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자주국방” 두 번 강조한 핵잠특별법…타당성 조사 건너뛰고 ‘속전속결’ 개발 모드

중앙일보

2026.07.28 00:12 2026.07.28 00:13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정부가 2030년대 중반까지 한국형 핵추진잠수함(핵잠, 원자력추진잠수함)의 1번함을 띄운다는 구상을 공개한 가운데 국방부가 속전속결로 ‘핵잠 특별법’ 마련에 나섰다. 특정 무기 체계를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는 건 이번이 처음인데, 미국이 핵물질 이전 협상에 소극적인 가운데 핵잠 개발의 동력을 이어가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경남 창원 진해구 해군잠수함사령부에서 대한민국 기술로 독자 설계·건조한 3000t급 잠수함 1번함인 도산안창호함(SS-Ⅲ)이 한국·캐나다 해군 연합협력훈련에 참가하기 위해 출항하고 있다. 해군잠수함사령부=뉴스1

경남 창원 진해구 해군잠수함사령부에서 대한민국 기술로 독자 설계·건조한 3000t급 잠수함 1번함인 도산안창호함(SS-Ⅲ)이 한국·캐나다 해군 연합협력훈련에 참가하기 위해 출항하고 있다. 해군잠수함사령부=뉴스1

28일 소식통들에 따르면 국방부는 ‘핵추진잠수함의 획득·운영 및 안전관리 등에 관한 특별법안(핵잠특별법)’을 이르면 29일 정부안으로 입법 예고할 계획이다.

이번 특별법엔 “핵무기의 개발·제조·보유 또는 사용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조항이 담겼다. 또 핵연료의 확보·운반 등 전주기와 관련한 사항을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에 공개하고 확인 절차에도 협조하겠다는 조항도 포함됐다.

이는 한국이 ‘재래식 무기를 탑재한 핵잠’을 도입한다는 점과 핵무기 개발은 하지 않는다는 점을 국내법에 명시해 국제 사회의 우려를 잠재우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동시에 특별법에는 “자주국방”이란 표현이 두 차례 등장한다. “핵잠 사업 시행에 필요한 사항들을 규정함으로써 자주국방 기반의 국가 안전보장을 도모”한다는 문구가 대표적이다. ‘핵잠 도입=자주국방’이란 점을 명확히 한 것으로 한국이 핵무기 개발 의도는 없지만 군사 작전적 측면에서 장시간 잠항이 가능한 핵잠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논리로 보인다.

법안에는 핵잠 사업에 참여하는 단체·기관이 국가 시책에 적극 협력해야 한다는 책무 조항도 담겼다. 핵잠 건조 사업이 국가 주도의 사업이라는 점을 법으로 명시한 것이다. 이를 위해 국방부 장관은 10년마다 핵잠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핵잠 관련 중요 사항은 국무총리 산하 핵잠전략위원회가 심의·결정하도록 했다.

다만 핵잠 개발 과정은 현행 방위사업법상 사업타당성 조사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도록 하고 시험평가에 관한 사항도 “달리”정할 수 있도록 명문화했다. 이유로는 “안전성 확보 및 신속한 획득”을 들었다. 이를 통해 사업타당성 조사를 사실상 건너뛰고 시험평가도 단축할 수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핵잠 개발 사업은 조 단위의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2030년대 중반이란 정부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핵잠 사업에만 획득 단계에서 일종의 ‘고속도로’를 깔아주는 셈이다. 다만 핵잠은 사업 자체가 20년 넘게 비닉(庇匿)사업으로 물밑 연구·개발이 장기간 지속돼 온 점이 고려됐을 수는 있다.

“핵물질 확보가 지연된 경우” 계약 기간, 금액 등 사업 조건을 정부가 변경할 수 있도록 한 대목도 눈에 띈다. 이는 미국과의 핵물질 이전 협상이 지지부진해도 일단 ‘개문발차’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반영한 대목으로 볼 여지가 있다. 한·미는 지난달 앨리슨 후커 미 국무부 차관이 이끄는 미 대표단의 방한을 계기로 핵잠 연료 협상을 시작했으나 이제 겨우 첫 발을 뗀 수준이다.

정부는 지난 5월 ‘장보고 N사업 ’으로 핵잠 개발 사업을 공식화하며 2030년대 중반 1번함 진수를 목표로 하겠다고 밝혔다. 한국형 핵잠은 20% 미만 고순도 저농축우라늄(HALEU) 연료를 탑재, 8000~9000t급 규모로 건조될 예정이다. 재래식 탄두를 탑재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을 갖춘 핵잠이 될 것이란 게 정부의 설명이다.



이유정([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