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대구 수성수의 한 아파트에서 희미한 연기가 발생했다. 나들이를 가려던 황현선 소방경이 이를 포착해 대형 화재를 막았다. 사진 대구소방본부
“쓰레기를 정리하려고 분리수거장에 갔는데 어디선가 타는 냄새가 났습니다.”
대구소방본부 소속 황현선 소방경이 28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수성구 수성동4가의 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황 소방경은 지난 26일 오후 4시 휴무 날 가족과 함께 나들이를 가기 전 아파트 분리수거장에 들렀다가 심상치 않은 냄새를 맡았다고 했다.
당시 다른 주민들은 별일 아니라고 생각해 주변을 오갔고, 한 주민이 갑자기 황 소방경에게 다가와 “어디서 타는 냄새가 나지 않느냐”고 했다. 그는 “처음엔 담배나 음식 타는 냄새 같아서 주변을 둘러보다가 단순한 생활 냄새가 아니라는 직감이 들었다”며 “그러다 위를 올려다봤는데 2층 창문 틈새로 희미하게 하얀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고 말했다.
휴뮤날 대형 화재를 막은 황현선 소방경. 사진 대구소방본부
대구 동부소방서에서 화재지휘팀장으로 근무했고, 이전에는 10여년간 현장을 누볐던 황 소방경은 “이건 분명히 가스레인지 화재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화재 초기에 냄비가 탈 때 나오는 흰 연기 양상이었기 때문이다.
황 소방경은 같이 있던 주민에게 “혹시 대피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니 1층 자동문을 열어둘 수 있도록 고정하고 119에 신고해달라”고 부탁한 뒤 관리사무소에 뛰어갔다. 관리사무소를 통해 해당 세대주에게 전화가 연결됐고, 세대주는 “가스레인지 위에 빨래 삶는 냄비를 올려뒀는데 깜박하고 외출했다”고 말했다.
세대주를 통해 현관 비밀번호를 확인한 황 소방경은 즉시 집 안으로 들어가 연기가 나던 냄비를 치우고 상황을 정리했다. 이후 현장에 도착한 소방대에 화재 발생 경위와 조치 사항을 인계했으며, 화재는 별도의 인명피해나 큰 재산 피해 없이 마무리됐다.
지난 26일 대구 수성수의 한 아파트에서 희미한 연기가 발생했다. 나들이를 가려던 황현선 소방경이 이를 포착해 대형 화재를 막았다. 사진 대구소방본부
대구소방본부 관계자는 “자칫 발견이 늦어져 불이 주방 주변으로 번지거나 다량의 연기가 발생해 아파트 주민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었다”며 “황 소방경의 빠른 판단과 초기 대응으로 피해를 예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황 소방경은 “소방관으로서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며 “6살, 8살 자녀가 나들이를 간다고 들떠 있었는데 상황을 해결하느라 기다려달라고 했더니 오히려 아빠를 응원해줬다. 항상 고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