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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불경기, 가장 먼저 동물을 버렸다

Los Angeles

2026.07.27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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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윤서 / 사회부 기자

송윤서 / 사회부 기자

거리에서 발견되는 동물 사체가 또다시 역대 최고치를 향하고 있다. 얼핏 보면 마치 정부 정책이 실패한 것처럼 들린다.
 
올해 상반기 LA시에 접수된 동물 사체 수거 요청은 1만361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1건 늘었다. 현재 추세라면 올해도 역대 최고치를 기록해 5년 연속 기록을 경신할 가능성이 크다. 〈본지 7월 21일자 A-3면〉 하지만 이면을 들여다보면 이 문제는 정책보다 실생활의 어려움에서 비롯됐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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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가 어려워질수록 가장 먼저 줄어드는 것은 예방을 위한 지출이다. 사람들은 건강검진과 자동차 정비를 미루듯 반려동물의 중성화 수술과 예방접종도 뒤로 미룬다. 당장 생명을 위협하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렇게 미뤄진 선택이 결국 더 큰 사회적 비용으로 돌아온다는 점이다.
 
중성화되지 않은 동물은 번식이 늘고, 유기된 동물은 보호소로 몰린다. 보호소는 수용 한계를 넘어서고, 거리에는 주인을 잃은 동물이 많아진다. 그 끝에서 시가 치우는 것은 살아 있는 동물이 아니라 도로 위의 사체다. 지금 LA에서 벌어지는 일은 갑자기 동물이 많이 죽기 시작한 것이 아니라, 몇 년 동안 누적된 비용 절감과 돌봄의 공백이 한꺼번에 드러난 결과다.
 
사람들은 흔히 유기를 개인의 도덕성 문제로만 바라본다. 물론 책임감 없이 생명을 버리는 행동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현실도 있다. 치솟은 임대료 때문에 반려동물을 키울 수 없는 집으로 이사하는 사람, 수천 달러에 이르는 치료비를 감당하지 못하는 가족, 갑작스러운 실직으로 사룟값조차 부담스러워진 가정도 적지 않다. 경제적 압박은 결국 가장 약한 존재에게 먼저 전달된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급증했던 입양은 시간이 지나면서 현실의 벽에 부딪혔다. 출근은 재개됐고 물가와 집값, 월세는 치솟았다. 반려동물은 그대로인데 사람들의 형편만 달라진 것이다. 생명을 끝까지 책임지는 일은 예상보다 훨씬 많은 시간과 비용을 요구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는 사람도 많았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이러한 악순환이 반복될 가능성이다. 보호소는 이미 과밀 상태이고, 비싼 진료비는 중성화와 치료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 예산을 늘려도 동물병원이 바우처 사용을 중단하면 정책은 현장에서 힘을 잃는다. 결국 이 문제는 개별 기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동물복지는 경기 상황에 따라 줄일 수 있는 부수적인 행정이 아니다. 중성화 지원과 저비용 진료는 유기와 보호소 과밀을 막는 예방 정책이다. 아끼려 했던 비용은 결국 사체 수거와 보호소 운영 등 더 큰 사회적 비용으로 돌아온다. 뒤늦게 치르는 비용은 더 많이 들고, 되돌릴 수 없는 생명의 희생까지 남긴다.
 
개인의 책임을 강조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생명을 들이는 순간부터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원칙은 분명하지만, 그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돕는 장치 역시 필요하다. 저소득층이 이용할 수 있는 중성화 수술과 기본 진료를 늘리고, 위기에 처한 가정이 동물을 곧바로 보호소에 넘기지 않도록 사료와 단기 위탁을 지원해야 한다. 주거 문제로 반려동물을 포기하지 않도록 임대주택의 과도한 반려동물 제한과 추가 비용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버려진 뒤 구조하는 것보다 버려지지 않게 하는 편이 생명과 예산을 모두 지키는 길이다.
 
거리에서 발견되는 동물 사체는 단순한 청소 민원이 아니다. 그것은 한 도시가 생명을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사회가 여유를 잃을수록 가장 약한 존재는 먼저 보호망 밖으로 밀려난다. 그 결과는 어느 날 도로 위에서 숫자로 집계된다.
 
불경기의 여파는 동물에게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잔인한 방식으로 미친다. 동물 사체가 늘어난다는 것은 단지 동물이 많이 죽었다는 뜻이 아니다. 우리가 사는 도시가 얼마나 팍팍해졌는지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지표다.

송윤서 /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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