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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응급실 뺑뺑이 못 막는 스마트시스템…병원 2곳 중 1곳 응답 외면

중앙일보

2026.07.27 13:00 2026.07.27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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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한 대학병원 응급실 앞에 환자를 이송한 119구급차가 대기하고 있는 모습. 김성태 객원기자

지난 4월 한 대학병원 응급실 앞에 환자를 이송한 119구급차가 대기하고 있는 모습. 김성태 객원기자


정부가 ‘응급실 뺑뺑이’를 방지하기 위해 지난 4년간 약 80억원을 들여 ‘119구급 스마트시스템’을 도입했지만, 활용도는 저조한 것으로 파악됐다.

27일 소방청과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난해 119구급 스마트시스템을 통한 요청에 의료기관이 응답한 비율은 47.96%(56만3521건 중 27만244건)로 절반을 넘지 못했다. 2024년 응답률도 49.43%(34만9414건 중 17만2719건)로 지난해와 비슷했다. 2건 중 1건은 “환자 수용이 불가하다”는 병원의 답변조차 없었던 셈이다. 119구급 스마트시스템은 구급대원이 현장에서 입력한 환자 정보를 병원에 전산으로 일괄 전송하면, 병원 측이 실시간으로 수용 가능 여부를 회신해 이송 병원을 신속히 결정할 수 있도록 설계된 프로그램이다.

응답률이 낮은 탓에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구급대원의 119구급 스마트시스템 이용률은 21.8%(41만9689건 중 9만1592건)에 불과했다. 경기도의 한 구급대원은 “급박한 현장에서 정보를 전송하면 의료기관의 피드백이 즉각적으로 와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며 “개인 전화로 아는 병원에 연락해 읍소하는 것이 외려 시스템보다 빠르다는 인식이 크다”고 설명했다.

의료기관에서 해당 시스템에 응답률이 낮았던 주원인은 인력 부족이었다. 소방청이 지난해 9월 이송병원선정 기능을 사용하는 의료기관 사용자 470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한 결과, 응답 부담의 주요 원인이 인력 부족(29%) 및 다른 업무 우선(25%) 등으로 파악됐다. 이영주 경일대 소방방재학부 교수는 “전공의 집단 사직으로 빚어진 의료 대란이 아직 정상화되지 않은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주변에 응급실 뺑뺑이 대책 촉구 관련 현수막이 걸려 있다. 김성태 객원기자

지난 2월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주변에 응급실 뺑뺑이 대책 촉구 관련 현수막이 걸려 있다. 김성태 객원기자


새로 도입한 시스템까지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면서, 응급실 뺑뺑이로 인한 피해는 지속하고 있다. 지난 5월 1일 충북 청주의 한 산모가 임신 29주차에 태아를 응급 분만할 병원을 제때 찾지 못해 부산 동아대병원까지 이송됐던 사례가 대표적이다. 소방당국은 전국 병원 10곳을 수소문한 끝에 소방헬기를 투입해 신고 접수 이후 약 3시간 30분 만에 A씨를 옮겼지만, 신생아는 끝내 숨졌다.

지난 2월 28일엔 대구의 한 호텔에 머물던 임신 28주차 미국 국적의 임신부가 복통과 함께 조산 증세를 보였다. 산모는 신고 후 약 4시간 만에 분당 서울대병원에 도착해 응급 수술을 받았지만, 쌍둥이 중 한 명은 숨졌고 다른 한 명은 뇌 손상을 입어 치료를 받았다. 출동 경험이 많은 한 구급대원은 “긴급한 환자만이라도 별도로 시스템이 즉각적인 매칭을 도와줬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환자 수용이 가능한지를 묻는 현재의 시스템을 환자의 중증도와 질환을 세부적으로 병원에 알려주는 방식으로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빠른 치료가 필요한 중증환자는 상태를 최대한 자세하고 신속하게 병원에 알려줘야 응답률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채진 목원대 소방안전학부 교수는 통화에서 “현재는 소방청이 환자 중증도 기준의 이용 실태를 수집·분석하지 않고 있어 중증환자에게 시스템이 충분히 활용되고 있는지조차 파악할 수 없다”며 “관련 통계가 자동으로 집계되는 시스템을 통해 절차가 간소화돼야 실질적인 개선 방안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지역·필수·공공의료 간담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지역·필수·공공의료 간담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보건복지부는 “향후 인공지능(AI)을 활용해 119구급 스마트시스템을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지난 22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지역·필수·공공의료 간담회에서 복지부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함께 “의료기관의 병상·의료진·장비 등 실시간 정보를 바탕으로 AI가 이송병원을 추천하는 방식을 도입할 것”이라며 “경북대병원에서 도입한 ‘AI 기반 지역완결 스마트 응급환자 이송시스템’을 표준화해 119구급 스마트시스템과 중앙응급의료정보망을 연계시킬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정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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