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12월 12일 이규성 재무부(현 재정경제부) 장관은 나랏돈을 증권사에 빌려줘 무제한으로 주식을 사들이는 ‘12·12 대책’을 내놨다. 주가 ‘폭락’으로 국민들이 아우성을 치자 “발권력을 동원해서라도 당장 대책을 마련하라”고 청와대에서 불호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지금 보면 폭락이라 할 수준도 아니었다. 85년까지 150선에 머무르던 코스피는 3저 호황을 바탕으로 89년 3월 31일 사상 처음으로 1000포인트를 넘어섰다. 장바구니를 든 주부들까지 증권사 객장을 찾는다는 기사가 나올 정도로 온 국민의 눈길이 주식에 쏠렸다. 하지만 주가는 12월 11일 844까지 16.2% 밀렸다. 상투를 잡은 투자자들에게 직전 4년간 6배 올랐다는 사실은 아무런 위안이 되지 못했다. 게다가 정부 대책은 효과도 없었다. 92년 8월 459까지 내린 주가는 94년 경제 호황이 찾아오면서 겨우 반등했다.
지난달 장중 9300을 찍었던 주가가 최근 30% 정도 하락하자 온갖 거품론·비관론이 쏟아진다. 연기금이 방어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코스피가 변동성이 커 보이는 건 사실이다. 외환위기 당시 주가는 전고점 대비 75% 폭락해 280까지 밀렸다.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55%, 코로나19가 덮친 2020년에는 42% 각각 하락했다.
미국 증시도 출렁이기는 마찬가지다. 미국의 500개 대기업 주가를 모은 S&P500 지수도 2000년 닷컴 버블(-49%), 2008년 금융위기(-57%), 2020년 코로나(-34%), 2022년 금리 인상(-25%)의 직격탄을 맞았다. S&P500은 의외로 코스피와 비슷한 행보를 보였다. 1980년 100포인트에서 출발해 최근 7500까지 상승했다. 그런데도 워런 버핏이 “내가 죽으면 유산의 90%를 투자하라”고 할 정도로 신뢰가 굳건하다.
박경민 기자
‘세계적인 우량기업이 모인 미장이라면 몰라도 반도체 버블로 부풀려진 국장은 미래가 없지 않나?’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한국이 망하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전고점을 넘어설 것이라고 믿는다. 언제? 모른다. 1929년 대공황으로 86% 떨어진 다우존스가 원금을 회복하는 데 25년이 걸렸다. S&P500이 닷컴 버블 극복에 7년, 금융위기 회복에 2년 걸렸다.
그럼 어쩌라고. 닷컴 버블이나 금융위기 직전에 S&P500을 산 투자자가 반 토막 난 주식을 들고 지금까지 버텼다면 다섯배가 됐다. 월가에서는 ‘무거운 엉덩이가 타이밍을 이긴다’고 한다. 지난 45년간 코스피와 S&P500 움직임을 보면 그 말이 맞는 것 같기는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