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솜브리 차관보(왼쪽 셋째)가 한국계 아내(왼쪽 넷째)와 함께한 모습. [사진 차관보 SNS 캡처]
“1953년 7월 27일은 단순히 적대행위가 끝난 날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공동 희생을 바탕으로 굳건한 (한·미) 동맹이 탄생한 날이었습니다.”
마이클 디솜브리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27일(현지시간) 워싱턴DC 한국전쟁기념공원에서 열린 한국전 정전협정 73주년 기념행사에서 한국전쟁과 함께 시작된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디솜브리 차관보는 연설에서 “우리 양국은 함께 공산주의에 맞서 싸웠고 한반도에서 자유와 민주주의를 수호했다”며 “그 결과 우리는 전쟁으로 폐허가 된 이 나라를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민주주의 국가이자 활기찬 경제 대국 중 하나로 탈바꿈시켰다”고 말했다. 오늘날 한국이 누리는 자유와 번영의 기반은 한국전쟁에서 흘린 희생과 헌신 덕분이었음을 강조한 발언이다.
그는 또 “한국전쟁 전사자와 실종자 그리고 보이지 않는 상처를 안고 살아온 모든 가족에게 경의를 표한다. 그들이 감당한 슬픔과 희생에 대해 우리는 결코 다 갚을 수 없는 빚을 지고 있다”면서 자신의 가족 이야기를 꺼내다 잠시 울먹이기도 했다. 배우자가 한국계인 그는 “제 아내의 가족은 원래 인천 출신이다. 자유로운 대한민국을 지켜낸 공동의 희생이 없었다면 저는 그녀를 만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하던 도중 감정이 북받친 듯 잠시 연설을 멈추고 울컥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내 감정을 추스른 그는 “이것이야말로 전쟁이 남긴 진정한 유산”이라며 “목숨을 바친 미군 장병 3만6643명과 한국 카투사 장병 7174명의 이름은 자유가 공짜로 주어지는 것이 아님을 상기시켜 준다”고 말했다.
자신의 고향인 위스콘신주 출신 한국전 참전 용사인 해병 스탠리 크리스천슨 일병의 영웅적 서사를 소개하기도 했다. 크리스천슨 일병은 1950년 9월 서울 외곽 132고지에서 부대원들이 방어 태세를 갖출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 적의 공격을 홀로 막아내며 싸우다 전사했고, 사후 명예훈장을 받았다.
디솜브리 차관보는 “미국 장병들과 어깨를 나란히한 것은 150만 명이 넘는 한국군과 22개 참전국의 장병들이었다”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이끈 가장 큰 규모의 연합군으로, 이는 자유라는 공동의 가치를 보여주는 증거였다”고 평가했다.
이날 행사를 주최한 한국전참전용사추모재단 이사장인 존 틸럴리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세계 역사상 가장 긴 휴전 기간인 73년 동안 지속된 이 전쟁은 종종 ‘잊힌 전쟁’으로 잘못 불리기도 하지만 우리는 당시 희생을 치르신 분들의 헌신을 기리는 것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주미대사관에서는 국방무관으로 있는 윤형진 육군 준장이 참석했다. 그는 “전투의 시련 속에 단련된 양국 간 동맹은 어느 때보다 굳건하다”며 “이는 단순히 전략적 파트너십이 아니라 피와 공유된 가치로 맺어진 깨뜨릴 수 없는 형제애의 연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