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28일 국회에서 열린 '선출직 공직자 평가혁신 TF 임명장 수여식 및 1차 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권영진 의원의 ‘원내대표 멱살 사건’ 나흘 만인 지난 27일 징계 절차를 개시했지만 당 내부에선 구명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장동혁 대표의 ‘징계 정치’에 제동이 걸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권 의원과 같은 ‘대안과 미래’ 소속인 조은희 의원은 28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진심어린 반성과 사과를 할 때는 함께 갈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공개 회의에서 권 의원을 옹호하는 첫 발언이었다. 5선 권영세 의원도 전날 CBS 라디오에서 “당사자 간 앙금이 풀린 이상은 의원총회도 있고 하니 (징계를) 좀 더 생각을 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영진 의원이 피해자인 정점식 원내대표를 찾아 사과의 뜻을 전하고 정 원내대표가 이를 수용한 것을 언급한 것이다. 초선 김재섭 의원 역시 “윤리위 징계보단 정치적으로 풀어야한다”고 강조했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SBS 라디오에서 “개인적으로는 선처를 바라는 입장”이라며 “윤리위가 피해자 입장에서 의견을 물어온다면 의견을 개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멱살 사건 이후 불참하던 회의에 전날 복귀하면서 “보수의 품격과 당의 질서를 바로잡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말했던 데 비해 한층 누그러진 발언이었다.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도 조 의원의 권 의원 옹호 발언에 이어 유영하 의원이 “단호히 책임을 물어야 하고, 엄격히 해야한다”고 말하자 정 원내대표는 회의에 맞지 않는 발언을 삼가라는 취지로 발언을 자제시켰다.
국민의힘 정점식 원내대표가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대구를 지역구로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연 '2차 공공기관 이전 대구 유치전략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축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초 당내에선 멱살잡이 사건을 계기로 장 대표가 ‘징계 정치’를 가동시켜 당권 강화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왔었다. 하지만 당사자인 정 원내대표를 포함해 원내를 중심으로 징계 자제론이 커지며 징계 정치에 제동이 걸린 모양새다.
전날 “처벌이 아니라 중요한 것은 신뢰 회복”이라며 선처를 강조한 4선 김태호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마침 잘 걸렸다’는 식으로 (쇄신파인 권 의원을) 배척하는 징계가 될 수 있다”며 “콩가루 집안 같은 면을 부각시킬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윤리위가 권 의원 징계에 속도전을 펼친 것에 정적 제거 의도가 있다고 보는 의심도 늘고 있다. 대안과 미래 소속 박정하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의원총회에서 충분히 더 논의하고 난 다음에 진행될 수 있는 건인데, 이렇게 해야 되나라는 생각이 든다”며 “이참에 ‘당 지도부에 쓴소리하면 혼나’라고 억지로 구겨넣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또 다른 초선 의원은 “징계 정치가 힘을 잃는 분위기에서 권 의원이 재물로 등장한 것 아니냐”고 했다.
권 의원과 함께 징계 절차가 시작된 친한계 진종오와 조경태 의원도 거세게 반발했다. 진 의원은 부산 북갑 보궐선거 때 한동훈 무소속 의원을 도운 혐의로, 조 의원은 국회부의장 당내 경선에서 패하고도 국회 본회의에서 자신의 지지를 호소한 혐의로 각각 징계가 청구됐다.
진 의원은 이날 “근거 없는 사당화를 위한 징계에 단호히 맞설 것”이라고 했다. 조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경욱 윤리위원은 당 대표 대리인임을 자백한 재판관으로 (이번 징계는) 명백한 표적 징계”라며 “부정선거를 주장하고 내란을 옹호해 온 장 대표에 대한 중징계 절차에 즉각 착수하라”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6·3 지방선거 직후 사퇴론이 불거진 상황에서 “당의 기강을 잡겠다”며 징계 정국을 예고했다. 하지만 윤리위원이 사퇴하고 내부 갈등이 노출되는 등 윤리위 자체가 내홍을 겪고 있다. 권 의원 등에 대한 징계 개시도 윤리위원 5명 중 3명만 참석해 의결정족수를 최소한으로 갖춘 회의에서 결정됐다.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이 28일 국회에서 당 윤리위의 자신에 대한 징계 절차 개시 의결과 관련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소통관으로 들어오고 있다. 임현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