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LA시 제퍼슨파크 지역의 수도관 파열로 물이 도로 위로 범람하고 있다. [KTLA ,CITZEN APP 캡처]
열흘 새 세 번째다. LA시가 100년 안팎의 노후 수도관을 제때 교체하지 못한 채 ‘터질 곳부터 막는’ 땜질식 관리만 이어가면서 대형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예산과 인력 부족을 이유로 노후 상수도망 교체를 미뤄온 LA시와 LA수도전력국(LADWP)이 시민 안전보다 비용 부담을 앞세운 것 아니냐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LADWP에 따르면 26일 오전 2시쯤 제퍼슨파크 지역 사우스 브론슨 애비뉴 2800블록에서 수도관이 파열됐다. 이날 오전 6시 기준 주택과 상가 등 37개 수도 서비스와 소화전 3곳의 급수가 중단됐으며 복구 작업은 계속 진행 중이다.
이번 사고는 지난 16일에 발생한 웨스트할리우드 지역 선셋 불러바드의 대형 수도관 파열 사고 복구가 끝난 지 하루 만에 일어났다. 앞서 지난 23일에는 선셋 불러바드에서 약 2마일 떨어진 샌타모니카 불러바드와 로럴 애비뉴 교차로에서도 1921년 설치된 105년 된 6인치 수도관이 터져 인도와 상가 앞이 물과 진흙에 잠기고 일부 차선이 통제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잇단 사고가 우연이 아니라 노후 인프라를 제때 교체하지 못한 구조적 문제라고 지적한다.
LA타임스에 따르면 LA시 상수도관의 30% 이상은 설치된 지 80년이 넘었다. 2018년 조사에서는 대형 송수관의 11%가 100년 이상 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LADWP는 예산과 인력 부족, 긴 공사 기간 등의 이유로 노후 수도관을 전면 교체하기보다 파손 위험이 큰 구간부터 우선 보수하는 데 그치고 있다.
LADWP도 한정된 예산과 인력 탓에 파열 가능성이 높은 수도관부터 우선 관리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방식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 ‘터질 때까지 버티는 관리’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USC 토목·환경공학과 루시오 소이벨만 교수는 “LA시가 수도 인프라에 충분한 투자를 하지 않고 있다”며 “시설이 붕괴된 뒤 치르는 사회적 비용이 예방 비용보다 훨씬 크다”고 말했다.
LADWP는 5년간 80억 달러를 투입하는 수도시설 개선 계획을 추진 중이며 올해 일반 상수도관 45마일을 교체할 예정이다. 또 고위험 송수관 교체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현재 LA시 지하에는 대형 송수관 547마일과 일반 상수도관 6780마일이 매설돼 있고 관련 사업은 2057년까지 예정돼 있어 노후화 속도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LADWP는 “LA에서는 하루 평균 2~4건의 수도관 파열이 발생한다”며 최근 대형 사고가 이어지면서 평소 관심을 받지 않던 소규모 사고까지 주목받고 있다고 전했다.
한인타운도 결코 안전지대가 아니다. 지난해 10월 한인타운 4가 인근에서는 노후 수도관이 파열돼 대형 싱크홀이 발생하면서 차량 통행이 통제됐다. 한인타운 역시 오래전에 매설된 상수도관이 밀집한 지역으로 근본적인 교체가 이뤄지지 않는 한 비슷한 사고가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