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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핑계를 물리치고 나이스 샷

Los Angeles

2026.07.26 20:00 2026.07.25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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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민 목사-시온연합감리교회

이창민 목사-시온연합감리교회

얼마 전 교회에서 ‘소박한’ 골프 대회가 열렸다. ‘소박하다’라는 말을 쓴 까닭은 격식을 갖춰 거창하게 열린 대회가 아니라,  9홀 코스를 도는 소규모 행사였기 때문이다. 비록 대회 규모는 작았지만, 필드에 들어서는 이들의 모습만큼은 큰 대회에 출전하는 프로 선수들 못지않게 어엿했다.
 
첫 번째 홀 티박스에 선 이들의 얼굴에는 이미 우승이라도 한 듯 자신감이 넘쳐났다. 하지만 홀을 하나씩 지날 때마다 당당했던 기세는 조금씩 꺾여 갔고, 공이 빗맞을 때마다 녹색 잔디 위로 깊은 한숨만 구름처럼 짙게 깔렸다. 마지막 아홉 번째 홀을 마치고 나오는 이들의 얼굴에는 자신감 대신 “ 대회에 참가한 것에 의의를 둔다”라는 겸손한 고백만 흘러나오고 있었다.
 
경기를 마친 이들에게 인사를 건네며 물었다. “오늘 공 좀 잘 맞으셨습니까?”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저마다 공이 안 맞은 이유를 털어놓기 시작하는데, 그야말로 각양각색의 ‘핑계 대잔치’가 펼쳐졌다. 어떤 분은 ‘어제 잠을 설쳐서 컨디션이 안 좋았다’라는 핑계를 댔고, ‘이 골프장이 처음이라 익숙지 않았다’라며 골프장 탓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단연 압권은 한 참가자의 핑계였다. “아이고 목사님, 점심으로 나온 짜장밥을 두 그릇은 먹어야 하는데, 한 그릇만 먹었더니 힘이 없어서 공이 안 맞았어요.”
 
아무리 골프가 ‘핑계의 스포츠’이고 수만 가지 핑계가 골프장에 존재한다지만, ‘짜장밥’ 핑계는 처음 들었다. 그 유쾌한 핑계에 한바탕 웃었지만, 돌아서서 생각하니 핑계는 골프장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었다. 우리네 인생길에도 수많은 핑계가 늘 따라붙는다. 사업이 기울면 불경기를 탓하고, 손님이 뜸하면 매장 위치를 탓한다. 매상이 줄면, 이 좋은 물건을 알아보지 못하는 손님들의 눈썰미를 탓하곤 한다.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 내 허물보다 외부 요인에서 원인을 찾는 것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능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세상의 그 어떤 핑계도  실패나 부족함을 정당화하지는 못한다. 핑계는 마음의 짐을 잠깐 덜어주는 임시방편일 뿐, 삶의 문제를 뿌리부터 해결해 주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핑계를 대는 순간, 우리는 문제의 주도권을 타인이나 환경에 넘겨주는 셈이 되고 만다. 남 탓과 환경 탓이라는 핑계의 그늘에서 벗어나 내게 주어진 삶의 자리를 고스란히 내 몫으로 여길 때, 우리는 비로소 삶의 주인이 된다.
 
핑계를 궁리하느라 흘려보내는 시간 대신, 내 삶을 온전히 내 책임으로 받아들이고 미래를 준비하는 정직한 땀방울을 흘리며 맡겨진 인생길을 신실하게 걸어가자. 그렇게 온갖 핑계를 물리치고 묵묵히 내딛는 걸음이야말로,진우리 인생이라는 필드 위에 펼쳐지는, 가장 멋진 ‘나이스 샷’이 될 것이다.

이창민 목사·시온연합감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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