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개봉하는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는 20대에 접어든 피터 파커(톰 홀랜드)가 사랑하는 사람들마저 자신의 존재를 모르는 고독 속에 어른으로 성장하는 이야기다. [사진 소니픽처스]
소년에서 성인으로 변신한 톰 홀랜드의 스파이더‘맨’이 돌아왔다. 초능력을 얻고 ‘어벤져스’에 합류해 흥분하던 10대 소년은, 그간 ‘스파이더맨: 홈커밍’(2017),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2019), ‘스파이더맨:노 웨이 홈’(2021)을 거치며 ‘마블 세계관’(MCU)의 히어로로 자랐다. 29일 개봉하는 ‘스파이더맨:브랜드 뉴 데이’는 20대에 들어선 피터가 고독의 시간을 거쳐 어른으로 성숙하는 이야기다.
러닝타임 148분의 영화는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전 여자친구 MJ(젠데이아)를 향한 서툴지만 진심이 가득한 소년의 편지로 시작한다. “…우리는 원래 서로를 알고 있었어요. 함께였고, 서로를 정말 많이 아끼는 사이였어요. 하지만 세상에 아주 큰 일이 일어나려 했어요. 그 일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모두가 저를 잊는 것이었어요. 당신도 예외는 아니었어요…” 보내지 못할 편지를 가슴에 품고 홀로 뉴욕을 지키는 피터는 둘도 없던 친구 네드(제이콥 배덜런)와 MJ가 MIT(매사추세츠 공과대학)에 함께 진학해 행복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SNS로 지켜보며 쓸쓸하게 살아간다.
전작에서 피터는 자신의 신분이 전세계에 노출되는 등 혼란이 벌어지자 닥터 스트레인지(베네딕트 컴버배치)에게 세상 모든 사람이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게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 일부 소중한 사람만 자신을 기억할 수 있도록 예외를 두려 하다 ‘멀티버스’(다중 우주)가 열리는 혼란을 겪게 되자, 예외 없이 모두에게 잊혀지는 선택을 한다.
그렇게 피터 파커는 아무도 자신을모르는 뉴욕에서 4년째 일중독 히어로로 산다. 거미줄 친 대문 앞에서 배달 음식을 가져가는 모습은 앞선 시리즈보다 어둡고 차분하다. MJ가 다른 남자와 키스하는 모습을 보고 뉴욕의 밤을 날아다닐 때는 술 한잔 없이도 실연의 아픔에 취한 감정이 전달된다. 결국 오랜 고립과 심리적 충격으로 인해 거미 DNA가 과도하게 활성화되어 통제력을 잃게 되고, 그런 상태에서 자신의 정체를 아는 빌런을 마주한다.
영화는 ‘히어로물은 지겹다’는 최근의 분위기를 깨기에 충분하다. 스크린 좌우 벽면과 천장을 가득 채우는 스크린X 상영관은 스파이더맨과 함께 빌딩 사이를 활공하는 듯한 경험을 극대화한다. 앞선 세 작품을 책임진 존 와츠 감독 대신 데스틴 크리튼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그는 관객이 스파이더맨과 함께 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데 연출의 주안점을 뒀다고 밝혔다. 거미줄을 십분 활용할 수 있는 빌딩 숲에서의 액션신은 클래식하다.
‘스파이더맨’에서 만나 실제 연인으로 발전, 최근 결혼설이 도는 톰 홀랜드와 젠데이아의 호흡도 절절하다. 추억을 가슴에 품은 남자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여자가 위기 속에 재회하는 ‘클리셰’를 감칠맛 나면서도 담백하게 소화했다. 헐크(마크 러펄로)도 비중 있게 나와 볼거리를 더했다.
어른이 되는 과정은 고독을 동반한다. 알아주는 이 없어도 묵묵히 할 일을 하는 것, 자신의 강점이자 약점이 될 수 있는 고유한 특징을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 그리고 고독의 방에서 스스로 나올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것. 자신의 세상을 지키려는 모든 히어로에게 영화가 주는 위로와 응원의 메시지도 공감대가 넓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