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부 처리한 시신을 전시한 ‘바디 월드’로 세계적인 논란을 불러일으킨 독일 해부학자 군터 폰하겐스(81)가 별세했다.
27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폰하겐스는 지난 23일 뇌출혈로 쓰러진 뒤 다음 날 독일 하이델베르크의 한 병원에서 세상을 떠났다. 그는 2008년 파킨슨병 진단을 받고 투병해왔다.
1945년 당시 독일 점령 하의 폴란드에서 군터 게르하르트 리프헨이라는 이름으로 태어난 그는 독일 하이델베르크대학에서 의학을 공부한 뒤 1977년 ‘플라스티네이션’으로 불리는 시신 보존 기법을 개발했다. 이 기법은 시신의 수분과 지방을 제거한 뒤 실리콘과 에폭시 등 경화성 플라스틱을 주입해 부패를 막는 방식이다.
폰하겐스는 1992년 인체 전신 플라스티네이션에 성공했고, 1995년 ‘바디 월드’ 전시를 시작하며 인체 표본을 일반에 공개했다. 전시는 전 세계 42개국에서 열렸으며 누적 관람객은 5000만명을 넘어섰다. 국내에서는 2002년 ‘인체의 신비’라는 이름으로 전시돼 약 170만명이 관람했다.
독일 해부학자 군터 폰하겐스. AP=연합뉴스
하지만 그의 전시는 시신을 전시 대상으로 활용해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2000년대 초 중국으로 활동 무대를 옮긴 뒤에는 중국인 사형수의 시신으로 표본을 제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일부 국가에서는 전시가 금지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폰하겐스는 생전 연구와 교육 목적으로 기증 의사를 밝힌 사망자의 시신만 사용했다고 밝혔다. 그가 설립한 플라스티네이션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1월 기준 2만2630명이 시신 기증을 약속했다.
그는 2002년 영국 런던의 한 갤러리에서 일반인 약 500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남성 시신을 공개 부검해 또 한 번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부검 장면이 TV로 방영되면서 경찰에는 약 30건의 민원이 접수되기도 했다.
군터 폰하겐스(왼쪽)와 그의 아내 안젤리나 월리. AFP=연합뉴스
폰하겐스는 생전 언론 인터뷰에서 “논란은 내 작업이 사람들을 움직이고 토론을 불러일으킨다는 증거”라며 “그것이 처음부터 내 목표였다”고 말했다.
2008년 파킨슨병 진단을 받은 그는 이후 전시 기획을 두 번째 부인인 안젤리나 월리에게 넘겼다. 그는 생전 자신의 시신도 플라스티네이션 처리해 전시되기를 희망했다. 폰하겐스는 2018년 가디언에 기고한 글에서 “플라스티네이션 처리된 내 몸이 전시회 입구에 환영하는 자세로 서 있거나 조각으로 만들어져 여러 장소에 배치되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가 2006년 독일 구벤에 설립한 플라스티나리움 박물관 측은 이날 “폰하겐스의 오랜 소원이었던 만큼 그의 시신은 반드시 플라스티네이션 처리될 것”이라면서도 “전시 장소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