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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얼 남기려 읽지 않는다…그냥 읽고 싶어서 읽을뿐

중앙일보

2026.07.28 08:01 2026.07.28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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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서울 청담동 모드하우스 사옥에서 트리플에스 소현을 만났다. 소현은 직접 밑줄 그은 문장들을 하나씩 낭독해줬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지난 10일, 서울 청담동 모드하우스 사옥에서 트리플에스 소현을 만났다. 소현은 직접 밑줄 그은 문장들을 하나씩 낭독해줬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책을 무언가를 남기거나 기억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읽으면 부담스럽다. 그냥 읽고 싶어서 읽는다.”

2023년 데뷔한 걸그룹 트리플에스의 소현(24)은 연예계 다독가로 꼽힌다. 소통 앱 ‘코스모’의 라이브 방송 등을 통해 팬들에게 추천한 책만 60권에 달한다. 한번에 여러 권의 책을 읽는, 자칭 ‘병렬독서가’다. EP 2집 ‘러브 앤 팝 파트 1’ 활동을 마친 지난 10일, 소현을 서울 청담동 모드하우스 사옥에서 만났다. 그는 “외출할 땐 노트북과 함께 읽을 책을 들고 나선다”며 “사람을 잘 안 만나는 편이다. 하지만 책은 늘 내 곁에 있다. 책은 나에게 친구 같은 존재”라고 했다.

데뷔하기 전 소현은 작곡을 전공하는 대학생이었다. ‘창작자형 아이돌’답게 데뷔 직후부터 작곡·작사·프로듀싱·안무 크레딧에 이름을 올렸다. 그가 작업한 곡들을 차례로 들으면 소녀의 성장 서사가 읽힌다.

시·소설·만화를 가리지 않고 읽는 그가 가장 좋아하는 장르는 고전문학이다. 밀란 쿤데라, 아니 에르노, 사무엘 베케트의 책이 가장 많다. “책은 서점에서 산다. 초반부가 속도감 있게 잘 읽히고, 인상 깊은 문장이 있다면 골라온다”고 했다. 소현은 현재 챙겨 읽고 있는 책으로 장편소설 『레슨』과 『벤야멘타 하인학교』를 소개했다.

『레슨』은 영국 작가 이언 매큐언(78)이 2022년 쓴 장편소설이다. 매큐언은 1998년 부커상을, 2002년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을 수상한 현대 영문학의 거장. 『레슨』은 매큐언의 첫 자전적 소설이다. 주인공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베이비붐 세대의 남성 롤런드로, 소설은 롤런드가 소년일 때부터 노년이 될 때까지를 다룬다.

『레슨』에서 소현은 롤런드의 아내 앨리사가 소설가가 되기 위해 가출한 후, 롤런드와 그의 장모가 대화하는 장면이 가장 인상깊었다고 했다. “엄마 같은 삶을 살지 않을 것이란 딸의 말을 사위에게 전하는 엄마의 마음이 무겁게 느껴졌다”고 했다.

“그애(앨리사)가 말했어. (…) 어린 시절 내내 엄마의 패배의식 주변에서 살았어요. 엄마의 괴로움. 엄마는 작가가 되지 못했어요. (…) 그를 떠날 거예요. 아기도요. (…) 난 엄마도 떠날 거예요. (…) 난 침몰하지 않을 거예요! 나 자신을 구원할 거예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 엄마를 구원할 수도 있겠죠!” (315~317쪽)

소현은 앨리사의 선택에 동의하지는 않는다. “해가 지날수록 소중한 게 늘어난다. 지금 가진 걸 잘 유지하며 꾸준히 나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크다”고 했다.

두 책 중 소현이 더 끌렸던 건 『벤야멘타 하인학교』다. 스위스 태생의 작가 로베르트 발저(1878~1956)가 1909년 발표한 소설이다. 가난했던 발저는 하인, 엔지니어 조수, 은행원, 비서 등 온갖 일을 하며 책을 썼다. 『벤야멘타 하인학교』는 귀족 혈통의 야콥 폰 군텐이 하인학교에 자발적으로 입학하는 이야기다. 이곳에서 야콥은 주인을 위해 복종하고, 수많은 규칙을 지키기 위해 단조롭고 반복적으로 사는 삶을 훈련한다.

소현은 “단순하게 사고할 줄 아는 사람들을 존경하는 주인공의 마음이 공감됐다”고 했다.

책에서 야콥은 성공한 형 요한의 소개로 만난 예술가들을 보며 이렇게 생각한다. “세상에서 성공하려고 애쓰는 사람들은 끔찍스럽게도 다 똑같아 보인다.(…) 그들은 모두 쉽사리 퇴색하는 친절함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서로 닮았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이 사람들이 느끼는 불안인 것 같다.(…) 세상의 존경과 영예를 중요시 여기는 사람이 평안함을 느낄 틈이 어디 있단 말인가?” (128쪽)

이 문단을 언급하며 소현은 “성공과 행복이 같이 갈 수 있는지를 많이 고민했다. 사람들이 말하는 성공의 조건을 갖추지 못한 채로 행복해질 수 있는지, 스스로 끊임없이 묻고 있다”고 했다.

그는 스스로에 대해 “존재론적 불안을 느끼는 편”이라고 했다. 그래서 책과 더 가까워졌다. “그 감정을 해소하려 책을 읽고, 사람들과 나눠 읽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젠지의 책장
지금의 20대는 연간 독서율이 유일하게 상승(2025년 국민독서실태 조사 결과)한 세대다. Z세대 기자가 Z세대 독자를 만나 지금 읽고 있는 책 한 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인터뷰 전문은 중앙일보 프리미엄 구독 서비스 더중앙플러스에서 매주 월요일 공개한다.




최혜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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