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트로픽은 한 번도 오픈웨이트(open-weight) 모델 전면 금지를 주장한 적이 없다. 하지만 첨단 칩과 반도체 장비의 중국 수출은 금지해야 한다.”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최고경영자(CEO)가 27일(현지시간) 낸 입장문은 ‘오픈웨이트 인공지능(AI) 논쟁’의 복잡한 국면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오픈웨이트 모델이란 저작권자가 AI 모델의 학습 가중치를 공개해 누구나 이를 자유롭게 사용·수정·복제·배포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최근 중국 문샷AI가 공개한 오픈웨이트 모델 ‘키미 K3’가 저렴한 비용에 뛰어난 성능으로 주목을 끌자, 미국 정부가 중국산 오픈웨이트 모델에 대한 통제 조치를 검토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엔비디아·마이크로소프트(MS)·팔란티어 등 25개 기업은 지난 24일 백악관에 ‘섣부른 규제에 반대한다’는 취지의 서한을 보냈다. 기술혁신 속도를 저해한다는 이유에서다. 앤트로픽과 오픈AI는 당초 이 리스트에서 빠졌으나, 오픈AI가 하루 뒤 서한 동참 의사를 밝혔다. 그러자 앤트로픽이 미국 정부 규제에 동참하려 한다는 비판이 커졌다. 이에 아모데이 CEO는 27일 블로그 공지에서 “위험한 역량을 가지지 않은 오픈웨이트 모델은 공공재다. 보호주의적인 금지 조치는 국가의 안보 위험을 해결하지 못한다”며 규제 반대 대열에 합류하는 듯한 입장을 냈다. 하지만 “오픈웨이트 모델은 폐쇄형 모델보다 가드레일을 적용하거나 사용을 감시하기가 매우 어렵다”며 안전성 우려에 대한 기존 입장도 유지했다.
앤트로픽이 이처럼 애매한 입장을 밝힌 배경엔 소스코드를 공개하지 않는 폐쇄형인 자사 모델과 오픈웨이트 모델 간 경쟁 구도가 있다는 분석이다. 앤트로픽은 중국 모델이 대규모 ‘증류(Distillation)’를 통해 자사 AI 모델과 유사한 성능을 구현했기에 이를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증류란 고성능 폐쇄형 모델 결과물을 베껴 AI 모델을 훈련시키는 기술이다. 김용희 선문대 교수는 “앤트로픽으로선 정부 지원을 받은 중국 기업들이 자사 모델을 빠르게 학습(증류)해 기술 격차가 줄어드는 데 대한 우려가 있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반면 엔비디아 등이 오픈웨이트 모델 규제에 반대하는 기저엔 ‘AI 인프라 확대’에 유리하다는 셈법이 작용하고 있다. 안광섭 OBF 대표는 “오픈웨이트 모델을 활용하면 누구나 AI 모델을 만들 수 있다.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 수요가 늘어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논쟁은 국가 간 갈등으로 번졌다. 앞서 백악관이 “K3가 앤트로픽 페이블5를 증류했다”는 의혹을 제기하자 중국 상무부는 “중국의 실질적 이익을 침해하는 어떤 행위에도 모든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