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서울 설립’ 띄운 복지부…8년 기다린 남원, 국립의전원 ‘무산 위기’ 반발

중앙일보

2026.07.26 21:43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16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보건복지부 등 업무 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16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보건복지부 등 업무 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정은경 “국립의전원 부지, 중앙의료원 옆 희망”

국립의학전문대학원(국립의전원) 유치를 추진해 온 전북 남원시가 발칵 뒤집혔다. 지난 5월 관련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8년 묵은 숙원을 풀 거라 기대했지만, 최근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가 국립의전원 서울 설립 구상을 밝히면서다.

27일 남원시에 따르면 정부와 당시 여당(더불어민주당)은 2018년 서남대 폐교 이후 의대 정원 49명을 활용해 남원에 국립 공공보건의료대학을 세우기로 합의하고, 교육부 심의를 거쳐 행정 절차를 밟아 왔다. 남원시는 토지 보상 협의와 감정 평가를 실시해 남원의료원 인근에 전체 예정 부지 6만4792㎡ 중 55%가량을 이미 확보했다. 양충모 남원시장은 지난 1일 취임 이후 국립의전원 유치를 최우선 과제로 정하고 정부에 내년도 설계비 40억원을 포함한 국가 예산 확보와 연내 부지 확정을 요구했다.

그러나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16일 대통령 업무 보고에서 “국립의전원의 주 수련병원은 국립중앙의료원이 될 것”이라며 “국립중앙의료원 옆에 국립의전원 부지를 확보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서울 중구 방산동 미군 공병단 부지로 신축 이전을 추진 중인 국립중앙의료원 인근에 국립의전원을 신설하고, 교육·실습 자원을 서울에 모으겠다는 게 복지부 구상이다.

2018년 폐교 당시 서남대 캠퍼스 모습. 안내판이 녹슬고 구겨져 있다. 김준희 기자

2018년 폐교 당시 서남대 캠퍼스 모습. 안내판이 녹슬고 구겨져 있다. 김준희 기자



“정부가 입법 취지 훼손” 비판

전북을 중심으로 “정부가 스스로 입법 취지를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복지부의 희망 사항일 뿐”이라고 수습에 나섰지만,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지난 5월 제정된 ‘국립의학전문대학원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은 지방의 필수 의료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마련됐다. 학생에게 등록금·기숙사비를 국비로 전액 지원하는 대신 졸업 후 15년 동안 지방 공공보건의료기관에서 의무 복무하도록 법으로 강제했다.

하지만 복지부의 ‘국립의전원 서울 설립’ 구상이 나오면서 지역 사회에선 “남원 유치가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남원 주민 이모(62)씨는 “서남대 폐교 이후 8년간 재추진과 법안 폐기가 반복되며 ‘희망 고문’을 견뎌 왔다”며 “지역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최근 전북대병원 신생아중환자실(NICU)을 홀로 지키던 전문의가 과중한 업무로 사직하는 등 지역 필수 의료 체계가 붕괴 직전에 몰린 상황에서 정부가 수도권 중심 사고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희승 의원(남원·장수·임실·순창)과 관계자들이 2022년 9월 19일 전북 전주시 전북도의회에서 남원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 박희승 의원(남원·장수·임실·순창)과 관계자들이 2022년 9월 19일 전북 전주시 전북도의회에서 남원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박희승 “국립중앙의료원도 남원 이전” 촉구

지역 정치권도 발끈했다. 남원을 지역구로 둔 박희승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남원·장수·임실·순창)은 “수도권 집중을 심화시키는 정책이자 지역 필수 의료 강화를 포기하는 것”이라며 “복지부의 서울 설립 구상을 전면 백지화하고, 차라리 국립중앙의료원을 남원으로 단계적으로 이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북도의회 농업복지환경위원장인 권요안 도의원(완주2)도 지난 23일 전북도 복지여성보건국 추가경정예산 심사 자리에서 “국립의전원은 전북 도민의 숙원 사업인데, 정은경 장관 발언은 도민 불안을 가중하고 있다”며 “전북도 차원의 TF를 당장 꾸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북도는 자체 협의체를 구성해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전북도 관계자는 “국가 균형발전과 지역 필수 의료 강화라는 법 원칙을 지키려면 국립의전원 남원 설립을 조속히 확정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기획재정부·국회예산정책처 등에 따르면 국립의전원 설립엔 2026년부터 2033년까지 최소 967억원 국비가 투입된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설립준비위원회를 꾸린 뒤 2028~2029년 건물을 신축해 2030년 첫 신입생(정원 100명) 모집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김준희([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