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강의 흐름을 바꾼 도시가 몇 곳 있다. 그러나 도시를 통째로 들어 올리고, 호수 밑에 터널을 뚫고, 마침내 강의 흐름까지 뒤집어 놓은 도시는 아마 시카고가 유일할 것이다.
시카고를 찾는 관광객들은 다운타운을 흐르는 시카고강(Chicago River)을 보며 한 가지 이상한 점을 발견한다. 강물이 미시간호수로 흘러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호수에서 도시 안쪽으로 흘러가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강이 서해로 가지 않고 팔당 쪽으로 거슬러 흐르는 모습과 비슷하다.
오늘날 시카고강에는 미시간호수의 물이 시카고 시내 쪽으로 흐른다. 그렇다면 원래 호수로 흘러가던 강물은 어디로 갔을까.
답은 놀랍다. 시카고 사람들은 강물을 데스플레인스강과 연결해 일리노이강, 미시시피강을 거쳐 2천 킬로미터가 넘는 먼 길을 돌아 멕시코만으로 흘려보냈다.
이 이야기는 19세기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시카고는 인구 10만 명 남짓의 늪지 도시였다. 땅이 너무 평평해 비만 오면 거리는 진흙탕이 되었고, 생활하수는 썩어 악취를 풍겼다. 콜레라와 장티푸스 같은 전염병도 끊이지 않았다.
시는 하수도를 만들기로 했지만 또 다른 난관에 부딪혔다. 땅이 낮고 평평해 하수관을 묻을 경사가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기술자들은 기상천외한 방법을 선택했다. 건물을 허무는 대신 수백 개의 잭(Jack)으로 건물 전체를 2m 높이로 들어 올린 것이다. 호텔과 상점, 교회까지 통째로 들어 올려 그 아래에 하수관을 설치했다. 당시 유명한 브릭스 호텔은 영업을 계속한 채 조금씩 높아졌다고 한다. 손님들은 식사를 하고 잠을 자면서도 건물이 올라가고 있다는 사실을 거의 느끼지 못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하수도가 완성되자 새로운 문제가 생겼다. 생활하수와 오물이 시카고강을 따라 시민들의 식수원인 미시간호수로 흘러들기 시작한 것이다.
시는 다시 해결책을 찾았다. 1866년 호수 바닥 아래 터널을 뚫어 약 3킬로미터 떨어진 호수 한가운데 취수시설을 만들고, 이듬해부터 깨끗한 물을 시내로 공급하기 시작했다. 오늘날 미시간 애비뉴의 시카고 워터타워(Water Tower)는 당시 상수도 시설의 상징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도시는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성장했다. 1871년 대화재를 겪은 뒤 시카고는 벽돌과 철골의 도시로 다시 태어났고, 1900년에는 인구가 170만 명에 이를 만큼 거대한 산업도시로 변했다. 그만큼 생활하수도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더 이상 취수시설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다.
마침내 시카고는 근본적인 결단을 내렸다.
강을 바꾸자.
1892년부터 시작된 공사는 당시 세계 최대 규모의 토목사업 가운데 하나였다. 기술자들은 시카고강과 데스플레인스강 사이를 약 45킬로미터의 운하로 연결하고, 단단한 암반을 깊이 깎아 자연적인 경사를 만들었다. 거대한 펌프로 물을 퍼 올린 것이 아니라 중력만으로 강물이 서쪽으로 흐르도록 설계한 것이다.
8년의 대공사 끝에 1900년 1월, 시카고강은 역사상 처음으로 흐름을 바꾸었다. 이제 강물은 미시간호가 아니라 미시시피강을 거쳐 멕시코만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물론 하류 도시들은 크게 반발했다. 특히 세인트루이스는 시카고의 오염된 물이 내려온다며 연방대법원까지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결국 시카고는 강의 흐름을 유지했고, 현재는 연방정부가 미시간호수에서 유출되는 물의 양을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
지금도 다운타운 Navy Pier 옆에는 '시카고 하버 록(Chicago Harbor Lock)'이 설치되어 있다. 이 갑문은 호수와 강 사이의 수위를 조절하고 선박을 통과시키며, 호수의 물이 과도하게 유입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시카고를 걷다 보면 사람들은 화려한 마천루와 아름다운 강변만 바라본다. 그러나 그 도시의 진짜 위대함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있다. 도시를 통째로 들어 올리고, 호수 밑을 뚫고, 마침내 강의 흐름까지 바꾸어 시민들의 생명을 지켜낸 개척자들의 집념이다.
그래서인지 시카고는 거칠고 강인한 도시라는 인상을 준다. 하지만 밤이 되어 미시간호수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천천히 울려 퍼지는 시카고 블루스를 듣고 있노라면, 그 거친 개척자의 도시도 어느새 따뜻한 낭만을 품은 도시로 다가온다. 시카고의 진정한 매력은 어쩌면 그 두 얼굴이 조화를 이루는 데 있는지도 모른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