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이촌동에 데이터센터 건립이 추진되면서 주민들의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를 ‘님비(NIMBY)’ 현상이라고 평가하지만, 과연 그렇게 단순한 문제일까.
이번 논란의 핵심은 데이터센터 자체 반대가 아니다. AI 시대에 데이터센터는 반드시 필요한 사회기반시설이다. 클라우드 서비스와 생성형 AI, 금융 시스템까지 모두 데이터센터를 기반으로 운영된다. 주민들도 그 필요성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왜 굳이 수많은 주민이 생활하는 주거지 한복판이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용산구 이촌동 중산아파트 입주자 대표 위원회에서 데이터센터 건립 반대서명을 받고있다]
실제로 국내외 데이터센터 상당수는 산업단지나 도시 외곽에 들어선다. 데이터센터는 일반 공장처럼 많은 근로자가 상주하는 시설도 아니고, 물류 이동이 잦은 시설도 아니다. 오히려 넓은 부지 확보와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중요한 시설이기 때문에 외곽 입지가 일반적이다.
그럼에도 일부 기업이 도심 주거지를 선호하는 이유는 경제성 때문이다. 이미 구축된 광통신망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어 통신 인프라 구축 비용을 줄일 수 있고, 금융기관이나 대기업 고객사와 가까워 네트워크 지연시간을 일부 단축할 수 있다. 서울권에서는 외곽 데이터센터를 이용할 때 왕복 지연시간(RTT)이 약 510밀리초(ms) 수준인 경우가, 도심에서는 약 15밀리초 수준으로 줄어드는 사례가 있다. 즉 기업 입장에서는 최대 수 밀리초의 응답속도 개선과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 수치는 어디까지나 기술적 이점이다. 일반 이용자가 체감하는 서비스 속도는 통신사 망, 마지막 구간(Last Mile), 서버 처리시간 등 다양한 요소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데이터센터를 주거지 가까이에 둔다고 해서 모든 서비스의 성능이 획기적으로 향상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결국 기업은 수 밀리초의 성능 향상과 사업비 절감이라는 이익을 얻는 반면, 주민들은 대규모 전력설비와 냉각시설, 비상발전기 운영에 따른 소음과 생활환경 변화, 안전에 대한 우려를 감수해야 하는 구조가 된다.
이 때문에 주민들의 반대를 단순한 님비 현상으로 치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혐오시설이라서 무조건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대안 입지가 있음에도 기업의 경제적 효율성을 이유로 주거지에 건립하려는 결정이 과연 사회적으로 공정한가를 묻고 있는 것이다. 기업이 얻는 편익은 비용 절감과 수 밀리초의 지연시간 개선이지만, 주민들이 감당해야 할 부담은 수십 년 동안 이어질 수 있는 생활환경의 변화다. 과연 그 균형은 맞는가.
주민 의견을 제도적으로 반영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최근 금천구는 주거지 인근 데이터센터 건립을 둘러싼 갈등이 반복되자 주민 의견 수렴 절차를 강화하고, 일반주거지역 내 데이터센터 입지를 제한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기업 유치만을 앞세우는 것이 아니라 주민의 생활권과 산업 발전의 균형을 함께 고민하겠다는 취지다.
반면 용산구의 대응은 아직 주민들이 체감할 만큼 적극적이라는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은 앞으로 수십 년간 지역의 미래를 결정할 사업이다. 그렇기에 더욱 투명한 정보 공개와 충분한 주민 의견 수렴, 입지 타당성 검토가 선행되어야 한다.
AI 산업은 반드시 육성해야 한다. 그러나 산업 발전이라는 이름 아래 특정 지역 주민에게만 부담을 집중시키는 방식이어서는 지속가능한 발전이라 할 수 없다. 데이터센터는 필요하다. 하지만 어디에, 어떤 절차를 거쳐 지을 것인지는 또 다른 문제다.
이제 주민들이 궁금해하는 것은 단 하나다. 금천구처럼 주민의 목소리를 제도에 반영하려는 행정을 보여줄 것인가, 아니면 기업의 개발 논리만을 앞세울 것인가. 용산구의 선택이 용산의 미래를 결정할 중요한 시험대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