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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의 뜻’과 보완수사권 폐지[장세정의 시시각각]

중앙일보

2026.07.27 08:18 2026.07.28 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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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정 논설위원

장세정 논설위원

형사사건 피해자들을 위한 마지막 보호장치라는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여당은 끝내 박탈할 태세다. 민주당은 지난 24일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검사의 직접수사를 금지한다"는 방침에 따라 보완수사권 폐지를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오는 30일 본회의에서 법안을 강행 처리한다는 일정표까지 마련했으니 이번에도 브레이크 없는 거대 여당의 입법 폭주가 우려된다.
정청래 추미애 김용민 서영교 등 민주당 강경파의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 강행에 따른 부작용을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한 곽상언 고민정 홍기원 의원.[연합뉴스 중앙포토]

정청래 추미애 김용민 서영교 등 민주당 강경파의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 강행에 따른 부작용을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한 곽상언 고민정 홍기원 의원.[연합뉴스 중앙포토]

형사사건에 노출된 장애인의 권익을 대변해 온 김예원 변호사, 일부 정치인들의 2차 가해에도 굴하지 않고 박원순 성범죄 사건의 여성 피해자를 변론한 김재련 변호사는 보완수사권 필요성을 역설한다. 오는 10월 검찰청 폐지로 경찰이 수사권을 독점하고, 경찰 수사의 부실과 오류를 검사가 점검·보완할 기회가 원천 차단되면 피해자 권익 보호에 심각한 구멍이 생긴다고 보기 때문이다.
민주당, 형소법개정안 강행 예고
노무현을 정치적 명분으로 이용
정작 약자 보호 정신엔 어긋나
장윤기의 여고생 강간 목적 살인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와 광주광산경찰서에서 벌어진 사건 왜곡 및 조작 의혹이 폭로되자 국민 여론도 수사권 유지(61%)가 폐지(23%)를 압도한다(갤럽 조사). 심지어 보완수사권 폐지를 촉구했던 진보 성향 민변도 회원 67%가 보완수사권 전면 또는 부분 존치를 주장한다. 이런데도 민주당은 홍기원·고민정·곽상언 의원 등의 상식적 내부 반론조차 묵살했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이 6월 30일 정년 퇴임한 박성주 전 국가수사본부장에게 재직기념패를 전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이 6월 30일 정년 퇴임한 박성주 전 국가수사본부장에게 재직기념패를 전달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심에 눈 감고 귀 막은 민주당 강경파들은 도대체 누구를 위해 보완수사권 폐지를 집착할까. 재선을 위해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정청래 의원은 검찰 개혁이 화두가 될 때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거론하며 눈물을 흘렸다. 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은 2023년 출간한 『나는 대한민국의 검사였다』에서 노무현 측이 가족을 위해 정치적 후원자로부터 수차례 거액을 받은 혐의를 상세히 기록했다. 본인 소환조사에 이어 부인의 검찰 출두를 앞두고 노무현은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라는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그 직전에 진보 진영에서는 뇌물 사건을 비난하며 "지도자답게 산화(散華)하라"거나, "장엄한 낙조(落照) 속으로 사라지라"며 냉정하게 손절매했다.
그런데 세상이 바뀌자 노무현의 정치적 유산을 계승하겠다고 자처하는 정치인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들은 걸핏하면 비극을 재소환해 검찰에 대한 복수심을 자극하는 소재로 활용했고, 진영 내부를 결집해 정치적 입지를 키웠다. 용서·화해보다 분열·갈등의 골을 깊게 파는 행태를 노무현은 어찌 볼까.
2003년 3월 9일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정부서울청사에서 전국 평검사 40명과 공개 토론을 하고 있다. 대통령 오른쪽은 강금실 법무부 장관. [청와대 사진기자단]

2003년 3월 9일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정부서울청사에서 전국 평검사 40명과 공개 토론을 하고 있다. 대통령 오른쪽은 강금실 법무부 장관. [청와대 사진기자단]

노무현의 격정적 삶에는 권위주의 청산, 기득권 해체, 사회적 약자에 대한 연민이 두루 담겨 있다. 부산·울산·경남 지역을 기반으로 노동·인권 변호사로 활약한 그는 대통령 취임 직후였던 2003년 3월 '검사와의 대화'에 나설 정도로 검찰 개혁에 의욕을 보였다.
물론 검찰에 대한 불신과 불만도 감추지 않았다. 여야의 16대 대선자금에 대한 검찰의 전격적인 수사로 정치적 상처를 입자 2004년 당시 대통령 노무현은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선출된 권력을 통제하려 한다"며 검찰을 겨냥했다. 하지만 중수부가 폐지된 것은 노무현 정부가 아니라 2012년 이명박 정부 때였다. 대선 자금을 건드릴 정도로 겁 없이 웃자란 검찰권을 억눌러야 한다는 여야의 짬짜미였다.
후원자와 부적절한 관계를 형성했던 말년의 패착은 검찰 수사 도중 안타까운 비극으로 끝났다. 하지만 노무현의 탈권위주의와 약자와의 동행 노력은 평가할 만하다. 그런 노무현이라면 여성·장애인과 진보적 시민단체, 그리고 학계가 한목소리로 사회적 약자 보호에 역행한다는 민주당의 보완수사권 폐지 방침에 반대했을 것 같다.
검찰개혁 강경론자로 불리는 문재인 조국 김어준 정청래 유시민. [연합뉴스 중앙포토]

검찰개혁 강경론자로 불리는 문재인 조국 김어준 정청래 유시민. [연합뉴스 중앙포토]

보완수사권을 없애려는 정치인들에게 묻는다. 민심에 역행하는 형소법 개정안이 노무현의 가치와 철학, 노무현의 검찰 개혁 정신에 얼마나 부합하는가. 노무현의 이름을 팔아 자신들의 알량한 권력 유지에 이용하려는 것 아닌가. 책임 있게 대답해야 할 때가 반드시 올 것이다.



장세정([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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