을 받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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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지난달 장기이식 규정 손질
김이은(4)양이 심장 이식 수술을 앞두고 세브란스 병원 의료진의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 김씨
언제 심장 이식을 받을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김씨는 국민 청원과 청와대 편지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제도 개선을 호소했다. 이런 일련의 노력과 본지 보도 이후 보건복지부는 세 차례 전문가 자문회의를 열었다. 업무안내에 규정된 ‘항목별 점수’가 가장 마지막으로 손질된 건 지난 2017년이다. 당시엔 심장 바드가 널리 보급되기 전이어서 응급도가 높은 심장 환아가 장기간 생존하며 이식을 기다리는 사례가 드물었다. 그러나 바드 사용이 확대되면서 이은이처럼 수년간 대기하는 환아들이 생겼다. 회의에서도 이런 현실과 규정 사이 괴리를 해소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고 한다.
결국 복지부의 최종 승인 절차를 거쳐 대기 기간이 길면 이식 우선순위가 높아지도록 지난달 2일에 규정이 바뀌었다. 그리고 규정이 바뀐 지 불과 보름 정도 만에 기적적으로 이은이와 나이대, 이식 조건이 맞는 심장 공여자가 나타났다.
김씨는 “이은이는 3년째 병원 바깥세상을 본 적이 없는데, 요즘 뽀로로를 보고 비행기를 타고 싶다고 이야기한다”며 “두 번째 삶을 살게 해준 세브란스 병원 의료진과 공여자 가족들에게 감사드리며, 나눔의 소중함을 잊지 않는 아이로 자라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