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이 정도로 수비를 잘하는 선수인 줄 몰랐다. 한국에서 한 번도 보지 않았던 유격수까지 완벽하게 커버 중인 송성문(29·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 메이저리그에서 수비로 가치를 높이고 있다.
송성문은 지난 27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파크에서 치러진 2026 메이저리그 마이애미 말린스와의 원정경기에 9번 타자 유격수로 선발 출장, 4타수 무안타 2삼진을 기록했다.
시즌 타율이 2할1푼2리(99타수 21안타)로, OPS가 .593으로 떨어지며 타격에선 힘을 쓰지 못했다. 하지만 안정된 유격수 수비로 투수들을 든든히 뒷받침하며 샌디에이고의 5-3 승리에 일조했다.
3회 에르베르토 에르난데스의 느린 땅볼 타구를 빠르게 처리한 게 시작이었다. 샌디에이고 전담 방송사 ‘파드리스TV’ 해설가 마크 그랜트는 “송성문의 유격수 수비가 좋다. 글러브질을 잘한다. 글러브에서 송구하는 손으로 공을 옮기는 동작을 보면 얼마나 빨리 빼내는지 알 수 있다. 손을 앞으로 가져온 뒤 바로 송구 동작으로 이어진다”며 글러브에서 빠르게 공을 빼내는 동작을 칭찬했다.
6회에도 에르난데스의 정면 땅볼 타구를 잡고 가볍게 러닝 스로로 1루에 부드럽게 연결한 송성문은 7회 기민한 판단력도 보여줬다. 1사 2루에서 오토 로페즈의 땅볼 타구를 잡은 뒤 3루로 던져 2루 주자 하비에르 사노하를 잡아냈다. 이번에도 그랜트는 “송성문이 글러브에서 손으로 공을 빼내 송구하는 과정이 얼마나 빠른지 알 수 있다. 주자를 보고 빠르게 공을 빼내 3루 주자를 잡았다”며 또 다시 감탄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9회에도 사노하의 중견수 쪽으로 향하는 땅볼 타구를 허리 숙여 따라가 캐치했다. 이어 러닝 스로로 1루에 정확하게 던져 아웃을 완성했다. 그랜트는 “정말 훌륭한 유격수 수비”라고 송성문을 치켜세웠다.
[사진] 샌디에이고 송성문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 2년간 KBO리그에서 최정상급 타격 생산력으로 주목받은 송성문이지만 메이저리그 진출 첫 해에는 견고한 수비력으로 존재감을 높이며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2루수(26경기 16선발 159이닝), 유격수(12경기 7선발 73이닝), 3루수(7경기 6선발 51이닝) 등 내야 3개 포지션을 오가며 283이닝 연속 무실책 행진을 기록 중이다.
단순히 실책만 없는 게 아니다. 평균 대비 아웃카운트 처리 지표인 OAA도 +3으로 리그 상위 15%에 속할 만큼 뛰어나다. 2루수, 유격수, 3루수 모두 각각 +1이다. 안정된 포구, 정확한 송구, 넓은 범위 등 내야 수비의 삼박자가 완벽하게 잘 맞아떨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유격수 수비력이다.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에서 9시즌 동안 주로 3루수, 2루수를 맡으며 가끔 1루수도 커버한 송성문은 유격수 경험이 전무했다. 하지만 훨씬 더 수준 높은 메이저리그에서 유격수로 물샐틈없는 수비를 하는 게 놀랍다. 수비는 반복 훈련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노력의 영역으로 인정되지만 메이저리그에서 이 정도 수비는 재능 없이 설명하기 어렵다.
골드글러브 2회 수상자인 샌디에이고 거포 3루수 매니 마차도도 “송성문의 수비는 훌륭하다. 우리가 그와 계약할 때 기대했던 것이 2개 이상 포지션을 소화하는 것이었고, 송성문은 그 일을 훌륭하게 해내고 있다”고 칭찬했다. 방망이가 기대만큼 안 맞고 있지만 이렇게 수비가 된다면 꾸준히 출장 기회를 얻어 타격감도 살릴 수 있다. 내야 전천후 선수로 로스터 한 자리도 굳혀가고 있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