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9기 부산·경남 지방의회 곳곳에서 ‘원 구성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그간 특정 정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하다 올해 지방선거로 정당 간 의석 수가 비슷해진 의회들이 자리 싸움으로 극심한 내홍에 휩싸였다. 지역 사회에서는 “유권자가 균형을 맞춰줬는데 ‘감투 욕심’에 협치가 실종되고 민생이 뒷전에 놓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남 사천시의회는 최근 의장단 선출 과정에서 불거진 ‘기습 탈당’ 논란으로 의회가 발칵 뒤집혔다. 27일 각 기초의회 등에 따르면 이번 선거 결과, 시의회 전체 12석 중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이 6석씩 얻었다. 지난 의회에서 국민의힘 9석, 민주당 3석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절묘한 균형이 맞춰진 셈이다.
이런 균형은 전반기 의장단 선거 직전 깨졌다. 선거(2일)를 하루 앞둔 지난 1일, 의장 후보인 최용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탈당하면서다. 이후 최 의원은 최동환 민주당 의원과 맞붙은 선거에서 전체 12표 중 7표를 얻어 의장에 당선됐다. 민주당은 6대 6 구도에서 최 의원이 기습 탈당 후 국민의힘 6표를 흡수했다고 의심, 이를 ‘밀실 야합’으로 규정했다. 당초 의장 후보로 등록했던 국민의힘 의원이 선거 당일 돌연 사퇴한 것도 이런 의심에 불을 지폈다. 같은 날 부의장에는 국민의힘 의원이 선출됐다. 민주당 의원들은 의사 일정을 전면 거부하고 있다.
시민단체인 ‘사천시민행동’은 지난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시민들은 6대 6이라는 균형 있는 의석을 만들어줬다”며 “서로 견제·소통하며 상생의 정치를 펼치라는 시민의 엄중한 명령이었는데, 시의회는 출범과 동시에 이 명령을 정면으로 거역했다”고 비판했다.
경남 양산시의회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의장 선거 때 국민의힘 후보가 민주당 표를 흡수, 의장에 당선되면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의사 일정을 보이콧하고 있다. 당초 국민의힘은 당내 의장 후보로 김판조 의원을 내세웠지만, 같은 당 박일배 의원은 독자 출마해 당선됐다. 양산시의회는 국민의힘 11석, 더불어민주당 9석으로 의석 수가 비슷하다.
경남 통영시의회에서는 원 구성을 둘러싼 여야 대치로 의회가 제 기능을 못해, 최근까지 통영시 민생지원금(1인당 33만원) 지급이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원 구성 갈등으로 민생지원금 조례·추경안 심의가 지연되고 있어서다. 오는 8월 민생지원금 지급이 당초 통영시 목표였다. 다만, 시민 비판 여론이 나오자, 의회 다수당인 민주당은 오는 28일 열릴 임시회를 통해 원 구성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한다. 지난 의회 땐 전체 13석 중 8석을 차지한 국민의힘이 다수당이었지만, 이번엔 민주당이 14석 중 7석을 가져가며 다수 의석을 차지했다.
‘의장 인사’가 비어있는 부산 강서구의회 홈페이지 캡처. [사진 부산 강서구의회 홈페이지]
부산도 마찬가지다. 여야 의석수 비슷한 강서구의회, 북구의회, 수영구의회가 여야 대립으로 의장단 선출이 무산되거나 의회 개원식 불참하는 등 파행을 겪었다.
조재욱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의회 내 균형을 맞춘 표심을 반영해 출범 초기에는 서로 상생·협치하는 의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는데, 그렇지 못하고 시민들 눈살을 찌뿌리게 했다”며 “의석 수에 준해 자리를 배분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