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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세 베테랑이 19살 루키를 상대하는 기분이란…최고령 투수 SSG 노경은

중앙일보

2026.07.28 08:01 2026.07.28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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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현역 최고령 투수인 SSG 랜더스의 1984년생 노경은. 철저한 자기관리 덕분에 42세의 나이에도 150㎞의 강속구를 던진다. 송진우를 넘어 역대 최고령 등판 신기록을 쓰는 게 노경은의 마지막 꿈이다. [사진 SSG 랜더스]

KBO리그 현역 최고령 투수인 SSG 랜더스의 1984년생 노경은. 철저한 자기관리 덕분에 42세의 나이에도 150㎞의 강속구를 던진다. 송진우를 넘어 역대 최고령 등판 신기록을 쓰는 게 노경은의 마지막 꿈이다. [사진 SSG 랜더스]

지난 24일 인천 SSG랜더스필드. 2-5로 끌려가던 NC 다이노스가 7회초 2사 만루 득점 찬스를 잡았다. 타석에 들어선 이는 올해 전주고를 졸업하고 갓 데뷔한 신인 외야수 고준휘. 2007년생 19세 타자의 앳된 얼굴엔 긴장감이 역력했다.

그러나 1984년생 42세 백전노장 SSG 랜더스 노경은이 버티고 선 마운드의 공기는 전혀 달랐다. 고준휘가 태어나기도 전인 2003년 데뷔해 산전수전을 다 겪은 프로야구 현역 최고령 투수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홈 플레이트를 응시했다.

아버지와 아들뻘의 맞대결 결과는 베테랑 대선배의 판정승. 생년월일 기준으로 정확히 8554일의 시간차가 나는 두 선수의 대결에서 노경은은 까마득한 후배를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KBO리그 현역 최고령 투수인 그는 야수를 통틀어 살펴봐도 1983년생의 KIA 타이거즈 외야수 최형우 다음으로 나이가 많다.

경기 후 노경은은 “마운드에 오르면 상대 타자의 나이를 생각할 겨를이 없다. 고준휘와 마주한 그 순간에도 세대차이 같은 건 떠올리지도 못 했다”면서 “경기를 마친 뒤 주위에서 ‘의미 있는 맞대결이었다’고 이야기해줘 비로소 감정이 솟아올랐다”고 했다. 이어 “은퇴를 고민할 나이에 아들뻘 선수와 정면 승부를 벌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노경은과 맞붙은 NC 다이노스의 2007년생 신인 외야수 고준휘. [사진 NC 다이노스]

노경은과 맞붙은 NC 다이노스의 2007년생 신인 외야수 고준휘. [사진 NC 다이노스]

데이터를 중시하는 야구에서 숫자가 주는 무게감은 묵직하다. KBO리그 역사를 통틀어 베테랑 투수와 신인 타자가 맞붙은 역대 최다 나이차 승부는 지난 2009년 이뤄졌다. 한화 이글스 송진우와 두산 베어스 정수빈이 8999일의 세월을 두고 맞붙었다. 이후 임창용, 오승환, 고효준 등이 8600일 이상 차이나는 후배들을 상대했다. 이 부문 8위(중복 대결 제외)로 이름을 올린 노경은은 내년까지 보장된 계약 기간과 여전한 구위를 고려할 때 자연스럽게 리스트 최상단까지 올라설 전망이다.

노경은이 데뷔한 2000년대 초반에만 해도 40대 현역 투수는 가뭄에 콩 나듯했다. 하지만 지난 20여년 간 선수 관리 시스템이 체계화·정밀화되며 선수 수명이 비약적으로 늘었다. 이와 같은 변화의 최전선에 선 노경은은 ‘자기관리의 화신’으로 주목 받는다.

불혹을 넘긴 나이에도 시속 150㎞의 강속구와 낙차 큰 포크볼을 꽂아 넣는 비결은 긴 세월을 이어 온 관리와 절제에 있다. 성남중 시절, 투구를 마치면 스스로 각종 자료를 찾아 공부하며 맞춤형 보강 운동 프로그램을 짰다. 당시엔 생소했던 마사지 베드를 활용해 유연성을 키운 일화도 유명하다. 불과 몇 년 전까지 육류와 어패류를 일절 끊고 달걀만 섭취하는 ‘락토오보 베지테리언(lacto-ovo vegetarian)’ 식단을 유지해 불필요한 내장 지방을 덜어냈다.

노경은은 “이번 승부를 계기로 (고)준휘 나이인 19세 때 내 모습을 떠올려봤다”면서 “그땐 경기에 잘 못 나갔지만, 운동선수로서 늘 준비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애썼다. 긴 세월 꾸준히 흘린 땀방울이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어 뿌듯하다”고 말했다.

노경은은 전반기 무릎 통증이 찾아와 잠시 부진했다. 그러나 후반기 첫 5경기 등판을 모두 무실점으로 장식하며 재기를 알렸다. 그러는 사이 노경은의 야구 인생에는 훈장 같은 기록들이 차곡차곡 쌓여간다. 지난해 2년 연속 홀드왕을 차지하며 이 부문 역대 최고령 수상자로 우뚝 섰고, 포스트시즌 최고령 등판 기록도 새로 썼다. 그가 ‘현역 생활의 마지막 이정표’로 여기며 바라보는 송진우의 역대 최고령 등판 기록(43세 7개월 7일)도 차츰 다가오고 있다.

“2년 더 마운드를 지켜 송진우 선배님의 기록을 넘어서고 싶다”고 언급한 노경은은 “9000일 넘게 차이나는 까마득한 후배들과도 계속 멋지게 겨뤄보겠다”며 의욕을 불태웠다.





고봉준([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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