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주가 하락에 “이때다”…제약사들, 일제히 ‘오너 세대교체’ 왜

중앙일보

2026.07.27 13:00 2026.07.27 13:30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생성 AI로 만든 이미지

생성 AI로 만든 이미지

국내 제약업계가 세대교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초 주요 전통 제약사들이 오너 3·4세 체제를 강화한 데 이어, 중소·중견 제약사 오너 일가도 잇따라 지분 증여에 나서면서 후계 구도 정비가 업계 전반으로 확산하는 모습이다. 지분 증여엔 최근 주가 하락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유나이티드제약과 일양약품, 삼진제약, 경동제약 등은 오너 일가의 지분 증여 내역을 공시했다.
강덕영 한국유나이티드제약 회장은 다음 달 장남 강원호 대표에게 보통주 80만주(5.03%)를 증여한다. 증여가 마무리되면 강 대표는 지분율 18.12%로 최대주주에 오른다. 일양약품 역시 정도언 전 회장이 오는 30일 장남 정유석 대표에게 보통주 170만주를 증여할 예정이며, 최대주주는 정 대표(4.14→12.84%)로 바뀐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최대주주 물려주는 유나이티드·일양

지분 이동으로 후계자의 지배력을 높인 기업도 있다. ‘게보린’으로 유명한 삼진제약은 조의환 전 회장이 두 아들인 조규석 대표와 조규형 부사장에게, 공동 창업주인 최승주 전 회장이 최지현 대표와 최지선 부사장 등 세 딸에게 증여를 예고하며 2세 경영 기반을 다졌다. 앞서 지난 4월에는 ‘부루펜시럽’을 만드는 삼일제약의 오너 2세 허강 전 회장이 장남 허승범 회장에게 보통주 20만주(0.92%)를 증여해 오너 3세 체제를 공고히했다.

당장 경영권에 변화를 주지 않는 지분 증여도 포착된다. ‘이가탄’을 생산하는 명인제약의 이행명 회장은 이선영 메디커뮤니케이션 대표와 자영씨에게 주식을 증여했다. 경동제약은 오너 2세인 류기성 대표가 10대 자녀 두 명에게 30만주(0.97%)를 증여했다. 경동제약 관계자는 이에 대해 “대주주의 일반적인 증여 절차일 뿐 특별한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업력이 긴 제약사에서는 세대교체가 두드러졌다. ‘아로나민 골드’로 오랜 기간 비타민 판매 1위를 기록해 온 일동제약에선 올해 초 윤웅섭 대표가 부회장에서 회장으로 올라섰고, 오너 3세인 이주원 종근당 이사는 상무로 승진했다. 1897년 창립한 동화약품은 이사회와 임원진 개편으로 오너 4세 윤인호 대표 체제를 강화했다. JW그룹 4세 이기환 매니저는 지주사 JW홀딩스에서 핵심 사업회사인 JW중외제약 디렉터로 자리를 옮겼다.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이 지난 3월 서울 서초구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서 열린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약가 인하 제도 관련 기자회견에서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이 지난 3월 서울 서초구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서 열린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약가 인하 제도 관련 기자회견에서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연합뉴스



창업주 고령화에 주가 부진 맞물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 대표는 “역사가 오래된 제약사는 이미 오너 3·4세 경영으로 넘어가고 있으며, 다른 제약사들도 2세 체제로 재편하는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미약품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 이후 70~80대 고령 창업주 생전에 지분과 경영권 관계를 정리해야 한다는 인식이 커졌다”고 덧붙였다.

제약·바이오주의 주가 부진도 증여가 몰리는 배경으로 꼽힌다. 주가가 낮은 시기에 지분을 넘기면 증여세 부담이 줄어서다. KRX헬스케어지수는 연초 대비 30%가량 하락했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오너 일가의 지분 증여를 주가 저점의 신호로 받아들이는 시각도 있다.

정윤택 대표는 “과거 제약업계는 안정적 현금 흐름에 의존하며 기업가치 제고에 소극적인 면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경영환경 변화로 위기의식이 커지면서 승계 구도를 정비할 필요성이 높아졌다”며 “글로벌 경험을 갖춘 2·3세 경영자가 새로운 비전과 성장 전략을 시장에 투명하게 제시해야 세대교체가 업계 체질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은경([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