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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막히는데 큰일납니다” 서울광장 개장일, 경찰의 오판

중앙일보

2026.07.26 13:00 2026.07.26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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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회 ‘붉은악마’와 서울광장


나는 서울시청 앞을 지날 때마다 눈살이 찌푸려졌다. 시장이 되기 전부터 그랬다. 명색이 서울의 중심인 그곳이 얽히고설킨 차량 행렬 때문에 너무도 혼잡했기 때문이다.

당시 시청 앞은 대형 방사형 로터리였다. 차선이 무려 14~16개에 달했고, 1개 보조 출구를 더해 총 8개의 출구가 있는, 복잡하기 이를 데 없는 구조였다. 초행자는 말할 것도 없고 오랫동안 그곳을 이용했던 이들도 잠깐 한눈을 팔면 길을 잃을 정도였다.

광장이 생기기 전 서울시청 앞 방사형 로터리는 통행하는 차량들이 많아 정체와 대기오염이 심했고, 사람은 거의 접근할 수 없었다. 중앙포토

광장이 생기기 전 서울시청 앞 방사형 로터리는 통행하는 차량들이 많아 정체와 대기오염이 심했고, 사람은 거의 접근할 수 없었다. 중앙포토


그렇게 복잡하다 보니 상습적인 교통혼잡과 정체는 피할 수 없었다. 거기서 발생하는 오염물질과 쉴 새 없이 눌러대는 경적 때문에 늘 눈과 목, 귀가 따가웠다.

게다가 그 공간은 철저하게 사람을 배제했다. 보행로는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었다. 횡단보도도 없었기 때문에 길을 건너는 것도 중노동이었다. 사람들은 땅 밑으로 내려갔다가 지하보도를 통해 건너편으로 간 뒤 반대편 출구로 계단을 힘겹게 올라가야 했다. 장애인이나 노약자는 건널 엄두도 내지 못했다.

" 아니, 명색이 서울의 중심인 시청 앞 공간인데 어떻게 이런 꼴로 방치하고 있는 건가. "

나는 혀를 찼다.

외국은 달랐다. 내가 자주 출장 갔던 유럽은 어느 도시든 중심에 시청이 있었고, 그 앞에는 반드시 큰 광장이 있었다. 광장의 주인은 차가 아니라 사람이었다. 사람들은 거기 모여 물건도 사고팔고, 공연도 하면서 여유로운 한때를 보내곤 했다.

시청 앞 로터리를 뜯어고쳐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시장이 될 때만 해도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으로 바꿔야 할지에 대한 공부가 부족했고 확신이 없었다. 그래서 공약에 서울광장 조성 계획은 넣지 않았다.

그런데 당선 직후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2002한일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이 연전연승하면서 4강까지 올라가는 신화를 쓴 거다. 붉은색 티셔츠 차림의 시민들이 환호성과 함께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그때 그들이 총집결했던 곳이 바로 서울시청 앞 로터리였다. 그곳을 시민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여론이 분출하기 시작했다.

여론이 지원한다면 승산이 있었다. 자신감을 가진 나는 당선인 신분이던 2002년 6월 23일 ‘시청 앞 시민광장 조성’ 구상을 발표했다.

광장 개장일에 기자들이 목격한 놀라운 장면
그로부터 2년이 채 지나지 않은 2004년 5월 1일 이른 새벽, 서울시청 옥상이 떠들썩해졌다. 조용하기 이를 데 없던 그곳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들이닥쳤다.

그들은 빈손이 아니었다. 각양각색의 카메라를 쥐고 있었다. 망원경을 연상시킬 만큼 커다란 망원렌즈를 장착한 이도, 20㎏은 족히 나갈 정도로 무거워 보이는 영상 카메라를 둘러멘 이도 있었다.

모두 아래를 조준한 채 출근 시간이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이윽고 기다리던 때가 도래했다. 그런데 그들은 어쩐 일인지 사진과 영상을 찍는 대신 허탈한 표정으로 카메라를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휴대폰을 꺼냈다.

" 부장, 차가 안 막힙니다. 네, 교통 체증이 없어요. 통행이 잘 되는데 어쩌죠? "

그들은 언론사 사진 및 영상 기자들이었다. 기자들이 일제히 응시하던 곳은 새로 조성된 서울광장, 그리고 그 광장을 빙 두르는 형태로 새롭게 만들어진 도로였다.

그들은 그 도로에 차들이 꽉 막혀 오도 가도 못하는 장면을 찍기 위해 왔다. 그런 장면이 연출되리라 확신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통체증은 없었다. 차들은 거짓말처럼 원활하게 ‘신작로’를 오갔다. 낭패였다.

개장 이튿날인 2004년 5월 2일 서울시청 앞 잔디광장. 당시 언론은 교통대란을 우려했지만, 소통은 원활한 편이었다. 중앙포토

개장 이튿날인 2004년 5월 2일 서울시청 앞 잔디광장. 당시 언론은 교통대란을 우려했지만, 소통은 원활한 편이었다. 중앙포토

허탈하게 아래를 향하던 그들의 눈에 생각지 못한 장면이 포착된 건 해가 높이 뜬 이후였다. 그들은 다급하게 다시 휴대폰을 집어 들고는 새로운 기삿거리를 보고하기 시작했다.

" 부장! 차량 정체는 없지만, 기사가 될 만한 장면을 찾았습니다. "

전화를 받은 사진부장이 되물었다.

" 응? 그게 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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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막히는데 큰일납니다” 서울광장 개장일, 경찰의 오판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48153


서승욱.박진석.김상진.김기정.왕준열([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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