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학교(총장 윤동섭) 생명시스템대학 이인석 교수 연구팀이 세계 최대 규모의 실험쥐 장내 바이러스 유전체 카탈로그를 구축하고, 장내 바이러스 정보만으로 개체의 노화를 예측할 수 있음을 밝혔다. 이번 연구는 장내 바이러스가 사람의 건강과 질환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하고,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진단·치료 기술을 개발하는 데 기초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 몸속에는 약 100조 개 이상의 미생물이 살고 있으며, 이를 마이크로바이옴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는 주로 장내 세균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장내에 세균 수에 맞먹는 바이러스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사람 세포를 감염하는 바이러스가 아니라 세균을 숙주로 하는 박테리오파지다. 박테리오파지는 장내 세균을 감염시키며 세균의 증식과 기능, 유전자 교환을 조절한다. 이에 따라 장내 바이러스는 장내 미생물 생태계를 형성하는 핵심 구성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도 최근 Human Virome Program을 시작하며 인체 바이러스 군집 연구를 본격화하고 있다. 하지만 장내 바이러스 연구는 세균 연구보다 뒤처져 있으며, 어떤 바이러스가 존재하는지조차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국내외에서 확보한 2638개의 장내 메타게놈 데이터를 분석했다. 이를 통해 10만9778개의 장내 바이러스 유전체와 2만8824종의 바이러스를 포함하는 실험쥐 장내 바이러스 유전체 카탈로그를 구축했다. 이번 카탈로그는 기존 데이터베이스보다 알려진 바이러스 종 다양성을 약 68% 확대했다. 기존 분석으로 복원되지 못했던 바이러스 유전체를 새롭게 복원해 유전체 완성도도 높였다.
연구팀은 구축한 카탈로그를 이용해 장내 바이러스와 장내 세균 사이의 관계를 분석하고, 사람과 생쥐 장내 바이러스의 차이도 체계적으로 살폈다. 또한 장내 바이러스 정보만으로 생쥐의 나이를 높은 정확도로 예측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노화 예측에 크게 기여한 바이러스 대부분은 기존 기술로 발견되지 않았던 새로운 바이러스였다. 이번 연구는 장내 바이러스가 단순히 세균을 감염시키는 존재를 넘어 숙주의 생리 상태를 반영하는 바이오마커가 될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인석 교수는 “현재 연구팀은 세계 최대 규모의 인체 장 및 구강 바이러스 유전체 카탈로그도 구축을 완료하고 발표를 준비하고 있다”며 “인간 장내 바이러스 지도가 공개되면 장내 바이러스를 활용한 질환 진단과 치료 연구가 크게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는 세균 중심에서 바이러스까지 아우르는 새로운 단계로 발전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에는 연세대 생명공학과 김한준 박사과정생이 단독 제1저자로 참여했다. 연세대 변상균 교수와 미국 하버드의대 Martin Hemberg 교수가 공저자로 참여했다.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지원사업, 구강마이크로바이옴 연구센터, 연세대 바이오센테니얼융합연구원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7월 21일 온라인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