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와 친분을 이용해 각종 청탁을 받은 의혹이 제기된 건진법사 전성배 씨가 지난해 8월 21일 서울 종로구에 마련된 민중기 특별검사팀(김건희 특검팀) 사무실로 향하고 있다. 뉴스1
법원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발언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로 판단하면서 전씨를 “통상적인 불교 승려와는 구분되는 점술적 방식으로 조언하는 성격을 가진 인물”이라고 규정했다.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는 2013년부터 전씨와 친분을 이어왔고, 윤 전 대통령이 검찰 재직 당시 징계·좌천 문제부터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의 갈등 국면까지 전씨의 조언을 받은 사실도 인정된다고 봤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조순표 부장판사)는 27일 윤 전 대통령의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재판부가 허위사실 공표로 본 발언은 윤 전 대통령이 2022년 1월 17일 불교리더스포럼 출범식에서 한 인터뷰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건진법사 전씨에 대해 “세계일보에 언급된 분은 우리 당 관계자분께서 이분이 많이 응원하신다고 해서 인사를 한 적은 있습니다만 선거에는 원래 다양한 분들이 오잖아요. 저는 스님이라고 소개를 받았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기자가 “배우자 분과 같이 만난 건 아닌가”라고 묻자 윤 전 대통령은 “그건 아니고요”라고 답했다.
재판부는 해당 발언을 특정한 시간과 장소에서의 만남 여부로 좁혀 해석할 수 없다고 봤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이 무속 논란에 휩싸였고 전씨가 윤 전 대통령의 대권 출마 여부와 메시지·일정 등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일반 유권자들이 발언을 단순히 ‘당 관계자가 소개한 자리에서 김 여사가 함께 있었느냐’는 의미로 받아들이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국민들의 관심은 피고인이 무속인으로 알려진 전성배와 알고 지내온 사이인지, 배우자 김건희와 함께 전성배를 한 번이라도 만난 적이 있는지에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법원은 윤 전 대통령과 전씨가 2013년 12월쯤 김 여사를 통해 알게 됐다고 판단했다. 이후 윤 전 대통령이 검찰 내 징계와 좌천 문제부터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의 갈등 국면까지 전씨에게 조언을 받은 사실도 인정된다고 봤다.
윤 전 대통령이 김 여사와 함께 전씨가 운영하는 법당을 방문하거나 자택에서 전씨를 만난 사실을 스스로 인정한 점도 판단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의 발언에 허위사실 공표의 고의도 있었다고 판단했다. 다른 사람에게 전해 들은 내용이 아니라 직접 경험한 사실에 관한 발언이어서 착오 가능성이 작고, 당시 무속 논란이 지지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에서 아무런 유보 없이 단정적으로 말했다는 이유에서다.
법원은 전씨의 성격에 대해서도 일반적인 불교 승려와는 다르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전씨가 인물의 운세나 관계의 길흉 등을 논하는 방식으로 조언해왔다며 “점술적 방식으로 조언하는 성격을 가진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김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공범으로부터 전씨를 소개받을 당시 ‘무당’을 전제로 했던 점과 전씨가 운영한 법당이 정식 사찰 형태가 아닌 단독주택이었던 점, 법당에 불상이 아닌 전씨의 모친상이 있었던 점 등도 판단 근거로 제시했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전씨와 장기간 친분을 유지하며 개인적·정치적 상황에 관한 조언을 받은 사실이 유권자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이러한 인물과 장기간 친분을 유지하며 개인적, 정치적 처지에 관한 조언을 받아왔는지 여부는 후보자가 국정운영에 있어 합리적 판단이 아닌 비공식적 영향력에 의존할 가능성과 직결된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후보자의 자질, 성품, 능력 등에 관한 선거인들의 공정한 판단에 영향을 줄 만한 행위”라며 “유권자의 관심이 대단히 높았던 사항에 관해 허위의 사실을 공표한 것으로써 그 죄질이 매우 무겁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