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술 악용한 정교한 허위 임대 계약 기승으로 연간 피해 규모 5억 달러 육박
실제 신고율 10% 미만에 불과해 체감 피해액은 수십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
개인 주의에 의존하는 방식 탈피해 금융권 손실 분담 등 구조적 대책 마련 시급
알버타주 에드먼턴에서 토론토로 이주한 M씨는 피어슨 국제공항에 착륙하자마자 절망적인 이메일을 받았다. 당일 입주하기로 했던 미드타운 콘도의 집주인으로부터 급한 집안 사정으로 열쇠를 전달할 수 없다는 연락이 도착한 것이다. M씨가 계약한 부동산은 존재하지 않는 허위 매물이었으며, 그가 이전을 위해 송금한 4개월 치 월세 8,200달러는 이미 사라진 뒤였다.
M씨가 당한 피해는 현재 토론토 전역에서 급증하는 지능형 금융 범죄의 대표적인 사례다. 임대 정보 사이트인 'Rentals.ca'에 게재되었던 해당 매물은 사진과 주소는 물론 14페이지에 달하는 상세한 임대 계약서까지 갖추고 있어 의심하기 어려웠다. 월세 2,050달러 조건의 해당 콘도는 융통할 수 있는 자금의 대부분을 투자한 새내기 이주자에게 치명적인 손실을 입혔다.
AI 기술 결합으로 정교해진 허위 임대 계약 피해
토론토 경찰청 사이버범죄 전담반(C3)의 분석에 따르면 올해 토론토 내 금융 사기 피해액은 연말까지 5억 달러에 육박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범죄수사대의 데이비드 커피(David Coffey) 형사는 올해 토론토에서 접수될 사기 신고 건수가 약 19,600건에 달해 하루 평균 53건 꼴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토론토의 사기 피해액은 4억 3,300만 달러였으나, 올해는 7월 기준 이미 2억 5,740만 달러를 넘어선 상태다.
범죄 수법의 급격한 진화 뒤에는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이 자리 잡고 있다. 토론토 메트로폴리탄 대학교의 사이버 보안 연구원 아테페 마샤탄 박사는 AI가 사기 범죄의 경제성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았다고 분석했다. 과거에 자주 발견되던 조잡한 문법 오류나 허술한 설정은 사라지고, 소셜 미디어나 공개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피해자 맞춤형 메시지를 대량 생성하는 방식이 정착되었기 때문이다.
연간 5억 달러 육박하는 피해 규모와 금융권 책임 논쟁
캐나다 사기방지센터(CAFC)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전국 사기 피해액은 7억 400만 달러로 6년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실제 수치가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캐나다 반사기 연합(Canadian Anti-Scam Coalition)의 제니퍼 퀘이드 대표는 전체 사기 피해 중 실제 경찰에 신고되는 비율은 5%에서 10% 수준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를 토론토 지역 추산치에 적용하면 실제 암묵적 피해 규모는 연간 50억 달러에서 100억 달러 사이까지 불어난다.
사기 수법이 고도화되면서 피해 입증과 자금 회수가 사실상 불가능해지자, 금융기관의 손실 분담 의무를 둘러싼 논쟁도 본격화되고 있다. 공공이익옹호센터(PIAC) 등 소비자 단체들은 영국이나 호주처럼 은행이 고객의 사기 피해 송금액에 대해 일정 부분 재정적 책임을 지는 구조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캐나다은행협회(CBA)의 브렌트 미젠 부회장은 섹터 간 정보 공유 확대에는 공감하면서도, 금융기관의 손실 배상 책임 법제화에 대해서는 다각적인 검토가 필요한 복잡한 사안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기술 진화에 맞춘 선제적 금융 보안과 입법적 대응 체계 구축
지능화된 금융 사기는 개인의 주의력이나 도덕적 경각심에만 의존해 예방할 수 있는 범주를 벗어났다. AI를 활용한 범죄 수법이 대량 생산 체제를 갖춘 상황에서, 개인이 정교하게 조작된 서류와 대화 내용을 완벽히 판별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사기 범죄를 효과적으로 차단하려면 이상 거래 탐지 시스템의 실시간 연동을 의무화하고, 고액 송금 시 신원 확인 절차를 강화하는 행정적·기술적 안전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아울러 금융기관이 사기 예방 시스템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유도하는 제도적 손실 분담 모델을 검토하여, 기술적 허점을 노린 범죄 피해가 개인에게 전가되는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