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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준봉의 뉴스터치] ‘호프’의 해석에 정답은 없다

중앙일보

2026.07.28 08:08 2026.07.28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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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준봉 논설위원

신준봉 논설위원

27일 35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호프’에 대한 호불호 논쟁이 뜨겁다. 과거에는 더한 경우도 있었다. 영화에 실망한 관객의 분노가 ‘난동’으로 이어졌다.

왕가위 감독의 1990년 영화 ‘아비정전’이 그런 영화다. 지금은 걸작 평가를 받지만 그해 겨울 국내 개봉 2주 만에 막을 내렸다. 90년대 초반은 홍콩 영화 전성기였다. 91년 ‘사랑과 영혼’(168만·이하 서울 관객 기준), ‘터미네이터2’(100만)의 틈바구니에서 ‘용형호제2’와 ‘황비홍’이 각각 40만·34만 관객을 동원했다. 국내 배급사는 ‘아비정전’이 쓸쓸한 로맨스인데도 액션물인 것처럼 홍보했다. 유덕화·장국영을 클로즈업한 영화 포스터에 ‘황하의 물결에 실려 온 피맺힌 젊음!’ 같은 문구를 삽입한 것. 영화 시작 1시간이 넘어가자 객석에서 육두문자가 터져 나왔고 흥분한 일부 관객은 극장 유리문을 깨뜨렸다.

2005년 미국 영화 ‘오픈 워터’는 “이게 무슨 6500원짜리 영화냐”며 항의하는 관객 15명에게 관람료를 전액 환불해줘야 했다. 상어와의 사투 장면이 없는데도 ‘무시무시한 놈들이 온다!’고 홍보한 게 화근이었다.

‘호프’는 ‘명작’이라고 마케팅한 적이 없다. 오히려 이창동·봉준호 감독 등의 영화평에 액면이 드러나 있다. 이 감독은 “오락 영화의 극점”, 봉 감독은 “패기와 광기가 폭발하는 영화”라고 했다. 전문가와 일반 관객의 감상평이 엇갈리는 양상도 흥미롭다. 1시간까지는 짜릿하지만 그 이후는 실망스럽다는 평이 적지 않은 가운데 이창동 감독은 “뒤로 갈수록 재밌었다”고 했다.

문예이론이 ‘호프’라는 텍스트를 둘러싼 논쟁 해소에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1960년대 수용미학(Reception aesthetics)은 작가와 작품에 짓눌려있던 독자를 부각했다.(테리 이글턴, 『문학이론입문』) 이 이론에 따르면 텍스트는 독서 행위를 통해 비로소 완성된다. 그런데 텍스트 안에는 독자의 해석을 기다리는 ‘불확정항’들이 가득할 뿐 아니라, 독자의 지식·경험 등 ‘기대지평’이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감상평이 제각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와 감상평이 다른 사람을 비난할 이유는 없다.





신준봉([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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