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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인터뷰] 3억6000만 달러 성공보다 귀한 게 사람

Los Angeles

2026.07.26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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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E재단 이용기 이사장]

여권 없던 학생에 여권 선물
한양대생 20명 미국 탐방 지원
가난과 실패 딛고 미국서 성공
교육·의료지원 통해 나눔의 삶
대학 이름에도 새긴 기부 뜻
받은 도움 세상에 돌려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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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억6000만 달러에 회사를 매각한 성공한 기업인. 하지만 이용기(사진) 앤드류&엘리자베스(A&E)재단 이사장이 남기고 싶은 것은 돈도, 회사도, 이름도 아니었다. 그는 받은 도움을 다시 사회에 돌려주는 사람을 키우는 데 자신의 성공을 쓰고 있었다.  
 
 
 
▶첫 여권이 된 나눔  
 
그 마음은 해외에 한 번도 나가본 적 없는 대학생들의 첫 여권으로 이어졌다.  
 
지난 18일 미국 땅을 처음 밟은 한양대 학생 4명은 이용기 이사장의 지원으로 생애 첫 해외여행에 나섰다. 항공권과 숙박비, 현지 탐방 비용까지 모두 그의 몫이었다. 학생들은 내달 3일까지 USC와 UCLA, 한양대 동문 기업 등을 둘러보며 미국을 경험한다.  
 
2022년 그가 한양대에 제안해 시작한 ‘마이 퍼스트 패스포트(My First Passport: MFP)’는 해외 경험이 없는 학생들의 여권 발급과 미국 탐방 비용을 전액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올해까지 모두 20명이 그의 도움으로 미국에서 견문을 넓혔다.  
 
“학생들이 한국을 넘어 더 넓은 세상을 직접 경험했으면 했습니다. 언젠가 자신이 받은 도움을 또 다른 사람에게 돌려주겠다는 마음도 함께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그는 장학금보다 기회를 선물하고 싶었다. 젊은 시절 자신이 얻지 못했던 경험을 다음 세대에는 전해주고 싶어서였다.
 
그의 교육 철학은 최근 한양대에서도 인정받았다. 한양대는 자율전공학부 명칭을 ‘한양YK인터칼리지’로 바꿨다. 국내 대학이 기부자의 이름을 학부 명칭에 반영한 첫 사례다.  
 
“한 분야에 갇히지 않고 삶의 여유와 폭넓은 교양을 갖춘 사람이 됐으면 합니다.”  
 
그래서 그는 교육을 ‘백년대계’라고 말한다. 눈앞의 성과보다 한 사람을 키우는 일이 결국 사회의 미래를 만드는 길이라는 믿음이다.
 
그 철학은 화려한 성공담이 아니라 가난과 실패, 수많은 도전 끝에 얻은 삶의 결론이었다.  
 
2024년 한양대 명예박사 학위 수여식

2024년 한양대 명예박사 학위 수여식

‘마이 퍼스트 패스포트’에 참가한 한양대학교 학생 4명과 관계자가 지난 18일 LA국제공항에 도착해 이용기(맨 오른쪽) 이사장과 함께 환영 현수막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마이 퍼스트 패스포트’에 참가한 한양대학교 학생 4명과 관계자가 지난 18일 LA국제공항에 도착해 이용기(맨 오른쪽) 이사장과 함께 환영 현수막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가난이 키운 도전  
 
전북 익산군 여산면에서 태어난 그는 고등학교 때 부친을 여의며 어려운 가정형편 속에서 학업을 이어갔다. 1964년 중앙대에 입학했지만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해 한 학기 만에 학업을 중단해야 했다. 이후 가정교사와 미8군 하우스보이로 생계를 꾸렸다. 1967년 한양대 전기공학과 야간 과정에 편입해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공부했다. 그의 인생을 바꾼 것은 겨울방학 동안 배운 두 달간의 냉동기술이었다. 미8군에서 기술을 익히기로 결심한 그는 미국 냉동기술 서적을 독학하며 영어와 기술을 함께 익혔다.  
 
이듬해 베트남 파견 기술자로 선발된 그는 스물한 살에 해외로 향했다.  
 
“안 되면 돌아오면 된다는 마음으로 도전했습니다.”  
 
▶기술로 연 미국행  
 
베트남에서 3년을 보낸 뒤 1971년 미국에 정착한 그는 냉난방 기술자로 일하며 사업 기회를 발견했다. ‘필요한 부품을 미리 만들어 공급하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는 1980년대 중반 냉난방 부품업체 트루에어(TRUaire) 공동 창업으로 이어졌다.
 
“아이디어 하나만 믿고 시작했습니다. 모든 것을 미리 알았다면 오히려 도전하지 못했을 겁니다.”  
 
트루에어는 전국 최대 주택개량용품 유통업체 홈디포의 핵심 협력사로 성장했고, 홈디포 ‘올해의 파트너’에 두 차례 선정됐다. 2020년에는 회사를 나스닥 상장사 CSW인더스트리에 3억6000만 달러에 매각했다.  
 
▶성공보다 신의  
 
그에게 사업 성공보다 더 큰 자산은 사람과의 ‘신의’였다.  
 
1990년대 초 경기 침체와 4·29 LA폭동으로 부동산이 차압 위기에 놓였을 때도 그는 파산을 선택하지 않았다. 일부 재산을 지킬 수 있었지만, 자신을 담당했던 한국계 은행 직원들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나 때문에 누군가 오랫동안 다닌 직장에서 피해를 보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은행이 요구한 방식대로 재산을 처분한 뒤 손에 남은 것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그때 지킨 신의는 훗날 더 큰 신뢰로 돌아왔다. 귀국한 은행 직원들은 한국에서 공장을 마련하고 금융기관을 연결하며 그의 재기를 도왔다.
 
“신뢰는 약속을 지키는 것이고, 신의는 그 신뢰를 오래 이어가는 힘입니다.”  
 
이 같은 철학은 직원들과의 관계에서도 이어졌다. 불경기 때 직원들은 해고 대신 근무시간을 줄여 함께 위기를 넘기자고 먼저 제안했다.  
 
▶제품보다 마음,이름보다 사람  
 
평생 영업을 맡았던 그의 철학도 결국 사람을 향했다.
 
“나는 제품이 아니라 내 마음을 팝니다(I am not selling my product. I am selling my heart).”
 
그는 “제품보다 먼저 사람을 믿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업에서 물러난 지금도 그는 A&E재단을 통해 교육과 의료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그가 말하는 성공은 돈이나 직함이 아니다.
 
“여든이 된 지금 ‘그래도 잘 살아왔다’고 말할 수 있다면 그것이 성공입니다.”
 
이제 그의 이름은 대학에 남았다. 그러나 그가 진정으로 남기고 싶은 것은 이름이 아니라 사람이다.
 
“훗날 제가 도운 학생들이 ‘이번에는 내가 도와야겠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이용기 이사장은 …
 
전북 익산 출생 (1946)
 
한양대 전기공학과(67학번)
 
냉난방 업체 트루에어창업  
 
LA 한인상공회의소 회장  
 
트루에어 3억6000만불 매각(2020)
 
A&E재단 설립    
 
‘마이 퍼스트 패스포트’ 론칭(2022)  
 
국민훈장 목련장 수훈(2023)  
 
한양대 명예 경영학박사(2024)

강한길 기자·김여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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