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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는 되지만, 인터뷰는 안 된다”…헷갈리는 선거법 허위사실공표

중앙일보

2026.07.28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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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심 선고가 진행되고 있다. 뉴스1

지난 2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심 선고가 진행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대통령을 정치적 위기에 서게 했던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윤석열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을 궁지로 내몰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부장 조순표)가 지난 27일 선고한 윤 전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판결문에는 이재명 대통령의 지난해 5월 1일 전원합의체 판결이 다섯 차례 인용됐다.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지난해 5월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선고를 준비하고 있다. 뉴스1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지난해 5월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선고를 준비하고 있다. 뉴스1




쟁점 된 ‘정치적 표현의 자유’ 허용 범위

사건의 쟁점은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어디까지 허용되는가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이 대통령의 2025년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유죄를, 윤 전 대통령 측은 2020년 판례를 근거로 무죄를 주장했으나 1심 재판부가 유죄 판단했다. 지난해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 대통령의 ‘김문기 모른다’ 등 발언에 대한 2심의 무죄 판단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당시 다수의견을 낸 10인의 대법관은 “표현의 의미는 후보자 개인이나 법원이 아닌 선거인의 관점에서 해석돼야 한다”며 정치적 표현의 자유의 허용 범위를 축소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의 발언은 “후보자의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 아래 허용될 수 없다”며 “발언의 의미는 당시의 상황과 전체적 맥락에 기초해 일반 선거인에게 어떻게 이해되는지를 기준으로 살펴야 한다”고 판시했다.

윤 전 대통령 재판부는 이 판례에 기초해 공소사실 2개를 잇따라 유죄 판단했다. 재판부는 “변호사를 소개해 준 적 없다”는 발언에서의 ‘변호사 소개’는 일반 선거인의 관점에서 정식으로 사건을 수임하는 단계에 이르러야만 성립하는 개념이 아니라, 접촉 자체를 주선하는 행위를 의미한다고 봤다. 건진법사 관련 발언도 “일반 선거인 관점에서 ‘김건희 여사와 함께 만난 적이 전혀 없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尹 “‘권순일 판례’의 보호 대상” 주장했으나 배척

윤 전 대통령 측은 이 대통령의 2020년 7월 대법원 판례를 들어 무죄를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경기도지사 시절 ‘친형 강제입원’ 발언으로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공표) 혐의로 기소돼 2심에서 벌금 300만원의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았다가 이 판결로 기사회생했다. 권순일 당시 대법관이 당시 다수의견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져 이른바 ‘권순일 판례’로도 불린다.

2020년 전원합의체는 즉흥적 공방이 벌어지는 토론회에서는 표현의 명확성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봤다. 다수의견을 낸 7인의 대법관은 “국가기관이 토론 과정의 모든 정치적 표현에 대해 일률적으로 엄격한 법적 책임을 부과한다면 후보자 등은 두려움 때문에 활발한 토론을 하기 어렵게 된다”고 했다. 후보자들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 판결은 5년 뒤 이 대통령의 대선후보 당시 발언이 기소됐을 때 항소심에서 무죄를 받는 근거가 되기도 했다.

윤 전 대통령 역시 “공소사실 발언은 2020년 전원합의체 판결이 보호하고자 한 사례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대법원 판결 법리는 후보자들 사이의 질문과 답변, 주장과 반론에 의한 공방이 즉흥적으로 이뤄져 표현의 명확성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전제한 것”이라며 “이 사건 발언은 명칭은 토론회이지만 피고인만 초청돼 언론인 패널의 질문에 답변했다”고 지적했다. 행사의 명칭은 토론회이지만 일종의 인터뷰 상황이라고 본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일반 선거인 관점’의 기준이 모호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허위사실공표는 원래도 판례가 계속 업데이트되는 경향이 있는데, 유명인 사건에서 유·무죄가 거듭 뒤집히는 등 어떤 표현이 허용되고 금지되는지 예측 가능성이 떨어진다”고 했다.

허위사실공표죄를 둘러싸고는 대법원 내부에서도 소수의견이 적지 않다. 2020년 판결에서 5인의 대법관은 “토론회 발언에 일률적 면죄부를 줘서는 안 된다”며 유죄 취지 반대 의견을 냈다. 반대로 지난해엔 2인의 대법관이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확장해 온 선례에 역행한다”며 무죄 취지 반대 의견을 냈다.

더불어민주당은 처벌 대상에서 ‘행위’에 대한 허위사실 공표를 삭제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추진 중이다. 민주당은 “‘행위’와 같은 포괄적 용어는 유권자·후보자에게 명확한 법 적용 범위를 예측하기 어렵게 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재판 과정에서 공직선거법 250조 1항이 위헌이라며 여러 차례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하기도 했다.




최서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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