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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불 아래서] 뚱딴지같은 신앙

Los Angeles

2026.07.27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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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윤 목사.나성남포교회

한성윤 목사.나성남포교회

쨍쨍한 뙤약볕이 정수리를 내리누르는 여름이다. 그 아래 서 있기조차 힘든 우리와 달리, 이 더위를 먹어 치우고 해를 향해 꼿꼿이 몸을 세우는 것들이 우리 주위에 있다. 바로 도시에서도 주눅 들지 않는 텃밭 작물들이다.
 
이들은 더위를 정면으로 돌파한다. 우리는 더위를 먹으면 탈이 나지만, 이들은 더위를 먹고 열매를 낸다. 텃밭은 처음에는 심심풀이로, 이내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해 우리 곁을 맴돌았다.
 
그러더니 이제는 건강한 먹거리를 제 손으로 기른다는 ‘농사’가 되어, 한국에서는 어느덧 150만 명 이상이 텃밭을 가꾸고 있다고 한다. 웰빙과 우울증 완화 등 상당한 이점이 있다는 사실도 최근 연구를 통해 확인됐다.
 
사실 텃밭은 낭비가 상당한 밭이다. 비료값과 물값이 만만치 않다. 가장 비싼 것은 바로 주인의 노동이다. 직접 기른다고 해서 늘 싼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텃밭 인구가 줄지 않는 까닭은 생산성이 아니라 가치성을 보기 때문이다. 노동을 여가와 건강으로 여기는 한, 텃밭은 명백한 이익이다.
 
텃밭은 자투리땅의 자존심을 내세우지 않는다. 오히려 순진하다. 대개 상업적으로 재배하기 힘들거나 싱싱하게 먹고 싶은 작물을 제 손으로 키워 먹는 곳이기 때문이다. 상추, 케일, 깻잎, 토마토, 호박은 물론 부추와 마늘, 파, 심지어 뚱딴지(돼지감자)와 참나물까지 인기가 있는 이유다. 놀랍게도 이 순진성이 상업 작물이 포기한 다양한 종자를 지켜 주게 됐다. 방아와 씀바귀 같은 재래종의 살아 있는 저장고가 된 것이다.
 
텃밭은 엉뚱한 밭이기도 하다. 베아트릭스 포터의 ‘피터 래빗 이야기’를 보면 어른들은 텃밭을 재산으로 보지만, 어린아이를 상징하는 토끼에게 텃밭은 모험과 유혹의 장소다. 그야말로 엉덩이로 자연을 이해하는 자리이자, 쓸모없다고 여겼던 잡초를 이해할 수밖에 없는 훈련장이다.
 
그런데 이 엉뚱함과 순진함, 비효율의 텃밭이야말로 교회가 잃어버린 자리는 아닐까. 어느새 성공과 최고라는 말에 물든 신앙을 회복하는 길이 단지 ‘농지’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직접 심고 가꾸고 엉덩이로 배우는 ‘텃밭’에 있지 않을까. 점점 멸종해 가는 참된 제자의 씨앗을 지켜 내고, 돈 계산이 아니라 사람을 건강하게 만드는 밭 말이다.
 
그리고 거기에 뚱딴지 한 그루를 키우면 어떨까. ‘뚱딴지같은 말’이 창조와 유머의 시간이 되도록 말이다. 뚱딴지같은 소리 말라고? 하나님이 키우시는 여름 텃밭은 오늘도 싱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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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윤 / 목사·나성남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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