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한국거래소가 집계한 올해 코스피 시장 사이드카 발동 횟수는 총 41회로, 연간 기준 역대 최대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기록한 26회도 크게 웃돈다. 특히 지난 10일부터 24일까지 10거래일 동안 코스피 또는 코스닥 시장에서 하루도 빠짐없이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사이드카는 선물시장의 급격한 움직임이 프로그램매매를 통해 현물시장으로 번지는 속도를 늦추는 장치다. 선물가격이 급락하면 프로그램이 상대적으로 비싸진 코스피200 구성 종목을 한꺼번에 팔아 지수 하락폭을 키울 수 있는데, 사이드카는 이 연결고리를 5분간 끊는다. 코스피 시장에서 선물가격이 5% 이상 오르거나 내린 상태가 1분간 이어지면 해당 방향의 프로그램매매 호가 효력이 5분간 정지된다. 코스닥에선 선물가격이 6% 이상 움직이고 현물지수도 같은 방향으로 3% 이상 움직일 때 발동한다.
다만 시장 전체 거래가 멈추는 것은 아니다. 개인투자자의 일반 주문은 계속 유입되고, 프로그램매매로 분류되지 않는 일부 자동 주문도 그대로 진행된다. 선물거래 역시 계속된다. 정지된 프로그램 주문도 사이드카가 해제되면 다시 시장에 나올 수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사이드카가 발동된 5분 동안 주문이 쌓였다가 거래 재개 후 한꺼번에 몰리면서 오히려 변동성을 확대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사이드카는 1987년 미국의 ‘블랙먼데이’를 계기로 이듬해 미국에서 처음 도입됐다. 당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하루 만에 22% 넘게 추락한 가운데 주가지수선물을 자동 매도하는 프로그램매매가 낙폭을 키운 원인으로 지목됐다. 한국도 1996년 코스피 시장에 사이드카를 도입했다. 그러나 미국은 약 10년 만인 1999년 사이드카를 폐지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증시 급락 당시 거래를 분석한 결과, 시장 하락을 완화하는 효과가 뚜렷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특정 프로그램매매만 막으면 현물과 선물의 가격 차이가 정상적으로 좁혀지는 과정을 방해하고 거래비용을 키울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현재 미국은 시장 전체 급락에는 서킷브레이커를, 개별 종목 급변에는 가격변동 제한장치(LULD)를 적용한다. 홍콩도 이와 비슷한 변동성조절장치(VCM)를 운영한다.
일본은 닛케이225 선물이 상·하한가에 도달하면 거래를 10분 이상 중단하고(서킷브레이커), 가격제한폭을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중국은 2016년 지수 서킷브레이커를 도입했지만, 오히려 매도 심리를 자극하는 부작용이 나타나 4거래일 만에 중단했다. 현재는 일반주와 기술주 등 종목별로 가격제한폭을 달리 적용해 변동성을 관리하고 있다.
정근영 디자이너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사이드카가 실제로 시장 변동성을 낮추는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반도체주 쏠림과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확대, 높은 개인투자자 비중 등 변동성을 키우는 시장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작업이 더 필요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