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프로야구 마이너리그에서 글러브 이물질 사용 의혹으로 10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은 투수 고우석이 결백을 주장하며 항소를 결심했다.
메이저리그 더그아웃에 선 고우석. AP=연합뉴스
고우석은 27일 개인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나는 투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어떠한 불법 물질도 사용한 적이 없다. 이 점은 분명하게 그리고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다”며 “결백을 밝히기 위해 선수 노조를 통해 항소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우석은 지난 25일(한국시간) 마이너리그 트리플A 홈 경기 등판 직전 글러브 이물질 검사를 통과하지 못해 퇴장 지시를 받았다. 수차례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심판진은 받아들이지 않고 그의 글러브를 회수했다. 이어 이틀 뒤인 이날 메이저리그(MLB) 사무국은 고우석의 10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확정했다.
MLB는 공식 야구 규칙 3.01항에 ‘어떤 선수도 흙·송진·파라핀·감초·사포·연마제 또는 기타 이물질로 공을 문질러 고의로 공을 변색시키거나 손상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6.02(c)항에는 ‘투수가 이물질을 묻힌 공으로 투구하거나 신체 또는 장비에 이물질을 부착·소지하는 행위를 금지한다’고 못 박았다. 이 조항을 위반한 선수는 즉시 퇴장해야 하고, 10경기 출전 정지 처분을 받는다.
지난 24일(한국시간) 트리플A 등판을 앞두고 글러브 검사를 받는 고우석. 사진 MiLB 중계화면 캡처
고우석은 “문제로 제기된 글러브의 물질은 올해 초부터 사용하며 땀과 로진이 반복적으로 엉키고 가죽에 굳어 형성된 것이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때부터 지금까지 매 경기 사용했던 글러브로, 경기를 진행하는 동안 단 한 번도 문제 제기를 받은 적이 없다”고 항변했다. 이어 “그 물질이 내 투구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없다고 자신한다”며 “이물질이라 판단된 그 부분은 손톱으로 가죽을 아주 강하게 긁어내야 겨우 떨어질 정도로 굳어 있어서 제거할 수도, 제거할 이유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2024년 미국으로 떠난 고우석은 지난 10일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전 마운드에 올라 3시즌 만에 MLB 데뷔 꿈을 이뤘다. 그러나 21일 클리블랜드전에서 1이닝 3실점한 뒤 다시 트리플A로 내려갔다. 마이너리그로 돌아와 절치부심하던 그가 첫 공을 던지기도 전에 뜻밖의 의혹에 휘말리자 야구계는 고개를 갸웃했다. 2년 넘게 트리플A에서 매 경기 철저한 글러브 검사를 경험했는데, 굳이 선수 생명을 건 무모한 도박을 감행할 이유가 없어서다.
지난 24일(한국시간) 트리플A 등판을 앞두고 글러브 검사를 받는 고우석. 사진 MiLB 중계화면 캡처
다만 항소를 통해 징계가 번복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검사 강화 이후 5년간 헥터 산티아고(시애틀 매리너스)·케일럽 스미스(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등 8명이 같은 이유로 항소했다가 전원 패배했다. 맥스 슈어저(토론토 블루제이스)·에드윈 디아즈(LA 다저스) 등도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승산이 없다고 판단해 결국 항소를 포기했다. 이들은 모두 “로진과 땀이 섞였을 뿐, 이물질은 아무것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고우석도 지금 크고 높은 벽 앞에 서 있다. 그는 “살아오면서 단 한 번도 부정한 방법으로 경쟁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야구를 하면서 스포츠의 가장 중요한 가치가 공정함이라 믿어왔고, 그 신념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며 “지난 시간 동안 마이너리그에서 기대만큼의 성적을 내지 못해 힘든 시간을 보내고, 바닥에서 다시 야구를 시작해야 했을 때도 나는 그 신념을 지키며 야구를 해왔다. 더 좋은 성적을 위해 야구의 가치를 훼손하는 선택은 하지 않았다”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