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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화의 테아트룸 문디] 한여름 밤의 꿈

중앙일보

2026.07.28 08:02 2026.07.28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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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화 극작가·연출가

김명화 극작가·연출가

여름의 정점이다. 장마 후의 뭉게구름 가득한 하늘은 반갑지만, 긴 더위에 일이 손에 잡히질 않는다. 해변에서 총을 빼 든 카뮈의 『이방인』이나 태양 빛에 취해 벼랑에서 하늘을 향해 도약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헨리 밀러의 『그리스 기행』처럼, 태양과 여름의 열기에는 이성을 마비시키는 어떤 광기가 있다.

연극 작품 중에도 여름을 배경으로 한 작품들이 꽤 있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비롯하여 미국 남부 출신의 작가 테네시 윌리엄스의 작품에서 계절은 늘 끈적이는 여름이고 욕망으로 폭발한다. 유진 오닐의 ‘밤으로의 긴 여로’에선 여름은 안개에 덮여 앞이 보이지 않고, 체호프의 작품에선 권태의 계절이다.

그러나 여름을 대표하는 작품은 단연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사진)이다. 군주와 아버지의 율법을 피해 젊은 연인들이 숲으로 도망치는 이 작품에서 여름은 밤과 꿈이 결합한 제목처럼 중층적이다. 욕망에 솔직한 계절이고 낮의 세계에선 보이지 않던 요정과 환상이 요동치는 아수라장이며 그 혼란 속에서도 창조의 기운이 넘친다.

특히 작품의 백미는 연인들이 도망친 밤의 숲 장면. 밤의 숲을 지배하는 요정의 세계에 인간들이 침입하자 혼란이 끓어 넘친다. 연인들은 장난꾸러기 요정이 잘못 발라준 약초에 눈이 멀어 사랑의 대상을 알아보지 못하고 요정 여왕은 당나귀가 된 인간과 사랑에 빠진다.

아침이 오고 이 괴이한 이야기를 전해 들은 테세우스 군주는 젊은 연인들의 사랑을 허락하며 “광인들, 연인들, 시인들”에 대한 유명한 말을 남긴다. 이 세상엔 이성으로 납득할 수 없는 상상력과 열정을 가진 ‘광인들, 연인들, 시인들’이 존재하며 정상의 눈엔 보이지 않는 세계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궤도에서 이탈하고, 없는 세계에 형태를 부여하며, 창조의 기운이기도 한 에너지가 가장 잘 어울리는 계절은? 여름이다.

김명화 극작가·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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