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3년 5월 루마니아 공군, 포르투갈 공군 등으로 구성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F-16 전투기 편대가 발트해 리투아니아 영공에서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의 무대가 인접국 루마니아로 번지는 모양새다. 자국 영공을 잇달아 침입한 러시아 드론을 루마니아가 F-16 등으로 격추하면서다.
오아나 토이우 루마니아 외무장관은 지난 26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SNS)에 자국 주재 러시아 대사를 초치해 러시아 드론 영공 침입에 항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루마니아 영공은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영공이기도 하다”며 “러시아가 영공을 계속 침범하는 건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루마니아 외무부는 항의 차원에서 러시아 대사관 소속 직원 1명을 기피 인물로 지정해 5일 내 자국을 떠나라고 통보했다.
지난 5월 루마니아 동부 갈라치의 한 아파트에 러시아 드론이 추락하면서 건물 일대가 화염으로 휩싸여 있다. AP=연합뉴스
이는 24일~26일 사흘 연속 러시아 드론이 루마니아 영공을 침범한 데 따른 것이다. 루마니아군은 F-16 전투기 등으로 해당 드론을 모두 격추했다. 루마니아 당국은 격추 드론이 러시아가 쓰는 샤헤드 드론이라고 밝혔다. 루마니아군이 영공을 침입한 러시아 드론을 격추한 건 처음이다.
루마니아는 우크라이나와 650㎞에 이르는 국경을 맞댄 나토 최동부 국가다. 이로 인해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후 러시아의 다음 침공 타깃으로 지목돼 왔다. 위기감이 커진 루마니아는 전쟁 직후 러시아의 행위를 불법 침략으로 규정하고 우크라이나를 지지했다. 지난 3월엔 우크라이나와 드론 공동생산 협약도 맺었다.
러시아 드론이 루마니아를 침범한 건 처음이 아니다. 루마니아 국방부에 따르면 러시아 드론은 2022년 이후 총 33회 루마니아 영공을 침입했다. 루마니아는 러시아와의 충돌을 우려해 발포를 자제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드론이 내륙과 흑해 영해까지 침범하며 격추에 나섰다. 지난 5월 러시아 드론이 동부 갈라치의 아파트를 덮치면서 2명이 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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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러 흑해 싸움에 루마니아도 피해
우크라이나 오데사 인근 흑해 해역에서 지난 19일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을 받고 파괴된 민간 화물선 '골든 레오'의 모습. AFP=연합뉴스
루마니아에서 러시아의 도발이 잦아진 건 최근 전장이 흑해로 옮겨간 영향이다. 흑해는 우크라이나, 러시아, 루마니아 등이 공유하는 바다다. 최근 우크라이나는 흑해를 오가는 러시아 원유 운반선과 화물선을 드론으로 공격하고 있다. 흑해를 통한 물자 공급을 끊어 크림반도를 러시아 본토와 고립시키고, 러시아의 원유·밀 수출 길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농산물 시장 조사업체 소브에콘은 러시아의 이달 곡물 수출량이 150만t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30%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러시아도 우크라이나의 흑해 곡물 수출 거점 오데사를 보복 공격 중이다. 지난 19일 우크라이나산 옥수수를 실은 기니비사우 선박 ‘골든 레오’가 오데사 연안에서 미사일 공격을 받아 인도인·우크라이나인 등 10명이 숨졌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3일 “22일부터 오데사주 주요 항구에서 선박 입출항이 중단됐다”며 “상당수 선주가 기항을 멈췄다“고 말했다.
이런 과정에서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의 우회 항로인 루마니아 흑해 연안도 러시아의 공격 대상이 되고 있다. 지난 21일 흑해에서 우크라이나 항구로 가던 프로판 가스 운송 선박이 루마니아 영해에서 공격받아 선원 3명이 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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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지대 전술로 루마니아 혼란 부추기나
지난달 22일 아드리안 베스테아 루마니아 총리 지명자가 의회에서 진행된 총리 지명 인준안 투표에 앞서 의회에 들어서고 있다. AP=연합뉴스
러시아가 지난해부터 유럽에 벌이는 ‘회색지대’ 전술이란 분석도 있다. 러시아는 폴란드·독일·에스토니아 등의 영공을 드론으로 침범하며 이들의 방공망을 시험하고, 사회 불안감을 조성하는 전략을 펴왔다. 폴리티코 유럽판은 “드론 침범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나토 국가의 결의를 시험하는 데 흔히 쓰는 수법”이라고 전했다.
루마니아에도 해당 전술로 정국 혼란을 부추기는 것일 수 있다. 루마니아에선 지난 5월 일리에 볼로잔 전 총리의 친서방 연립 정부가 의회 불신임 결의로 붕괴했다. 지난달 22일 아드리안 베스테아 총리 지명자 인준안도 부결되며 정국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냉전 시절 옛 소련 영향권에 있던 루마니아에선 친러·급진 우파 세력이 급격히 성장 중이다. 푸틴 대통령은 26일“우크라이나는 러시아를 적으로 돌린만큼 서부 영토를 조만간 헝가리, 루마니아 등에 잃게 될 것”이라고 발언하며 우크라이나와 루마니아를 이간질하는 발언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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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유럽과 패트리엇 대체 미사일 개발
지난 2024년 8월 우크라이나에 배치된 패트리엇 방공 미사일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한편 우크라이나는 유럽과의 밀착을 이어가고 있다. 다비드 알로이안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위원회 부서기는 27일 “내년 상반기까지 유럽 독자 미사일 방어체계 프레이야의 시제품을 준비하려 한다”고 말했다. 프레이야는 미국 패트리엇의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우크라이나와 독일, 프랑스 등 유럽 9개국이 개발 중인 방공 미사일 프로젝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