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력기기 업체들이 북미와 유럽 등 글로벌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증설에 힘입어 초고압 변압기 수주를 늘리고 있다. 효성중공업 직원들이 초고압 변압기를 직원들이 점검하고 있다. 사진 효성그룹
국내 전력기기 ‘빅3’가 2분기 역대급 실적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가 빠르게 늘어나는 가운데 노후 전력망 교체 수요까지 맞물린 결과다.
HD현대일렉트릭은 올해 2분기에 매출 1조1418억원, 영업이익 2870억원을 기록했다고 28일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6%, 37.3% 증가한 수치다. 앞서 실적을 발표한 LS일렉트릭도 매출 1조5770억원, 영업이익 1785억원으로 모두 분기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증권가에선 오는 31일 실적 발표를 앞둔 효성중공업이 매출 1조7957억원, 영업이익 2851억원을 거둘 것으로 예상한다.
호황의 중심에는 초고압 변압기를 비롯한 송·배전기기가 있다. AI 데이터센터는 고도의 연산과 냉각설비를 24시간 가동하기 위해 막대한 전력을 소비한다. 발전소에서 생산된 대규모 전력을 손실없이 장거리로 보내려면 변압기로 전압을 높여 송전망에 싣고, 소비지에 도착한 뒤 다시 낮춰야 한다.
미국 내 노후 전력망도 좋은 수주 대상이다. 변압기의 통상 사용 연한은 30~40년인데, 미국에서 1970·80년대 집중적으로 설치한 전력망이 교체 시점을 맞이한 것이다.
초고압 변압기는 설치 지역마다 전압과 용량, 안전기준이 달라 대부분 맞춤 제작된다. 대형 설비와 정밀한 설계 능력, 숙련 인력과 장기간의 납품 실적이 필요해 단기간에 생산능력을 갖추기 어렵다. 글로벌 수요가 폭증하는 데 비해 공급능력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국내 업체들이 수혜를 보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의 2분기 수주액은 전년 동기 대비 44.6% 증가한 14억4000만 달러(약 2조1067억원), 수주잔고는 84억9000만 달러(약 12조4209억원)로 집계됐다. 회사는 올해 수주 목표도 기존 42억2200만 달러(약 6조1768억원)에서 51억8500만 달러(약 7조5851억원)로 22.8% 올려잡았다. LS일렉트릭의 2분기 신규 수주는 2조1000억원, 수주잔고는 7조원에 달했다.
국내 전력기기 빅3는 미국 현지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효성중공업은 2020년 인수한 테네시주 멤피스 공장에 두 차례에 걸쳐 약 3014억원을 투자해 2028년까지 생산능력을 3배 이상 늘릴 계획이다. HD현대일렉트릭은 앨라배마 제2공장을 내년 4월 완공해 연간 초고압 변압기 생산능력을 105대에서 150대로 높인다. LS일렉트릭도 유타주와 텍사스주 생산·서비스 거점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현지 생산은 관세 부담을 낮추는 동시에 수백t에 달하는 제품의 운송비와 납기를 줄이고, 고객의 설계 변경과 사후서비스 요구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업계는 호황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본다. 업계 관계자는 “수주 물량이 4~5년치 쌓여 있어 지금 주문해도 최소 3년 뒤에나 제품을 받을 수 있다”며 “전력 사용량 증가를 고려하면 호황이 최소 5년 이상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