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북중미 월드컵은 경기장 밖에서도 새로운 승부를 만들었다. 예측시장 플랫폼인 칼시(Kalshi)와 폴리마켓(Polymarket)에는 우승국부터 경기 결과, 선수들의 득점 여부 예측까지 수십억 달러가 몰렸다. 월드컵 기간 칼시의 거래 규모는 270억 달러를 넘어섰으며, 신규 가입자도 300만 명이나 급증했다.
예측시장을 보면 스포츠 베팅과 거의 차이가 없다. 특정 사건이 발생할 가능성을 가격으로 거래한다는 점에서 참가자는 사실상 승패에 돈을 거는 셈이다. 하지만 운영 방식은 다르다. 일반 스포츠북은 카지노나 북메이커가 배당률을 정하지만, 예측시장은 참가자들끼리 계약을 사고파는 구조다. 가격은 사건이 일어날 예상 확률을 의미하며, 시장 참여자들의 집단적 판단이 반영된다.
예측시장은 순기능도 있다. 선거나 금리 결정, 경기 침체 가능성 등 다양한 사건에 대한 시장의 기대를 실시간으로 보여준다. 기업과 연구기관이 참고자료로 활용하기도 하고, 전통적인 여론조사보다 정확한 사례도 적지 않다. 이러한 이유로 예측시장은 오락이 아니라 금융시장으로 분류돼 왔다.
그러나 스포츠 분야로 영역이 확대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이용자의 상당수는 투자 목적보다 단기간 수익을 노리고 참여한다. 경기 시작 직전까지 가격이 급등락하는 모습은 주식 투자보다 도박에 가까워 보인다. 특히 월드컵처럼 전 세계가 동시에 열광하는 이벤트에서 일부는 일확천금의 꿈을 위해 몰려든다.
문제는 중독성이다. 스포츠 베팅과 달리 예측시장은 투자라는 이름을 달고 있어 심리적 경계가 낮다. 이용자는 스스로를 도박꾼이 아니라 투자자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결과가 확정되는 순간 계약 가치가 ‘0달러’가 되는 구조는 도박과 크게 다르지 않다.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거래를 반복 하는 물타기도 나타난다.
또 다른 우려는 정보 비대칭이다. 정치나 기업 실적, 임상시험 결과처럼 일부 관계자만 미리 알 수 있는 정보가 거래에 이용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최근 기업들 사이에선 특정 예측시장 거래와 관련해 내부자 거래 가능성을 조사하는 사례도 등장했다. 시장이 커질수록 감독의 필요성도 커지는 이유다.
법적 지위 역시 여전히 혼란스럽다. 칼시는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감독을 받는 연방 규제 시장으로 운영되며, 연방 정부는 예측시장을 금융 파생상품으로 본다. 반면 여러 주 정부에서는 스포츠 계약이 사실상 스포츠 도박이라며 제동을 걸고 있다. 워싱턴주는 최근 칼시의 스포츠 계약 판매를 금지하는 가처분 결정을 내렸고, 매사추세츠·미시간·네바다·뉴욕 등도 소송이나 행정 조치를 진행 중이다. 연방 정부는 오히려 “예측시장은 CFTC의 관할”이라며 주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가주는 어떨까. 현재 가주는 온라인 스포츠 도박을 합법화하지 않았지만, 연방 규제를 받는 예측시장 플랫폼 자체에 대해서는 별도의 금지 조처를 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현시점에서는 칼시와 일부 폴리마켓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지만, 관련 법안과 규제 논의가 이어지고 있어 상황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 즉, 도박은 불법이지만 예측시장은 가능한 다소 모순적인 구조가 형성돼 있는 셈이다.
예측시장은 앞으로도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금융과 스포츠, 정치와 경제를 하나의 플랫폼에서 거래하는 새로운 시장이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장이 커질수록 투자와 도박의 경계는 더욱 흐려질 것으로 보인다. 법적으로는 금융상품일지 몰라도, 이용자의 심리는 도박과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
예측시장이 혁신적인 금융상품으로 자리 잡을지, 아니면 온라인 도박의 새로운 얼굴이 될지는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 어디까지를 투자로 보고 어디부터를 도박으로 볼 것인가 하는 기준이 필요한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