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1일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대규모 개인정보를 유출한 책임 등을 물어 쿠팡에 과징금 총 6246억8100만원을 부과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쿠팡 본사 모습. 연합뉴스
미국 집권 여당인 공화당에서 자국 기업을 차별하는 국가의 공무원에 대해 입국을 제한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특히 법안 발의 배경 중 하나로 이른바 ‘쿠팡 이슈’가 언급돼, 쿠팡에 대한 한국 정부의 조사와 과징금 부과를 차별적 조치로 바라보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의회 일각의 인식을 반영하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마이클 바움가트너 공화당 하원의원(워싱턴)은 지난 23일(현지시간) 미국 기업을 차별하는 외국 정부 공직자들의 미국 입국을 거부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의 ‘미국 영토 내 갈취 공무원 금지 법안(No Racketeers on Our Shores Act)’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법안은 미국 기업을 차별적으로 조사하거나 과징금 또는 세금을 부과하는 등 규제를 주도한 국가의 공무원을 미 입국 금지, 추방 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바움가트너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외국 정부들이 미국 기업들에만 압도적으로 부과하는 선택적 조사, 징벌적 과징금, 차별적 세금, 규제 의무를 강요하는 우려스러운 패턴을 보이고 있다”고 발의 배경을 밝혔다. 이어 지난 1일 공개된 미 연방 하원 법제사법위원회의 보고서 ‘경쟁 차단 : 미국 소유 기업에 대한 한국의 차별적 공격’을 거론하며 “이번 법안은 하원 법사위가 밝혀낸 전 세계적 패턴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도 했다. 이 보고서는 쿠팡을 비롯한 미국 회사를 상대로 한국 정부가 차별적 공격을 가해 왔다고 주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바움가트너 의원은 하원 법사위 소속이다.
그는 구체적 사례로 유럽연합(EU) 규제 당국이 디지털시장법(DMA) 위반을 근거로 구글에 10억 달러(약 1조4600억원) 이상의 과징금을 부과한 건을 짚었다. 또 “한국에서는 정부 당국이 미국 기업 쿠팡을 상대로 수십 건의 조사, 수천 건의 서류 제출을 요구했으며, 사상 최대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주장했다.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터진 쿠팡에 대해 지난 6월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안전조치 의무 위반 및 법적 근거가 없는 개인정보 수집 등을 문제 삼아 역대 최대 규모인 6426억8100만원의 과징금과 과태료 1680만원을 부과했었다.
지난 2월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연방 의회 의사당에서 열린 하원 법사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한 마이클 바움가트너 공화당 의원(워싱턴). AP=연합뉴스
바움가트너 의원은 미 의회에서 쿠팡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에 문제 제기를 주도해 온 인물이다. 지난 4월 공화당 의원 54명이 강경화 주미대사에게 “한국 정부가 미국 기업을 대상으로 차별적이고 정치적 의도가 담긴 조치를 하고 있다”며 차별적 처우 중단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을 때 여기에 이름을 올렸다. 당시 공화당 의원들은 쿠팡에 대한 영업정지 검토, 서울 본사 압수수색, 과징금, 세무조사 등을 쿠팡에 대한 차별적 규제의 사례로 제시했었다.
바움가트너 의원의 이번 법안 발의는 쿠팡이 트럼프 행정부와 의회를 상대로 적극적으로 로비를 벌여 온 시점과 맞물려 주목된다. 지난 15일 미 상원이 로비공개법에 따라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 2분기 트럼프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로비업체 ‘밸러드 파트너스’에 25만 달러(약 3억6600만원)를 지급해 백악관, 연방 하원, 미국무역대표부(USTR) 등을 상대로 로비를 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미 의회 저변에는 자국 기업에 대한 외국 정부의 과도한 규제나 차별에 문제 의식을 갖는 이들이 적지 않지만, 이번에 발의된 법안이 하원, 상원을 잇달아 통과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의회는 통상 내년도 예산, 국방수권법(NDAA), 세금 등 대형 현안을 우선 처리하게 돼 우선순위에서 밀릴 가능성이 있다. 또 상원은 전통적으로 동맹국과의 외교 관계를 중시하는 경향이 강해 특정국과 외교적 마찰이 있을 수 있는 강성 법안에 대해서는 신중론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